[글·사진=스포츠서울 이우석·황철훈기자] ‘여름에 이것 안먹으면 물회하지요’ 입맛살리는 시원매콤달콤새콤 물회.

냉면 문화도 찾아보기 힘든데 생선회를 물에 말아먹다니…. 물회야말로 정말 특별한 한국인의 식문화가 아닐 수 없다. 바닷가 위주로 발달한 물회는 예전 값비싼 일식집 사시미(刺身)와는 결이 다르게 발전했다. 뱃일나간 어부들이 밥대신 말아먹던 물회가 어느새 전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나아가 일본에는 한국 여행가이드 북에 ‘무레(ムレ)’로 따로 소개될 정도로 별미의 한식메뉴가 됐다.

물회의 형식은 비슷하지만 재료나 소스는 각각 다르다. 전국 해안가 각지에서 저마다 자랑하는 다양한 맛의 물회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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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명천회식당은 풍미가 진한 등푸른 생선 위주로 물회를 낸다.

◇경북 포항시 북구 명천회식당=

포항은 물회 원조를 자처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 현지 시민들 사이에는 등푸른 생선회를 말아먹는 포항북부시장식 물회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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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침회 포항 명천회식당

“이거 묵다가 허연 거는 싱거버 몬묵는데이. 장맛으로 무야한데이” 북부시장 앞 명천회식당은 포항 토박이가 알려줬다. 따로 장을 사가는 이도 많다. 명천회식당 물회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흰살 생선이 아니라 청어, 꽁치, 멸치 등 등푸른 생선을 주로 쓴다. 포항 이외에선 본 적이 별로 없는 구성이다. 등푸른 생선은 특유의 기름 맛이 진하다. 생각해보니 참치도 방어, 고등어도 죄다 등푸른 생선이다. 양도 푸짐하다. 웬만한 회 한 접시다.

밥에 쓱쓱 비벼먹는 무침회(비빔회)도 구성은 같다. 비빔회로 먹다가 나중에 물을 말아도 된다.

★가격=물회 1만1000원. 무침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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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물회는 고추장 베이스보다 훨씬 부드럽고 고소하다. 여다지회마을.

◇전남 장흥 안양면 여다지회마을=

장흥은 탐진강과 장흥만을 끼고 있다. 안양면 수문해수욕장 인근 여다지 회마을에선 요즘 핫한 갯장어 샤브샤브와 독특한 된장물회를 맛볼 수 있다. 장흥 한우삼합만큼이나 유명한 된장물회는 고추장 물회처럼 맛이 강하지 않아서 좋다. 깔다구(농어새끼의 방언) 등 제철 잡어에 신 김치와 열무, 된장을 넣고 시원한 물에 말아먹는다. 고추장의 강한 맛보다 순하고 구수한 맛이 강한 된장 물회는 생선회 자체의 맛을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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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명물 된장물회. 여다지회마을.

여름엔 생선들이 쉬 상하는 탓에, 이를 방지하고 식감도 좋으라고 생선회를 뜨고 살짝 뜨거운 물을 부어 겉만 익혀낸다. 6~8월 뜨거운 한방약재 육수에 데쳐먹는 갯장어는 유비키(샤브샤브)로 즐긴다.

★가격=된장물회 3만~4만원(2~3인분), 갯장어 샤부샤부(시세에 따라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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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포머구리집 ‘모둠물회’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강원도 속초 영랑동 ‘봉포머구리집’=

속초 3대 물회집으로 손꼽히는 집이다. 전국적인 유명세 탓에 점심시간이 되면 수많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이 집의 물회를 맛보기 위해선 한두 시간의 기다림은 예삿일이다. 식당에 도착하면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면 된다. 친절하게 번호표에는 대기자수가 표시되어 있다. 이 집의 물회는 맛도 맛이지만 일단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특히 이 집의 전복 해삼 물회는 커다랗고 하얀 그릇에 특제소스를 맛을 낸 육수와 시원한 살얼음을 넣고 그 위에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광어와 가자미, 해삼, 멍게 등 10여 가지의 싱싱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올려낸다.

