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볼가 강변의 니즈니 스타디움, 결전 앞두고 평화로운 모습!
한국-스웨덴전이 열린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은 볼가강과 오카강이 만나는 지점,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 옆에 세워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니즈니노브고로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니즈니노브고로드=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올림픽과 월드컵의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가 올림픽은 개최도시, 월드컵은 개최국을 선정하는 것이다. 올해 월드컵은 세계에서 면적이 가장 큰 나라 러시아의 11개 도시 12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론적으론 한반도와 인접한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로프스크도 개최 도시에 포함될 수 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과 조직위는 유럽 대륙으로 분류되는 우랄 산맥 서쪽 도시들로 한정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규모가 작은 중소 도시들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100여명의 취재진도 ‘모스크바’가 아닌 ‘러시아’에 감탄을 적지 않게 한다. 한국에서도 직항편이 다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신태용호의 베이스캠프를 유치하면서 러시아 제2의 도시를 넘어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얻고 있다. 도시가 갖고 있는 아픔도 잘 소개되고 있다. 취재진 숙소 앞엔 대형 기념탑이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100만여명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을 추모하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바로 앞 공원엔 사람들이 옛날에 파 놓았던 참호가 그대로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침공을 받았는데 독일은 다른 전선에 병력을 집중시키느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외부와 단절시키는 전략을 썼다. 강추위가 몰려들면서 사람들이 굶어죽고, 추위에 얼어죽었다. 그렇게 사망한 민간인 수가 100만명이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밧줄을 삶아 먹고, 쥐를 잡아 먹는 등 독일군의 무장이 풀릴 때까지 버티고 버틴 끝에 결국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일정에 전념하느라 도시를 돌아볼 수 없었지만 관광객들은 6월의 백야와 함께 이 도시의 역사와 낭만을 즐겼다.

한국이 스웨덴전을 치른 니즈니노브고로드 역시 아름다운 도시다. 경기가 열린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은 유럽에서 가장 길이가 긴 볼가강과 볼가강의 지류라고 할 수 있는 오카강이 만나는 합수부 바로 위에 세워졌다. 1200년대 몽골 제국에 의해 쑥대밭이 될 만큼 유서가 있는 니즈니노브고로드는 주말 밤 볼가 강변으로 몰려든 청춘 남녀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주의 대문호 막심 고리키를 기리기 위해 구 소련 시절엔 고리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가 사회주의 해체와 함께 니즈니노브고로드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니즈니’가 러시아어로 저지대란 뜻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도시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대표팀은 이제 2차전이 열리는 남부 로스토프 나도누, 3차전이 벌어지는 동쪽 끝 타타르 공화국의 카잔을 방문하게 된다. 한국이 경기하지 않지만 이번 월드컵엔 폴란드와 발트해 리투아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섬 같은 도시 칼리닌그라드에서도 경기가 열린다. 각각의 도시가 숱한 전쟁의 역사와 문화 유산을 갖고 있어 러시아의 진수를 맛보는 장이 된다. 이것이 올림픽이 아닌, 월드컵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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