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2004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 결승 단국대-<영남대>의 경기 MVP 단국대 오승환 투수(야구선수).(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정말 심각합니다. 도와주세요.”

대학야구의 고사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스포츠서울 보도(

6월 25일자 본지 10면 참조

) 후 각 대학 감독과 학부모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들의 주장은 ‘학습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휴식권 보장도 필요하다’로 압축된다. 열악한 재정지원도 문제이지만 대책없이 시행한 주말리그 제도가 선수들을 이도저도 아닌 학생으로 전락시킨다는 주장이다.

감독과 학부모의 화살은 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로 모일 수밖에 없다. 한국대학연맹이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없고 총장협의회가 실질적인 최상위 기관이기 때문이다. 동국대 이건열 감독은 “수도권 구장 확보나 국제대회 예산배정이 왜 이뤄지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총장협의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을 두드렸지만 서로 떠넘기기만 하더라. 문체부에서는 총장협의회 결정이라고 말하고 협의회는 정부 지침이라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일을 저지른 집단은 있지만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주장이다. 이 감독은 “대학 감독을 떠나 야구인 선배로 후배들이 처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싶어 이리저리 뛰어 다녔지만 ‘긁어부스럼 만들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비난만 받았다”고 한 숨 지었다. 대학감독 중에서도 이견이 있다는 의미다.

전국대학 야구 춘계리그
2001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 성균관대 우승.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각 대학에 지원금을 집행하는 기관이 총장협의회라 소위 눈밖에 나면 예산 집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대학 감독은 “협의회 결정에 반기를 들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서면 예산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감독도 학교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마냥 항의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졸업반이 되면 학생도 선수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에 그친다. 이런 분위기가 되니 대학 진학 후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각 대학 감독들이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진짜 이유다.

선수출신 단장과 프로구단 스카우트도 대학야구의 부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KIA 조계현 단장은 “대학야구는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 중 하나다. 10개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고교 졸업생들로는 부족하다. 고교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대학에 가서 기량을 끌어 올리는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판왕’으로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평정한 오승환(토론토)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교 시절 학교 야구부 해체와 팔꿈치 부상 등으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오승환은 대학 4년 동안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시간을 벌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 했다. 대학야구가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패배자들의 집합소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게 프로 구단 관계자들의 견해다.

전국대학 야구 추계리그
2004 전국대학야구추계리그에서 고려대 투수 신동천과 서울대 타자 신동걸이 형제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스포츠서울DB)

공부하는 학생 선수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과 커리큘럼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교때부터 전문 야구인(프로) 생활 체육인(심판 기록원 등) 취미(일반 사회인) 등으로 등급을 나눠 진학을 지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학에서도 일반 학생들과 똑같은 교과과정이 아닌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교과과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은 “야구 선수들은 전문 기술자로 생각해야 한다. 공대생들에게 정서 함양을 위해 방과 후 악기 연주를 배워 주말 마다 발표회를 하라고 강요한다면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특기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강의 커리큘럼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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