빨간색 육수에 샛노란 성게알과 오렌지색 멍게 그리고 거무스름한 해삼과 흰살생선살이 알록달록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재료가 푸짐하고 싱싱하니 맛이야 당연지사. 오독 씹히는 해삼과 쫄깃한 전복, 바다 향 가득한 멍게와 향긋한 성게 알, 활어회까지. 10여 가지의 싱싱한 해산물은 골라 먹어도 맛있고 함께 먹어도 맛있다.

여기에 살얼음이 녹아든 시원한 육수는 중독성 강한 맛으로 혀끝을 자극한다. 새콤달콤한 육수의 비밀은 과일과 메실 진액, 약초 등을 넣어 만든 특제 양념장. 시원한 물회 한 잎에 바다 내음 한가득 쓰나미처럼 감동이 밀려온다.

★가격=전복해삼물회 전복물회 광어물회 2만원, 모둠물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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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꽁치물회집 ‘만광식당’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경북 울릉군 북면(울릉도) ‘만광식당’=

울릉도 천부항 인근에 자리한 만광식당은 신선한 꽁치를 사용하는 물회로 소문난 집이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20년 전통 물회 전문식당이다. 사실 남편은 식당 바로 옆 가게에서 낚시용품점을 운영 중인데 손님이 붐빌 때면 쏜살같이 달려와 식당일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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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만광식당 ‘꽁치물회’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왠지 생소한 꽁치물회는 먹는 방법도 특이하다. 우선 국물 없이 물회는 일단 양념이 잘 배도록 고루 비벼준다. 되직하게 된 물회에 냉수 2컵을 부은 후 밥을 넣어 먹으면 된다.

기름진 꽁치의 고소함과 매콤달콤한 양념 맛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 왠지 비릴 것 같다고? 천만의 말씀. 한번 맛보면 바로 중독되는 맛. 시쳇말로 ‘마약 물회’가 따로없다.

★가격=꽁치물회 1만5000원, 열기·오징어·해삼물회 각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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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울릉도 ‘모둠물회 2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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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녹번동 ‘횟집 울릉도’=

은평구에서 손꼽히는 물회집으로 지하철 6호선 역촌역 인근에 자리했다. 울릉도라는 다소 직관적인 상호는 이 집 사장이 울릉도 출신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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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이른 저녁시간 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긴 대기줄이 이어진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오후 5시, 저녁 오픈에 맞춰 일찍 찾았건만 가게 안은 이미 만석. 가게 밖에도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잠시 후 대기인원을 헤아려보니 40여 명이 넘는다. 한 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모둠물회. 살얼음이 낀 특제육수에 미나리와 양배추, 오이, 양파, 당근 등을 채 썰어 넣고 그 위에 노랑 속살을 드러낸 멍게와 전복, 해삼, 낙지, 광어회를 듬뿍 올려낸다. 보는 것만으로 풍성함이 느껴지는 비주얼. 꿈틀대는 낙지가 싱싱함을 대변한다.

혀에 착 감기는 시원한 육수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 묘한 중독성으로 자꾸 들이켜게 된다. 오독오독 씹히는 해삼과 부드럽게 요동치는 낙지, 여기에 두툼하게 썰어 낸 광어회와 싱싱한 멍게가 입안 가득 바다의 풍성함을 쏟아낸다. 양도 푸짐하다. 작은 듯 느껴지는 2인용 그릇은 대신 깊이가 깊다. 4인분 이상은 거의 세숫대야 크기로 더욱 풍성하다.

밑반찬도 정갈하고 맛있다. 특히 풋고추와 함께 된장으로 무쳐 낸 전복내장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 집에서는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인 울릉도의 별미 ‘오징어 내장탕’도 맛볼 수 있다.

★가격=모둠물회 3만5000원(2인분), 5만5000원(4인분), 오징어내장탕 1만원(1인분).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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