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흥민, 상대 수비를 주렁주렁...
손흥민이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스웨덴전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뿌리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상트페테르부르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스웨덴전은 아쉬움을 넘어 화가 나는 경기였다. 우선 스웨덴의 실력이 별로였다. 물론 고정 멤버가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팀답게 공격에서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것은 있었다. 그러나 골결정력이 좋은 팀도 아니었고 우리 선수들의 수비벽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 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신태용호는 한 골 차로 진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 만큼 못했다. 조현우의 선방, 김영권의 투혼, 실점 뒤에도 똘똘 뭉쳐 싸운 태극전사들의 정신력, 그리고 딱 중동에서 뛰는 소속팀 수준이었던 마르쿠스 베리의 헛발질이 아니었다면 2~3골 더 내줄 뻔했다. 이름도 처음 들어봤을 러시아의 도시에서 응원전을 펼친 1000여명 팬들에게 크게 잘못한 날이 될 뻔했다.

사실 선수들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우리가 F조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팀인 것은 누구나 안다. 페널티킥 실점은 아쉽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가진 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한 무언가가 머리 속을 맴돌게 된다.

신태용호는 지난 해 8월 항해를 시작한 뒤 다채로운 포메이션과 전술을 그려나갔다. 4-2-3-1에서 시작하더니 4-4-2로 바뀌었고 3-5-2와 3-4-3도 실험했다. 그 중엔 좋은 답도 있었다. 손흥민을 전방 스트라이커로 올리고 황희찬이나 이근호 등을 그의 짝으로 붙인 4-4-2 포메이션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하지만 스웨덴전에선 4-5-1을 꺼내들어 결국 월드컵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한 셈이 됐다. 월드컵은 도박이 아니다. 선수들 얘길 들어보면 스웨덴전 라인업을 조각 조각 맞춰서 평가전 등에 실험하다가 비공개 A매치였던 지난 11일 세네갈전에서 본격 가동하고 일주일 뒤 스웨덴전에 활용한 것 같다. 스웨덴전의 태극전사들은 무언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축구계에서도 그런 의견이 있다. 몇몇이 부상으로 낙마했지만 손흥민, 황희찬, 기성용, 이승우의 재능을 살리고 한국 축구 특유의 근성과 기세를 보여주는 축구가 과연 이런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빈 공항에서의 6시간 버스 이동, 예상 외 강도 높은 체력 훈련, 이론과 실제가 달랐던 스웨덴전 구상…. 과연 우린 준비된 팀이었는지 궁금하다.

이젠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그래도 선수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는 그래도 중남미 팀들과 최근 잘 싸웠다. 신태용 감독도 잘 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멕시코를 이겼고, 이번 독일전에서 결승포를 넣었던 이르빙 로사노를 퇴장시켰다. 지난해 U-20 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를 이겼다. 신태용호가 지난해 11월 콜롬비아를 보기 좋게 이긴 것도 기억 난다. 월드컵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무대지만 우리 선수들이 스웨덴전의 아쉬움을 어떻게든 풀어낼 거라 기대하며 2차전 도시 로스토프로 갈 준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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