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축구대표팀, 독일전 2-0 승리 후 감동의 화답인사~!
축구대표팀의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팬들의 환호에 박수로 화답하고있다. 카잔(러시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일본의 러시아 월드컵 여정도 끝났다. 비록 벨기에와 16강전에서 2-3 역전패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쓸 힘을 다 발휘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억울한 패배지만 16강을 달성하기까지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마무리하는 분위기다.대체로 일본의 문화가 그런 것도 있다. 혼다 게이스케, 하세베 마코토, 가가와 신지, 가와시마 에이지 등 은퇴 얘기가 나온 일부 주력 선수들의 대체자 얘기나, 이번 16강 세대의 노하우를 4년 뒤 카타르에서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등을 주제로 한 방송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성용, 구자철 등이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고려한다는 데 한·일 축구가 세대교체를 두고 또 한 번의 경쟁에 놓이게 됐다.

물론 온전히 긍정론만 대두하는 건 아니다. 벨기에전 역전패를 한마디로 뒷심 부족이자 전술 대응의 미흡이다. 한국과 일본의 또다른 차이를 보자면, 한국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미숙하지만 일본은 큰 대회여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간다. 다만 이기고 있을 때 경기를 끝까지 잘 운영하는 면에선 반대다. 한국이 수비적인 전술 변화 등을 통해 근성있게 승부를 마무리하는 면(이번 대회 독일전 2-0 완승이 예로 볼 수 있다)이 있다면, 일본은 상대 공세에 대응하는 힘이 부족하다. 벨기에가 후반 마루앙 펠라이니 등을 교체로 투입하며 눈에 보이는 공격 전술로 나섰음에도 일본은 변화보다 이전까지 해온 것을 지키려다가 막판에 당했다. 벨기에 선수 힘과 스피드, 개인 기량이 앞서는 게 사실인 데 마지막까지 버티기 위한 또다른 작전이 아쉬웠다.

일본 축구대표팀
아시아 팀으로는 유일하게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일본. 사진은 조별리그 1차전 콜롬비아전에서 페널티킥 선제골을 터뜨린 가가와 신지(왼쪽). 캡처 | 러시아월드컵 공식 트위터

그럼에도 일본의 16강 진출 업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축구 팬들도 잘 알다시피 일본은 월드컵 본선 2개월여를 앞두고 감독 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고도 성공을 거뒀다. 그럼 일본 성공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앞서 조별리그 칼럼에서 언급한 아키라 니시노 감독의 리더십과 유럽파 자원의 단결력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일본 특유의 치밀한 계획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핵심은 일본은 ‘우리가 무슨 축구를 해야 할지’에 대한 비전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한국이 유럽 감독이든 국내 감독이든 누군가에게 전술서부터 내부 정책까지 의지하는 것과 다르게 일본은 확고하다. 패스워크를 통한 아기자기한 축구를 원한다. 여기에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과 개성 있는 전술이 입혀지기를 바란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물러나게 된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갈수록 일본이 원한 이 부분과 다른 길로 가면서 협회가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선수들과 플레이 성향이 맞지 않아 결과도 좋지 않았다. 결국 기술위원장 구실을 한 니시노가 지휘봉을 넘겨받아 일본이 가장 잘 할 축구를 극대화하는 선수 선발과 결집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보여졌듯 아시아 축구 답지 않게 물러서지 않고 맹렬하게 상대와 맞서고 유기적인 패스 축구로 성과를 냈다. 물론 볼 돌리기 논란이 거셌던 폴란드전은 빼더라도….

그렇다면 원하는 축구를 감독 교체 2개월 만에 해낸 비결이 무엇인가. 이것도 플랜B를 염두에 둔 일본의 치밀함이다. 일본축구협회는 할릴호지치 감독 체제에서도 니시노 기술위원장을 유럽파 선수 동향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겼다. 니시노는 A매치가 끝난 뒤 늘 유럽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나아갈 길에 대해 교감을 나눴다. 그러다보니 니시노 감독 체제에서 선수들이 그를 믿고 따를 수 있었다. 이 외에 대표팀과 관련한 협회 주요 스태프가 선수 관리를 우선순위로 두고 세밀하게 지원 사격을 했다고 한다.

‘스파링 파트너’도 비교적 양질의 팀이 많았다. 지난 1년간 치른 평가전 상대 중 브라질, 벨기에, 말리, 스위스 등 이번 대회 16강에 오른 여러 팀과 경기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본선 직전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전 4-2 대승은 니시노 체제가 반전하는 디딤돌이 됐다.

한국 축구는 4년 주기 월드컵에서 늘 여러 번 감독이 교체된다. 이번에도 신태용 감독 유임이냐, 새 감독 선임이냐를 두고 조만간 결정이 내려질 것인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떠한 축구를 할 것이냐’를 협회 차원에서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에 맞는 감독을 데려와서 장기적 플랜을 두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아무리 유럽 A급 명장을 데려와도 우리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 축구를 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협회가 여론을 의식하지 말고 우리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4년 뒤 카타르에서 웃을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리기를 바란다.

세레소 오사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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