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삼척=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 이제 다들 뜨거운 불볕더위를 피해 달콤한 여름휴가를 꿈꾸는 시기다. 눈부신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 깊은 숲속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계곡. 생각 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름난 여행지에선 자칫 고행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강원도 심심산골 정선과 태백, 삼척은 호젓하게 즐기는 가족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심산유곡을 품은 천혜 자연환경은 휴식과 힐링을 선사하고, 관광자원으로 되살아난 폐광촌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흥과 감성을 채워준다. 여기에 마치 천연 에어컨을 켜 놓은 듯한 청량하고 선선한 공기는 보너스. 그 덕에 지긋지긋한 여름 불청객 ‘모기’와도 이별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강원도 남동부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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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덕우리 대촌마을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그림같은 풍경의 정선 대촌마을

정선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덕우리 대촌마을’은 하늘로 치솟은 뼝대(절벽의 강원도 방언)와 휘감아 도는 물길이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

연산군 아들 ‘이황’이 중종반정으로 이곳으로 쫓겨와 귀양살이를 했던 곳이라 세자마을로도 불린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와 원빈·이나영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해졌지만 그전까지는 외지인은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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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우리 대촌마을. 개울 건너편에 육각정자 반선정‘이 그림처럼 자리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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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천을 건너면 사람 키보다 높이 자란 밀밭이 드넓게 펼쳐진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마을 들머리에 접어들자 차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농로가 마을까지 이어진다. 십여 분 걸으면 개울(어천)이 나타나고 건너편에는 육각 정자 ‘반선정’이 그림같이 자리했다. 징검다리로 개울을 건너면 푸른 밀밭이 드넓게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을 마주한다. 지난 2015년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했던 바로 그 밀밭이다. 밭을 가로지르면 다시 물길과 함께 아홉 폭 병풍을 둘러친 듯 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절벽 ‘구운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운병이 펼쳐진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100여m를 가면 두 번째 징검다리를 만난다. 물돌이가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지형은 신비감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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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폭 병풍을 둘러친 듯 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절벽 ‘구운병’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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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보이는 뼝대(절벽)가 바로 ‘재월대’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징검다리 왼쪽으로는 구운병이 내달리듯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하늘 높이 치솟은 뼝대 ‘재월대’가 턱 하니 버티고 섰다. 시계가 없던 옛날엔 재월대에 달이 걸리고 넘는 방향과 높이에 따라 시간을 가늠했다고 한다. 높은 뼝대와 물길로 둘러싸인 마을은 아늑하게 고립됐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마을엔 물소리와 새소리만 가득할 뿐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마치 사바(娑婆)를 벗어나 정토(淨土)로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평온하다.

마을길은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이다. 또한 시시각각 펼쳐내는 예사롭지 않은 풍광은 자연스레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없이 평온한 마을길은 자연을 벗삼아 걷는 사색과 치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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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방치 스카이워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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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치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대촌마을 인근에 자리한 전망대 ‘변방치 스카이워크’는 동강의 비경과 한반도 지형을 닮은 물돌이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절벽에 매달려 있는 전망대는 U자 모양의 바닥에 투명 강화유리를 깔아놓아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입장료 2000원. 스카이워크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나무 데크 전망대와 쇠줄을 타고 1.1㎞를 활강하며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짚와이어’ 시설도 만날 수 있다.

◇하늘길 운탄고도(運炭古道)

‘운탄고도(運炭古道)’는 이름 그대로 과거 석탄을 나르던 옛길을 말한다. 1960~80년대 만항재에서 함백역(40㎞)까지 쉴 새 없이 석탄을 나르던 길로 탄광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린 길이기도 하다. 석탄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잊혀졌던 글은 수백여 종 야생화와 희귀 고산식물이 자라는 아름다운 생태길로 되살아났다. 특히 이곳은 탄광문화로 인해 생겨난 다양한 풍광을 접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도롱이 연못’ 이다. 도롱이 연못은 탄광 갱도가 무너져 내리면서 생긴 산중 연못으로 과거 광부의 아내들이 연못에 사는 도롱뇽의 움직임을 보고 남편의 무사함을 점치고 무사귀환을 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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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를 가득 채운 ‘샤스타데이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아름다운 야생화가 융단을 펼친 ‘하늘길 카트투어’

야생화를 만나는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은 바로 하이원리조트가 운영하는 ‘하늘길 카트투어’다. 약 50분 동안 전동 카트를 타고 눈이 녹아내린 스키장 슬로프를 수놓은 야생화 군락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슬로프를 오르다 보면 형형색색의 야생화 군락이 펼치는 화려한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슬로프를 가득 메운 ‘샤스타데이지’는 그야말로 압권. 끝도 없이 펼쳐지는 새하얀 꽃이 마치 한겨울 눈 덮인 슬로프를 연상시킨다.

