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구자철, 4-3-3은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구자철이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회복 훈련에 앞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상트페테르부르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대표팀은 스웨덴전을 마친 뒤 곧바로 전세기 타고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그리고 19일 멕시코전 대비 첫 훈련을 했다. 3경기 치르는 월드컵에서 첫 판 지는 것 만큼 힘 빠진 일이 없다. 훈련 전 연습장 옆 기자회견장에서 내·외신 인터뷰가 열리는데 평소 두 명이 하던 것과 달리 이날은 대표팀 미디어 담당관이 구자철 한 명을 대상 선수로 공지했다.

사실 이런 날은 누구라도 마이크 앞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말이 인터뷰일 뿐, 청문회 같은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그래서 스웨덴전에 제일 잘한 골키퍼 조현우나 죽을 힘을 다해 상대의 슛을 막아낸 김영권 등이 그나마 후보로 꼽혔다. 물론 둘은 스웨덴전 직전 인터뷰를 하긴 했다. 그래도 구자철은 의외였다. 전날 선발로 출전한 뒤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플레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왜 나선다고 했을까란 물음표를 안고 회견장에 들어섰다.

구자철이 마이크 앞에 서기까진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결국 고참급인 그의 희생이 있다고 봐야 한다. 누구도 이럴 때 선뜻 나서기 어렵다. 대표팀 관계자는 “그렇다고 인터뷰를 안 할 수는 없고 신 감독과 미디어 담당관이 상의를 거쳐 경험 많은 구자철이 어떻겠느냐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구자철도 나서겠다고 했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구자철은 4년 전 월드컵 때 주장이었다. 지금도 주장 기성용과 함께 월드컵과 올림픽, 유럽 무대 유경험자로서 팀을 리딩하고 있다. 고참이니까 회견장에 나오지 않겠다고 버티면 구자철 입장에선 편하다. 하지만 그는 위기에 빠진 팀을 위해 희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자철의 인터뷰는 기자가 보기엔 진심이 어느 때보다 많이 묻어 있었다. 평소 담담하던 그도 이날 만큼은 카메라 앞에서 울먹였다.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 4년 전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대표팀의 의지를 설명했다.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4주간 쉬는 날 없이 최선을 다해 왔다. 초점 뒀던 스웨덴전 결과를 따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 “팀으로 희생하고 준비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할 순 없다”, “난 4년 전 그런 일(알제리전 참패와 조별리그 탈락)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엔 국민들에게 환희를 선물하고 싶었다. 나도 첫 경기가 좋지 않았다. 비판은 개인적으로 감내하고, 다행인 것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후반기를 준비할 때 월드컵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긍정적인 순간을 꿈꿔왔다. 멕시코를 더 이기고 싶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멕시코와 독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빨리 일어서서 준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등의 표현으로 대표팀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설명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한 번 더 호소했다.

회견이 끝나 보도가 나간 뒤 구자철에 대한 비판이 또 불거졌다. 이 기사 밑에도 악플이 얼마나 달릴 지 모른다. 구자철도 아마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총대를 매고 마이크 앞에 선 것은 자신이 신태용호를 대표해 월드컵에 대한 선수들의 진심을 얘기하고, 스웨덴전의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한 명의 팬이라도 되찾기 위함 아닐까.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못 했다. 선수들이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만 쌓인 90분을 뛰고 말았다. 기자도 화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가장 비난 받는 선수가 두려움 없이 나섰다. 그렇다면 이젠 팬들도 한 번 더 신태용호를 지켜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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