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H_9035
손흥민이 17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전과의 경기를 앞둔 공식훈련을 소화하며 숨을 고르고있다. 2018.06.17. 니즈니 노브고로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망원렌즈로 쓰는 견문록] 손흥민은 잘 웃는다. 오죽하면 별명마저 ‘스마일 보이’일까. 미소를 자주 지으니, 사진 찍기도 좋다. 하얀 윗니를 드러내며 웃는 얼굴로 공을 차니,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좋은 그림이다.

월드컵 취재진이 축구대표팀을 따라다닌 지도 2주를 훌쩍 넘겼다.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시작된 대표팀의 훈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니즈니노브고로드까지 왔다. 장소를 옮기며 다양한 훈련이 진행됐지만, 손흥민의 일거수 일투족은 많은 미디어의 메인 메뉴. 그 중에서도 그의 미소는 전채 요리나 후식처럼 빠지지 않았다.

취재진에게는 다행인 일이다. 마네킨처럼 무뚝뚝한 스타는 질색, 손흥민처럼 잘 웃어주는 피사체가 미디어에겐 진짜 에이스다. 대표팀에 쏠린 비관적인 전망과 여론 속에, 그의 미소마저 없었더라면 뉴스 사진이나 방송 화면들은 얼마나 더 침울했을까.

그런 그가 웃음을 지웠다. 앙다문 입술에다 눈가에도 힘이 들어갔다. 무표정한 손흥민은 어색하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취재진의 카메라도 집중했다. 스웨덴과의 결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니즈니 스타디움에서다.

조별예선이 펼쳐질 경기장에 첫 발을 내딛는 훈련. 손흥민은 발 대신 손으로 먼저 잔디를 느낀다. 무표정한 얼굴로 허리를 숙여 잔디를 서너 차례 쓸어내린다. 말없이 걸음을 옮기더니 벤치에 털썩.

그렇게 한참 동안 벤치를 혼자 지킨다. 그리고는 갑자기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눈가를 강하게 비벼댄다.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을 떨쳐내고 심기를 다지려는 모습. 러닝을 통해 몸을 풀면서도 동료들과 거리를 두고 시선은 먼 곳에 둔다. 여느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축구는 혼자하는 경기가 아니다. 그러나 에이스가 해결해야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에이스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숙명이 따라붙는다. 숙명이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란 뜻이다. 이날 손흥민은 숙명의 무게를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갈 승리와 패배. 4년 전 눈물을 쏟았던 손흥민은 시원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까. ‘스마일 보이’의 두 번째 월드컵이 곧 시작된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KDH_8601

니즈니 노브고로드 월드컵 경기장에 첫 발을 내딛는 손흥민과 축구 대표팀!
son
가장 먼저 손으로 잔디를 쓸어내리는 손흥민.
KDH_8650
몸을 푸는 동료들과 달리,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다.
KDH_8655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상념에 잠기는 손흥민!
KDH_8691
중압감에... 괴로운 표정?
SON@
이겨내야만 해!
KDH_8697
그를 보는 동료들도 안쓰러운걸까.
KDH_8797
러닝 중에도 먼산을 바라보듯...
KDH_8781
평소답지 않은 모습으로 행여 부담될까... 동료들과도 거리를 두며 달리는 손흥민
KDH_8871
표정이 밝은 동료들과 달리...손흥민의 얼굴은 여전히...?
KDH_8790
지금의 이승우처럼, 손흥민도 4년 전엔 부담보다 설렘이 컸을텐데...
SON3
무거운 중압감 속에, 손흥민의 두 번째 월드컵이...시작된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