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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기성용과 정우영이 5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슈타인베르크 경기장에서 전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레오강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신태용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을 많이 드러냈다. 선수들의 컨디션부터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을 교훈 삼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직속 국가대표팀 지원실을 만들고 러시아 월드컵 총력전을 펼쳤으나 선수들이 불만을 제기할 정도로 곳곳에서 구멍이 ‘숭숭’ 뚫렸다. 특히 본선 직전 평가전과 사전 캠프 및 베이스캠프 선정 등을 두고 태극전사들이 직격탄을 날렸다.

◇ 부실한 평가전

신태용호는 지난 5월21일 최종 소집 훈련을 시작한 뒤 4차례 평가전을 펼치고 러시아에 들어갔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일주일에 두 경기하는 패턴이 있어 A매치도 이렇게 짰다”고 밝혔다. 5월28일 대구에서 온두라스전을 하고 6월1일 전주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맞붙었다. 6월7일과 11일엔 각각 볼리비아와 세네갈을 오스트리아 전훈 기간 도중 불러 들였다. A매치 상대팀 수준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온두라스는 북중미최종예선에서 4위를 차지해 아깝게 러시아행에 좌절된 팀이었으나 한국에 올 땐 주축 선수 5명을 제외하고 1.5군으로 왔다. 한국이 2-0으로 이겼으나 ‘수준 논란’이 바로 불거졌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한국을 3-1로 눌렀으나 역습 위주 경기 운영으로 이겨 신태용호의 월드컵 모의고사에 도움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남미 꼴찌 볼리비아는 한국전 전날 10시간 이상을 날아오는 등 경기를 치를 자세가 부족했다. 한국은 그런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겼다. 비공개 A매치로 벌인 세네갈전만 아프리카를 대표해 월드컵에 출전한 팀이란 점에서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주도권이나 볼점유율이 뒤지는 ‘언더독’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보다 강한 팀과 붙어야 본선과 비슷한 전술 운용을 실험할 수 있다. 주장 기성용은 “세네갈은 스피드와 기술이 상당히 뛰어나고 빅리그 소속 선수들도 많다”며 “스웨덴과 월드컵 1차전을 하기 전에 이런 경험이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세네갈전을 통해 많이 배웠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이동과의 전쟁

끝없는 이동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신태용호는 파주에서 소집한 뒤 대구와 전주에서 A매치를 했다. 오스트리아 전훈 때는 캠프지 레오강에서 2시간 거리인 뮌헨 공항을 놔두고 6시간이나 먼 빈 공항을 선택해 장거리 이동을 자초했다. 레오강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인 인스브루크에서 볼리비아전을 치러 경기 전날 인스브루크로 간 다음 숙박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잔디와 전광판 보수 공사에 들어가다보니 국내 A매치 때 다른 경기장을 찾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피로가 쌓일대로 쌓인 태극전사의 러시아 월드컵 전 지친 몸상태를 고려하면 불필요한 움직임이 너무 많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빈~레오강 6시간 버스 이동은 난센스였다는 평가다. 구자철이 독일전 뒤 토로한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의 아쉬움 중엔 ‘이동과의 전쟁’이 있었다. 그는 “이동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무릎도 조금 아팠고 힘든 체력 훈련도 있었다”며 잦은 이동이 컨디션 유지에 악영향을 미쳤음을 밝혔다.

◇ 베이스캠프 선정과 경기 도시 현장 파악

월드컵 기간 중 태극전사 숙소인 베이스캠프에서도 문제점이 나왔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이과수 만큼은 아니었지만 1~3차전 경기 개최도시와 비교할 때 선수들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는 이의 제기가 있었다. 신태용호가 베이스캠프로 낙점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영상 15도 안팎의 한가을 날씨였다. 비까지 내리면 겨울 느낌까지 날 만큼 쌀쌀했다. 대표팀은 이에 대비해 의류 등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오후 11시30분에나 해가 지는 ‘백야’에도 대비, 호텔에 암막 커튼을 설치했다. 그러나 2차전이 열린 로스토프 나도누, 3차전이 벌어진 카잔은 한국의 한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할 만큼 덥고 습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로스토프와 카잔의 경우 6월 최고기온이 25도 안팎이 될 것으로 조사했으나 결국 틀린 셈이 됐다. 여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기 1~2일전 전세기 이동을 계속하다보니 피로를 얘기하는 선수도 있었다. 한국이 경기 치를 도시 중 한 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비행기 이동을 최소화했다면 어땠을 까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년 뒤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는 나라가 작은 만큼 전세기 이동은 없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11월에 개최되기 때문에 대표팀이 초겨울 중동 날씨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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