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김희애는 스스로 더이상 꽃이려 하지 않았다. 아름다움을 포기했다는 말이 아니라,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더 큰 나무로 자리매김하려 했다.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의 여주인공으로 나서는 김희애는 영화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여배우로서 지금에 이른 스스로의 삶에 만족해했다.◇타고난 지성미? 지적인 사람 좋아해요, 홍진영 같은

80~90년대 많은 여배우들 중에서도 김희애는 유독 이지적인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런 역을 많이 맡기도 했다. 캐릭터에 갇히는 부담감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에 김희애는 “재능도 타고나는 것처럼 지성미도 타고나는 건지,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나 스스로도 ‘왜 생기는거지? 공부도 못했고,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하며 생각해보기도 했다. ‘가식적으로 행동했나’ 생각도 해봤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그런데 지금은 해답을 찾은 듯했다. “제가 지성인을 좋아한다. 지성을 좋아한다. 제가 만나는 여자고 남자고 지적으로 멋진 사람 좋아하고, 지금도 공부한다. 공부할수록 겸손해지고 존경할사람 많다. 할수록 공부가 어렵다. 그런데 공부한 사람들은 표도 안나고, 밝고 명랑하다.”

그러면서 곧바로 가수 홍진영을 꼽았다. “그렇게 밝고 에너지가 좋을 수 없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더니 홍진영이 박사학위 소유자라는 말에 “거봐요~”라며 “공부 많이 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그렇게 티 안내고 산다”며 칭찬을 했다.

그러면서 다시 자신의 지성미 이야기로 돌아오더니 “난 지성미로 혜택을 많이 봤다. 주체적인 캐릭터 많이 맡았다. 단점보다는 배우로서 두두러지는 개성의 역할 맡았다. 내가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감사해 했다.

김희애

◇하루도 멈추지않고 저축처럼 사는 일상, 해보면 중독돼

지금도 공부를 한다니 요즘은 어떤 공부를 할까 궁금했다.

김희애는 “나는 하루살이 삶을 산다”면서 “10년 20년을 내다보기보다는 매일매일 나 스스로 주는 과제와 숙제가 있다. 배우가 아닌 일상에서 저만의 루틴이 있다. 그걸 매일매일 멈추지 않고 저축처럼 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다. 하루쯤 멈출수도 있는데, 하루도 빼놓지 않는게 10년 20년 후의 나를 채우는거라 생각한다. 너무 멀리 보지 않는다. 마라톤의 끝을 생각하는게 아니라 한발한발 나아간다”고 그저 방법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또, “물론 재밌어야 한다”면서 “‘일일일책’이라는 책을 봤는데. 너무 저랑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나는 하루 책한권은 못 읽지만, 너무 비슷해서 통쾌했다. 재미있지 않으면 못한다. 자기인생에서 할수 있는 분량을 만들어서 하면 할수 있다. 그건 경험해 보면 중독이 된다. 그건 누가 시켜서 될수없다”고도 했다.

그렇게 살기 시작한 건 오래되진 않았다고 했다. “한 10년쯤 된 것 같다”면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거 같다. 20대 때도 힘들었던게 기억나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가 았다. 그렇게 살아봤더니 별거 없다. 지금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나이가 드니까 시간이 빨리가니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잠시도 허투로 안보낸다”고 했다.

그런 김희애에게 만일 지금 33살이라면 어떤 삶을 살지 물었다. 그는 “공부를 좀더 하겠다. 신선한 머리로 배우는게 남는거니까. 인간으로서 30대면 5개 국어도 할 수 있을거 같다. 33살부터 계속 하면 얼마나 잘하겠나. 우리가 5개국어 3개국어 한다면 멋지않겠나. 33살이라면 적어도 3개국어쯤 배우겠다”며 활짝 웃었다.

cho@sportsseoul.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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