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배우 김희애(51)는 '국민 배우'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배우 중 한 명이다. 올해로 데뷔 34년 차를 맞은 그는 신인 시절부터 현재까지 연기력은 물론, 자기 관리에도 어떤 잡음도 없이 올곧은 궤적을 그려왔다.


김희애는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전하고 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맞선 위안부 할머니들과 이들을 위해 함께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관부 재판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극중 위안부 할머니들의 재판을 지원하는 사업가인 실존 인물 김문숙 여사로 분했다. 캐릭터와 혼연일체되기 위해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 대사를 완벽하게 준비하며 연기 변신을 꾀했다. 10kg 가까이 증량하는 열의도 보였다. 평소 몸매 관리에 힘을 쏟는 김희애에게는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터. 왜 그가 명배우로 불리는지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희애는 고등학생 시절 학생복 모델로 연예계 활동에 시동을 걸었고 17세였던 1984년 영화 '스무해의 첫째 날'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KBS '여심'에서 자신의 삶은 뒤로하고 어머니로서 헌신하며 살아가는 송다영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고 그해 KBS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1991년 MBC '산 너머 저쪽'을 통해 그해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 최연소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나이 24세였다. 김희애는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캐릭터 명애를 표현하기 위해 과감하게 짧은 커트 머리로 변신해 열연했다. 드라마가 사랑받으면서 김희애의 머리 스타일은 젊은 여성들에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도 했다.


1992년 MBC '아들과 딸'을 통해 다시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은 시청률이 61%까지 치솟으면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김희애는 '후남'이라는 캐릭터로 분해 남아선호사상을 갖고 있는 가정에서 겪어야 하는 고충을 그렸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열연을 펼쳐 MBC연기대상에서 또 한 번 대상을 수상했다. 제29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TV 부문 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까지 품에 안으며 연기 인생을 꽃길로 꾸몄다.


이듬해 MBC '폭풍의 계절'에서 고(故) 최진실, 임성민과 주연을 맡아 자유롭고 도발적인 캐릭터 홍주로 변신해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전작 캐릭터 '후남' 미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김희애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1995년 세 여자의 일과 사랑을 그린 MBC '사랑과 결혼'에서는 김혜수, 이영애와 출연하며 1990년대 브라운관 트로이카로서 빛나는 존재감을 보였다.


1996년에는 벤처 기업인 이찬진 씨와 웨딩 마치를 울리며 가정을 꾸렸다. 인생 제2막을 활짝 연 김희애는 출산과 육아로 공백기를 가지다가 2003년 KBS2 '아내'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한 남자를 두고 삼각관계에 빠지는 복잡 미묘한 인물 김나영 역으로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펼쳤다.


같은 해 SBS '완전한 사랑'에서는 난치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당차고 강인한 주부 하영애로 변신해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셨다. 폭 넓은 감정 연기로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 김희애는 2004년 제4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여전한 저력을 보였다.


2004년 KBS2 '부모님 전상서'에서는 시집의 구박을 받아도 열심히 살아가는 심지 깊은 30대 주부 안성실로 분했다. '완전한 사랑'에 이어 '부모님 전상서'에서도 김희애와 호흡한 김수현 작가는 캐스팅 이유에 대해 "나는 베스트를 원한다. 김희애는 작가가 의도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신뢰감을 표했다. 김희애는 대중은 물론 작가에게도 존재감만으로도 믿음을 주는 배우로 거듭나있었다.


2007년 SBS '내 남자의 여자'에서는 표독한 팜므파탈 캐릭터 이화영 역을 맡아 악역을 소화했다. 친한 친구의 남편을 빼앗는 불륜 연기를 실감나게 선보였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였지만 김희애의 완벽한 연기 변신에 작품은 순항했고, '내 남자의 여자는' 그에게 SBS연기대상에서 대상, 10대 스타상을 안겼다.


2012년 JTBC '아내의 자격'에서는 이웃집 남자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가정 주부를 연기해 격정 멜로 연기를 펼쳤고 2014년 JTBC '밀회'에서는 유아인과 19세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파격 로맨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캐스팅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이건 특급 칭찬이야", "나 지금 너 아주 무섭게 혼내준 거야" 등의 명대사와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13년에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를 통해, 배우 김희애가 아닌 인간 김희애의 모습을 여과없이 발산했다. 여행 가기 전 캐리어를 챙기며 콧바람을 부르는 소녀 같은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다양한 음식을 털털하게 먹는 모습으로 이른바 '잡식 소녀'에 등극,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승기를 도우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반전 매력으로 도도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지워내며 신선함을 안겼다.


지난달 24일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스페셜 MC로 출격해 다시 한번 솔직한 매력을 발휘해 주목받았다. 피부 비결에 대해 "최소 2주일에 한 번은 병원을 가려고 한다"며 답하고, 연년생인 두 아들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처음에는 참다가 어느 순간부터 제어가 안돼 폭발을 할 때가 있더라"며 여느 어머니들과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결혼 23년 차에 접어든 그는 남편 이야기도 꺼냈다. "부부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어디 있겠나"면서 "저는 불만을 참다가 나중에 얘기하곤 하는데, 남편은 '왜 이제 얘기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바로 얘기하면 '잔소리한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평범한 주부로 돌아간 김희애의 털털한 매력은 높은 시청률을 이끌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 미디어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우새' 1부 시청률(전국 기준)은 20.7%, 2부는 22.8%를 기록했다. 2일 방영분에서도 모벤져스와 케미를 선보인 김희애는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청춘스타에서 어느덧 중견 배우로 접어든 김희애. 하지만 어김없는 열일 행보는 여전히 그는 연기가 고픈 천생 배우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려하게 채워간 필모그래피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연기 열정에 솔직한 면모도 갖췄으니, 김희애는 대중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의 소유자다. 그만의 색깔은 앞으로도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한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SBS 방송화면 캡처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