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영화 인랑, 무대 인사드려요
배우 정우성, 최민호, 강동원, 김지운 감독, 한효주, 김무열(왼쪽부터)

[압구정=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타이밍이 절묘하다. 지난해 영화 ‘1987’이 촛불혁명 이후 개봉한 것과도 오버랩된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 남북이 휴전에서 종전으로 역사적 걸음을 뗀 시기에 영화 ‘인랑’이 관객을 찾아온다.

‘인랑’의 배경은 11년 후인 2029년.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하며 아시아의 신흥강자로 부상하는 모습을 그린다. 주변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무역봉쇄에 나선다. 한반도 내부적으로는 반통일 세력이 등장하며 갈등이 고조된다.

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김지운 감독은 1999년 애니메이션 ‘인랑’을 원작으로 남북통일의 시대로 접어드는 격동의 한반도를 실사화 했다.

[포토]김지운 감독

김 감독은 18일 압구정 GGV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영화적 상상으로 만들어냈다”고 하면서도 “시나리오 작업할 때 통일은 먼 이야기 같았는데, 이렇게 빨리 진전될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영화 ‘인랑’은 대통령 직속의 새 경찰조직 특기대와 기존 권력기관인 공안부, 그리고 반통일의 선봉 섹트와의 대결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그들은 각각 통일시대에서 현실로 도래할 세력간 충돌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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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러한 영화 ‘인랑’의 설정에 대해 ‘현실감’을 강조하면서도 “예민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운을 떼며 통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세상이 바뀌는 게 어떤 지도자 한 분이 바뀌어서 되는게 아니다. (권력을 행사하는)테크노크라트도 바뀌어야 한다. 통일은 민족의 과업이다”

김지운 감독의 전면적 변화를 전제로 한 “통일이 민족의 과업”이라는 말에 한국인이라면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청산 세력과의 대립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포토]영화 인랑, 김지운 감독

“그런데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한반도 긴장의 고착화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 그 구조안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세력들이다. 주변 강대국의 입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려는 세상, 옳은 길을 위해서는 청산하지 못한게 있다면 그 세력과 대결해야 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과거청산 실패로 인한 고통을 이미 수십년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김 감독의 청산 개념은 그 맥락과 맞닿아 있어 보인다.

김 감독은 그런 사고를 바탕으로 만든게 ‘인랑’이라고 했다. 단 현실감도 중요하지만, ‘인랑’의 내용은 ‘영화적 상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포토]정우성

사회적 문제에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 온 정우성도 통일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지운 감독과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함께 작업한 이력이 있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특기대 훈련소장 역을 맡았다.

정우성 역시 한반도 평화를 향해 급물살을 탄 현실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인랑이 극중 보여주는 설정의 현실화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 ‘강철비’에서는 북한 요원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배우 개인의 필모그라피로 보면 세계관이 연장선에 있다. 강철비도 그렇고 인랑도 그렇고, 현실이 벌어지기 전 상상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현실이 상상력을 앞서가고 있다. 인랑의 남북통일 위원회라는 설정이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희망과 기대가 펼쳐지는 시대다”

대개 상상이 현실을 이끈다. 그러나 지금의 한반도는 현실이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

[포토]영화 인랑의 출연진들
배우 정우성, 최민호, 강동원, 한효주, 김무열(왼쪽부터)

영화 속 ‘인랑’은 통일을 앞둔 혼돈의 시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정우성은 “불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필요가 없다”고 군걱정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영화같은 현실에 익숙해져 있다.

한편 영화 ‘인랑’의 원작은 1999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인랑’이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스칼렛 요한슨 주연으로 헐리우드에서 실사화 되기도 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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