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배우 성동일(51)은 전 연령대에게 고루 사랑받는 중견 배우로 손꼽힌다.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라는 미사여구가 따라다닐 만큼 내실있는 연기력, 유머 감각, 솔직한 성품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는데 완벽한 충분조건이다.


이는 최근 데이터로도 입증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성동일은 박서준, 서강준, 고아라, 박민영 등 청춘 스타들을 제치고 6월 드라마 배우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했다.


연구소 측은 "성동일의 빅데이터 링크 분석에서 '유쾌하다, 잘한다, 옳다'가 높게 나왔고, 키워드 분석에서는 '고백, 사생아, 미스 함무라비'가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현재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속 열연과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 술집'에서 사생아임을 밝혔던 솔직한 면모가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한 것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전파를 탄 '미스 함무라비'에서 성동일은 판사 한세상 역을 맡았다. 한세상은 이른 바 '꼰대' 이미지를 가졌지만 후배들에게 인생 길잡이가 돼주기도 하는 따뜻한 모습도 지닌 인물.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캐릭터의 입체적인 부분을 잘 녹여내며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진정성과 명석함이 담긴 눈빛으로 통찰력 있는 판결을 내리는 성동일은 판사 한세상 그 자체다. 지난 5일 방송된 6회 시청률이 5.6%(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순항 중이다.



지난달 출연한 '인생 술집'에서는 인간 성동일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고의 인생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내를 만나서 자식들을 낳은 거다"고 말문을 연 후 스스로 '사생아'라고 고백했다.


성동일은 "사생아로 태어나 지금까지 아내와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할 때, 그 값을 고민하지 않고 '먹어'라고 할 때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낀다"고 말을 이었다.


또한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통해, 자녀들에 대해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는 경험담도 털어놨다.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았다. 누구나 부모가 되는 것은 처음이기에 성동일이 전한 성장통은 큰 공감도 불러일으켰다.


'인생 술집' 방송 이후 대중은 성동일이 유년 시절 어려움을 딛고 배우로 성공했다는 것에 깊은 울림을 느꼈다. 맞다. 그는 고초를 이겨내고 '인생 역전'에 성공한 사람이다. 무명 생활도 길었고 연기에 어려움을 느껴 난관에 부딪친 적도 있었다.


성동일은 1991년 SBS 공채 탤런트 1기로 데뷔해 이듬해 SBS 드라마 '관촌수필'을 시작으로 '머나먼 쏭바강', '코리아 게이트', '자전거를 타는 여자' 등에 출연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데뷔 전 연극 무대에 오른 바 있어 연기에 자신감을 가졌지만, 현실 속 그는 연극에 익숙해진 발성에 발목을 잡혔다. NG도 수차례 내기 일쑤였다. TV와 연극의 연기 차이가 장애물로 다가왔고 작품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두울 것 같기만 했던 길에 볕드는 날이 찾아왔다. 1998년 SBS 드라마 '은실이'에서 양정팔 역을 만나며 스타덤에 올랐다. 빨간 양말을 신고 등장한 그는 구수하고 능청스러운 말투를 구사하며 신스틸러로 거듭났다. 개성있는 연기로 성동일만의 색채를 냈다. 애초에 3회 정도만 나오기로 예정돼있었지만 인기를 끌면서 분량이 늘어났다. 그렇게 '은실이'로 무명의 설움을 벗고 데뷔 후 가장 화려하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은실이'로 얻은 코믹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었다. 이후 한 주말드라마 주연으로 캐스팅됐지만 굳어진 이미지 탓에 하차 통보를 받기도 했다. 성동일은 드라마 '유정', '왕룽의 대지', '야인시대', '태양의 남쪽', '패션 70s'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변신을 꾀했다.


2009년 관객 800만명을 끌어모은 영화 '국가대표'에서, 대표팀의 구심점을 잡고 감동을 더하는 인물인 방 코치로 분해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0년 KBS2 드라마 '추노'에서는 데뷔 후 첫 악역을 맡아 선 굵은 연기를 보였다. 비열함과 인간성을 모두 갖춘 캐릭터 천지호를 빚어내면서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탄생시켰다. "성동일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이 이어졌고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영화 '의뢰인', '미쓰GO',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도망자 플랜B' 등에서 오색빛깔 연기를 펼쳤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 걸쳐 방송된 tvN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아버지 연기를 선보여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딸이 실수할 때 "개딸"이라고 부르고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것에 화가 나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하지만 모두 딸 사랑이 지극해서 그러는 우리네 아버지 상을 그대로 풀어냈다. 생활 밀착형 연기도 성동일을 더욱 빛나게 했다.


2013년 '아빠 어디가'를 통해서는 시청자들과 더욱 친밀감을 높이고 예능인으로서 입지도 다졌다. 자녀들과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성동일식 유머를 선보이고 소탈한 매력을 드러냈다. 성동일은 그해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우수상을 수상하며 대세임을 입증했다.


또한 같은 해 영화 '미스터 고'로 첫 주연을 맡았다. 야구 에이전트 성충수로 분해, 우승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냉철한 인물을 연기했다. 성동일은 웃음기 싹 뺀 연기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이후 드라마 '갑동이'에서는 연쇄살인범 체포에 힘을 쏟는 형사 양철곤으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는 애틋한 부성을 드러낸 인물 박수경으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교활한 교도관 조주임으로 분해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또한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탐정 : 리턴즈'에서 베테랑이지만 허당기 있는 탐정 노태수로 관객들의 배꼽을 잡는 중이다. 연일 뜨거운 호평 속 개봉 5일째였던 17일에는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성동일은 무명 시절 10년간 번 수입이 고작 120만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불우했던 가정사도 당연히 그를 힘 빠지게 했을 터. 하지만 더욱 이를 악물고 전진해 자수성가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저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의 이미지를 넘어, 어떤 이들에게는 "나도 노력하면 성동일처럼 될 수 있겠다"는 메시지도 안기는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이처럼 선한 영향력을 지닌 성동일의 미래가 앞으로도 만개하길 바라본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JTBC-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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