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흥민과 이승우,
축구대표팀의 손흥민과 이승우가 지난달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공을 몰고있다. 로스토프 나도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에서 웃으려면 재능 있는 ‘젊은 피’를 늘려야 한다.

러시아 월드컵에 나선 한국 대표팀 구성원을 살펴보면 웃픈 면이 있다. 차기 주장으로 꼽히는 ‘기둥’ 손흥민이 연령으로 보면 막내에서 네 번째에 해당한다. 1992년생인 손흥민보다 어린 선수는 1994년생 정승현과 1996년생 황희찬, 1998년생 이승우밖에 없다. 손흥민은 지난 2010년 12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뛸 때 만 18세 유망주로 꼽히면서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고 한 달 뒤 아시안컵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등장했다. 10대 후반 태극마크를 달아 국가대표팀에서 생활한 지 8년이나 됐다. ‘신태용호’ 평균 연령은 27.87세로 4년 전 브라질 대회(25.96세)보다 두 살가량 많다. 지난 9차례 월드컵 대표팀 평균 연령인 27.3세보다도 많다. 그런데 A매치 경험치는 평균 27.9경기에 불과하다. 한국 축구가 얼마나 젊은 피를 발굴하고 중용하는 데 인색했는지를 느끼게 한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승우의 경쟁력만 봐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대표를 거쳐 이제 갓 성인 무대에 데뷔한 그는 생애 처음 A대표팀에 합류했으나 존재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국내 평가전에서 형들과 시너지를 내며 남다른 재능을 입증했다. 월드컵 본선에서조 2경기(스웨덴, 멕시코)를 뛰면서 경험을 쌓았다. 한국 축구는 23세 이하 선수에 대한 편견과 제한이 크다. K리그에서 5년 전부터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두고 있지만 핵심 자원으로 뛰는 숫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성인 무대에 필요한 경험과 체격 조건 등을 이유로 늘 경쟁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 특급 유망주를 제외하면 태극마크를 달아도 주전급으로 뛰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연령별로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을 두고 일찌감치 프로의 자세를 심는 유럽은 다르다. 이번 대회 프랑스의 핵심 공격수로 뛰는 킬리앙 음바페나 잉글랜드의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 등은 이승우와 동갑내기다. 심지어 이승우보다 한 살 어린 호주의 다니엘 아르자니(19세5개월)는 이번 대회 최연소 선수로 조별리그 3경기 모두 교체로 뛰면서 맹활약했다.

한국 역시 젊은 유망주의 A대표팀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곧 우리가 바라는 장기적 플랜과 맞닿아 있다. 인적 자원의 규모 차이는 있지만 독일의 경우에도 젊은 피를 적극적으로 중용한 효과가 요아힘 뢰프 감독 체제를 12년 넘게 장기적으로 움직인 동력이 됐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평균 연령 25.3세의 젊은 팀을 구성한 뒤 3위를 차지했고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이어 2014 브라질 대회 우승으로 결실을 봤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는 내적 변화에 둔감했던 탓에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세대교체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굵직한 메이저 대회가 세대교체로 팀이 거듭나는 계기가 된다. 우리에겐 늘 아시안컵이 경계선이다. 아시안컵은 월드컵 본선 6개월 뒤 열리는 특성으로 대회마다 지향점을 두고 고민이 컸다. 세대교체의 기회로 삼아야 하느냐, 성적에 초점을 둬야 하느냐다. 이면엔 월드컵 성적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직전 월드컵 성적이 좋으면 일부 베테랑이 중심을 잡고 새 얼굴을 적극적으로 중용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이 그랬다. 직전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성공하면서 마음이 가벼웠다. 당시 18세 손흥민, 20세 지동원, 21세 윤빛가람, 22세 구자철 등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뤘다. 평균 24.8세로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27.5세)보다 훨씬 젊은 세대로 도전했다. 비록 우승은 아니었지만 수준급 경기력으로 3위를 달성했다. 이 세대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거쳐 지금까지 한국 축구의 중심축이 됐다. 반면 월드컵 성적이 좋지 못하면 아시안컵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실상 도전적인 세대교체가 어렵다. 지난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선 이정협 등 신선한 얼굴이 있었지만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았다. 당시 세대교체 실패가 이번 대회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손흥민과 기성용 두 중심 선수에게 의존하는 축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포토] 조현우, 멕시코전에서도...?
조현우 등 축구대표팀의 선수들이 지난달 22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멕시코와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공식훈련을 소화하고있다. 로스토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역시 우리의 목표는 58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놓쳐서 안 되는 건 4년 뒤에 웃는 것이다. 대폭 변화는 아니어도 은퇴를 시사한 기성용, 구자철 등이 포진한 2선과 4년 내내 주전 요원을 만들어내지 못한 수비진은 확실하게 재편해야 한다. 다행히 월드컵을 통해 손흥민~김영권~조현우처럼 공수에서 뼈대 구실을 할 자원이 굳어졌다. 이들과 시너지를 내고, 감독의 색깔을 대변할 젊은 자원을 뚝심 있게 선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더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최근 아시안컵 우승팀이 출전하던 컨페더레이션스컵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줄어들 수 있다. 아시안컵에 이어 내년 여름 안방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까지 세대교체의 장으로 삼는다면 카타르를 겨냥한 인재풀을 극대화할 수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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