야생화가 펼치는 이국적 정취에 너도나도 탄성을 쏟아내며 인증샷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 고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자 호사다. 본격적인 여름인 7~8월에는 원추리를 비롯해 해바라기, 춘자국이 펼치는 노란 물결과 꽃유와 비연초, 갈퀴꽃이 펼치는 보랏빛 물결이 동시에 휘몰아 친다. 9~10월에는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를 필두로 메밀꽃, 부처꽃 각시투구꽃이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위해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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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 추추파크의 중심건물 ‘추추 스테이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가족놀이터 ‘하이원 추추파크’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자리한 ‘하이원 추추파크’는 국내 최대규모의 철도테마파크다.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16.5㎞ 폐선과 폐역 등 지역의 철도 유산을 활용해 만든 철도 체험형 복합 리조트다. 중심건물인 ‘추추 스테이션’은 기차역처럼 매표소와 대기 공간, 식음 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2층에는 증기기관차 목형과 다양한 철도 소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관이 마련됐다. 추추파크에서 즐길 수 있는 시설로는 레일바이크를 비롯해 추억의 증기기관차 ‘스위치백 트레인’, 미니 트레인 총 3가지다. 원래는 산 경사면을 타고 오르는 스위스형 산악열차 ‘인클라인 트레인’도 있으나 수리 중이라 현재는 이용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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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경사면을 타고 오르는 스위스형 산악열차 ‘인클라인 트레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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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증기기관차 ‘스위치백 트레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추억을 소환하는 ‘스위치백트레인’이다. ‘스위치백트레인’은 경사가 가파른 산악지역을 한 번에 오를 수 없어 지그재그 형태로 운행하는 열차를 말한다. 1963년 국내에선 유일하게 영동선 도계역~나한정역~홍전역~통리역 구간에 설치됐다가 2012년 6월 솔안터널 개통으로 더 이상 정규열차가 다니지 않는다. ‘스위치백트레인’은 추추스테이션을 출발해 나한정역까지 약 6.8㎞ 구간을 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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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하게 꾸민 스위치백 트레인 내부가 이채롭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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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영화 ‘지금 만나러 갑시다’의 촬영지 ‘신포리역’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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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정역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소요시간은 약 100분. 증기기관차 모양으로 꾸민 외관과 아기자기한 내부는 추억의 감성을 자극한다. 강원도 산악지대를 내달리는 열차가 쏟아내는 절경도 볼거리다. 여기에 센스있는 승무원의 선곡은 화룡점정. 객실 승무원이 승객들의 연령대를 고려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 또한 기차가 잠시 멈춰서는 신포리역은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영화 ‘지금 만나러 갑시다’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또한 세상을 떠났던 수아(손예진 분)가 가족과 재회하는 장소인 터널도 바로 신포 7터널이다.

레일바이크는 국내 최고 속도와 거리(7.7㎞)를 자랑한다. 3%의 내리막 구간으로 페달을 밟지 않아도 평균시속 20㎞로 씽씽 내달린다. 산악과 협곡, 아름다운 불빛이 수놓아진 12개의 터널 등 다양한 볼거리도 매력이다. 해발 720m 태백산 정상에서 누리는 최고의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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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잘 곳=하이원 추추파크는 놀이시설 못지않게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췄다. 빌라 형태의 단독형 숙박시설인 ‘네이처빌’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시다’의 감동과 여운을 느껴볼 수 있다. 주연 손예진과 소지섭이 머물렀던 1, 2호실에는 영화 포스트와 액자, 영화 장면을 인쇄한 머그잔을 비치해 놓았다.

네이처빌
네이처빌

큐브빌
큐브빌

경사면을 살린 루프 가든 빌라 ‘큐브빌’은 2가족이 쉴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쾌적한 공간이 특징이다. 기차객실을 활용한 이색숙소 ‘트레인빌’도 원룸 형태로 꾸며진 깔끔한 실내가 인상적이다. 이밖에도 미인폭포와 심포협곡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친환경 오토캠핑장에는 31개 사이트와 함께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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