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철 1번홀 드라이버 티샷 최민철
최민철이 1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천안=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골프계의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최민철(30·우성종합건설)에게는 아버지가 두 명이다. 낳아주신 친아버지와 골프선수로 키워주신 양아버지다. 그만큼 사연과 곡절이 많다. 14살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던 그는 가세가 기울면서 귀국해 스카이72에서 연습생 생활을 해야했다. 그곳에서 세미프로 자격을 딴 뒤에 연습생을 그만 두고 투어 프로 준비에 들어갔으나 2006년 친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골프를 그만두어야 했다. 그때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이 연습생 생활을 같이 했던 4살 위 선배였다. 그를 친동생처럼 아꼈던 선배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동생 하나를 더 키우는 셈 치고 (최)민철이를 입양해서 키워달라”고 졸랐다. 아들의 닥달에 사정을 알아보고자 최민철의 집의 찾았던 선배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인해 휠체어 생활을 하는 딱한 사정을 모른척 할 수 없었다. 호적을 파가도 좋으니 잘 키워달라는 부탁을 받은 선배의 아버지는 이때부터 최민철을 집으로 데려갔고 양아버지가 되어 지금까지 친아들과 함께 골프선수로 키우고 있다. 둘째 아들 최민철을 응원하기 위해 24일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코오롱 제61회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 4라운드가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7328야드)를 찾은 양아버지 장상호(55)씨는 “당시 민철이네의 딱한 사정을 보고 양아버지가 되어 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아들 둘을 골프선수로 키우는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밖에서 바람을 피워 아들을 낳아 집으로 들여왔다는 주변의 오해에 마음고생도 심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면서 “지금 아들 둘이 친형제 이상으로 우애가 깊고 골프 선수로 나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웃사이더’ 최민철이 생애 첫 우승컵을 두 명의 아버지에게 바쳤다. 최민철은 24일 코오롱 한국오픈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내셔널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2위 박상현(35)을 2타차로 따돌린 최민철은 자신의 첫번째 우승컵을 그것도 특급 대회에서 들어올리며 한국골프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은 최민철은 상금랭킹 3위(3억2381만원)로 뛰어올랐고, 이 대회 1, 2위에 주는 디오픈 출전권까지 손에 쥐는 골프 인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2011년 코리안투어에서 데뷔한 최민철은 지난해까지는 철저한 무명 선수였다. 형편상 레슨과 투어를 병행하느라 많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매년 시드를 잃었지만 2017년까지 무려 7회 연속으로 시드전에 도전했고, 모두 통과하는 저력을 보였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최민철은 지난해 우승은 없었지만 마지막 3개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대상포인트 7위(톱10 6회, 상금 2억 5796만원)에 올라 처음으로 시드전을 치르지 않고 1부투어에 남았다. 신장이 170㎝로 작지만 다부진 플레이로 ‘작은 거인’으로도 불리기도 하는 최민철은 올해는 투어에만 전념했고 마침내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2타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최민철은 3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며 잠시 최호성(45)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지만 6번홀(파4) 버디로 다시 단독 선두로 나섰다. 최민철은 후반들어 펄펄 날았다. 10번(파4), 11번홀(파4) 연속 버디로 4타차 선두로 달아나면서 우승을 예감했다. 16번홀(파3)에서 그린을 놓친 바람에 1타를 잃어 5타를 줄이며 무서운 추격전을 벌인 박상현에게 1타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m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마침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에 도전한 박상현은 2타가 모자라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박상현은 준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받아 가장 먼저 시즌 상금 5억원을 돌파하며 상금랭킹 1위(5억4880만 원)를 굳게 지켰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박상현은 1위로 올라섰고 2위까지 주는 디오픈 출전권도 손에 쥐었다. 문경준(36)과 김경태(32)가 공동3위(6언더파 278타)를 차지했고 독특한 폼 때문에 ‘낚시꾼 스윙’으로 화제를 모았던 베테랑 최호성은 공동5위(5언더파 279타)에 자리했다.

유인근기자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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