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콤비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명(名)수비수’ 출신 KBS 해설위원 이영표가 특유의 ‘헛다리 드리블’로 도전자인 박지성, 안정환의 공세를 차단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중계전쟁에서 먼저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지성, 안정환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문어’를 연상케 하는 정확한 예측력을 뽐내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KBS 시청률 1위를 이끌고 있다.

지난 1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러시아 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에서 동시 생중계 됐는데, 다음날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KBS의 전국 시청률이 3.3%로 가장 높았다.

KBS는 이영표, 이광용 콤비에 더해 부상으로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한 이근호까지 중계에 나섰다. 이영표와 이광용 콤비는 쉴 틈 없이 주고 받는 팀워크를 선보였고, 이영표는 경쟁사 해설자들보다 안정된 언변, 차분함과 논리정연함, 해박한 축구 지식 등을 뽐내며 시청률을 견인했다.

이날 안정환과 김정근 캐스터, 서형욱 해설위원의 MBC는 2.9%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박지성의 합류로 큰 화제를 모았던 SBS는 2.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KBS가 3.4%, MBC가 3.3%를 기록하며 0.1%포인트 차이로 차이를 보이며 엎치락뒤치락 했고, SBS가 3.0%의 시청률을 보였다.

이영표가 단독 1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박지성과 안정환의 2위 다툼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지난 16일 러시아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D조 1차전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전 중계에서 안정환의 MBC는 7.7%(닐슨 코리아, 전국)로 박지성의 SBS(7.4%)를 0.3% 차이로 제쳤다. 하지만 범위를 수도권으로 좁히면 두 채널의 가구 시청률은 8.3%로 동률을 이룬다. 방송 3사간 순차방송 합의에 의해 이 경기는 KBS가 중계하지 못했다.

이영표는 16일엔 C조 프랑스-호주전을 중계했는데, 시청률 8.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여유있게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MBC 간판 해설위원 안정환의 장점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다져진 인지도와 친밀함, 특유의 유머감각이다. 개막전 중계 당시 안정환은 “MBC가 월드컵에서 시청률 꼴등을 할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변을 만들겠다”는 공개선언(?)을 하기도 했다.

해설위원 가운데 가장 화려한 선수 경력을 뽐내는 박지성은 지상파 해설자 중 유일한 ‘초보’다. 대회 초반 도전자 입장에 서게 된 그는 빠르게 약점을 보완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중계에서는 14일 열렸던 개막전 중계에서 반복되어 사용했던 단어를 바로 고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경기 직전 박지성의 모니터에는 ‘어떤 X’라는 메모가 포착됐다. 이는 박지성이 자신에게 쓴 것으로, 지난 개막전 해설에서 그의 특유의 습관인 ‘~때문에’를 줄이다 보니 ‘어떤~’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어, 이번 해설에서는 ‘~어떤’까지 자제하자는 그의 성실한 노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안정감’의 이영표, ‘친근함’의 안정환, ‘신선함’의 박지성. 이 지상파 세 해설자의 진검승부는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열리는 한국-스웨덴전에서 펼쳐진다. 이 대결의 시청률을 통해 지상파 세 채널의 이번 대회 명운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은 조별리그의 판세까지 미리 예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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