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스페인
이란 축구대표팀의 라민 레자에이안이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2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이스코의 공을 빼앗고 있다. 출처 | 러시아월드컵 공식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모로코를 침몰시킨 데 이어 ‘무적 함대’ 스페인까지 위협한 이란의 ‘늪 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의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스페인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2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디에고 코스타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스페인은 전반전에는 이란의 숨 막히는 수비 축구에, 후반전에는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에 고전했다. 코스타의 골이 없었다면 자칫 16강 진출에 노란불이 켜질 수도 있었다.

앞서 이란은 지난 16일 이번 월드컵 최고의 복병으로 꼽혔던 모로코와 B조 1차전 경기에서도 조직력을 앞세운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경기 내내 상대를 괴롭혔다. 상대 공격을 무력화하는 거칠면서도 끈끈한 수비가 빛을 발했다. ‘늪 축구’라는 별명을 얻은 이란의 이러한 전술은 결국 후반 추가 시간 아지즈 부하두즈의 자책골을 유도해 승리를 끌어내며 빛을 발했다.

스페인과 경기에서도 이란은 예상대로 경기 시작부터 모든 선수를 하프라인 아래로 내리며 수비적인 전술을 펼쳤다. 역습을 할 때는 발 빠른 공격수들을 앞세워 위협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다가도 공격권을 뺏기면 모든 선수가 수비에 가담했다. 6명의 선수가 최후방 라인을 이뤘고 최전방 공격수 아즈문까지 수비를 지원했다. 전반전이 계획대로 0-0으로 마무리되어가자 시간 끌기도 마다치 않았다. 전반 38분부터 에흐산 하지사피와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라민 레자에이안이 차례로 쓰러지며 시간을 벌었다. 후반 9분 실점한 후에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17분에는 기어코 동점골을 만들어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져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에도 스페인의 골문을 여러 차례 위협해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감독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으나 결국 경기는 스페인의 1-0 승리로 종료됐다.

이란은 스페인을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낼 기회를 아쉽게 놓쳤지만 1차전에서 승리를 챙긴 만큼 여전히 16강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스페인전에서 ‘늪 축구’가 경쟁력을 보인 만큼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같은 전술로 나설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이러한 전술을 ‘안티 풋볼(수비 위주의 축구 전술을 비판하는 용어)’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노골적인 시간 끌기까지 병행된다는 점이 특히 비판의 주를 이룬다. 반면 월드컵 무대에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아시아 팀들의 ‘생존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시간 지연 역시 축구의 한 부분이고 결국 남는 것은 결과라는 주장이다. 결론이 나지 않을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조용히 오는 26일 고국 포르투갈을 잡을 늪을 구상하고 있다.

daerye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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