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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에서 춘천에 이르는 북한강길은 자전거를 타기에도 걷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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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을 따라 가다보면 나오는 숲속길, 데크가 깔려있어 걷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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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에는 강만 있지 않다. 삼악산을 따라 걸으며 등산과 계곡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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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의암호에서 관광객들이 카누를 타고 주변 경관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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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의 서화연에 들르면 초여름의 아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평·춘천=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길어야 꼭 여행인가. 하루 이틀 짧아도 여행은 즐거운 것이다.금강산 어귀에서 서울까지 내려오는 북한강. 춘천, 가평을 거쳐 양평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만난다. 북한강은 수많은 추억이 서린 곳이다. 학교 MT, 교회 수련회, 회사 야유회, 동아리 단합대회, 연인 데이트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많은 이들이 춘천가도를 달리고 경춘선 통일호를 탔다.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는 그 덕에 아련한 추억을 대물림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마주보는 나무의자에 둘러앉아 딩가딩가 기타를 뜯고 두꺼운 ‘최신 포크송 백과’를 첫장부터 끝까지(그 전에 강촌역에 닿는다) 목놓아 노래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 봄날이라 느낀다면, 물을 따라 굽이치는 호반 드라이브를 권한다.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풍경을 꿰며 공중으로 달리는 콘크리트 고속도로보다 낫다. 차창을 열면 더욱 좋다. 시원한 바람에 섞인 물내음이 들어온다. 기차라면 더 좋다. 앞차 뒷꽁무니만 보이는 좁은 내연기관 차량 안에서 끼어들기 방어에 힘을 기울이는 일정보다는 훨씬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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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역의 명물인 레일바이크가 터널에 진입하자 비눗방울이 뿜어져나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터널마다 다양한 테마가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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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발을 맞춰 구르는 레일바이크는 빠르게 지나칠 땐 놓치기 쉬운 특별한 풍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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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역 낭만열차에는 지붕이 없는 무개차량이 한량 있다. 연인과 함께 타기엔 더할 나위없이 낭만적이다.
◇낭만역에 닿을 때까지

강촌에 도착하면 옛 강촌역을 가봐야 한다. 커다란 글씨의 ‘강/촌/역’. 통기타 울러메고 소주가 가득 든 라면박스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젊은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 녀석은 촌스럽지만 머리숱도 많았고 웰라폼을 발라 딱 붙였다. 제법 멋도 낼 줄 알던 그런 놈이다.

이곳에서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 전국 어디나 레일바이크는 많이 볼 수 있지만 이곳은 좀더 특별하다. ‘모두의 낭만’이 서린 철길 아니었던가. 그 철로 위를 새로운 사람(예전의 그 사람일 수도)과 함께 달린다.

2인승과 4인승이 있다. 레일은 거의 평지(사실은 살짝 내리막길). 둘이 열심히 젓는다면 힘들지 않다. 다만 이날은 앞에 느려터진 선행차가 한 대 있었다. 얼마나 느린지 아예 멈춰선 느낌이다. 앞으로 씽씽 나갈 수 없다면 시원한 바람도 없다. 뒷차까지 영향을 주니 나중엔 진짜 기차같은 형상이 되었다.

북한강을 아래에 두고 달리는 코스다. 풍광이 멋지다. 레일바이크를 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란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 통과하는 터널마다 테마를 두고 비눗방울, 물보라 등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클럽 분위기를 내는 곳도 있다. 즐거운 여정이다.

경춘선 레일바이크는 1937~1939년 개통한 경춘선 철도 옛노선을 이용한다. 레일바이크는 강촌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이용해 경강역으로 이동 후, 휴게소에 내려서 낭만열차를 타고 강촌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낭만열차는 클래식한 외관에다 지붕이 없는 무개차량도 한 량 있어 또다시 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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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의 대표적인 관광지 쁘띠프랑스 입구에 선 어린왕자가 관람객을 동화의 세계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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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쁘띠프랑스에는 아기자기한 숍들이 많다. 사진은 고풍스런 장식접시가 가득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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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프랑스 곳곳에는 벽화가 그려져있어 관람객들의 포토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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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프랑스에는 아기자기한 프랑스 마을을 재현한 가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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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프랑스의 한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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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프랑스를 찾은 가족 관람객들이 마리오네뜨 공연을 체험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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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가 벽화가 그려진 쁘띠 프랑스의 한 건물 벽에서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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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건물에 꽃장식이 되어 있어 동화속 세계같은 쁘띠 프랑스의 모습

◇강변의 동화나라

춘천 가는 길 가평에선 늘 동화 나라가 펼쳐진다. 호숫가 언덕에는 쁘띠프랑스가 있다.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예쁘다. 굉장히 디테일이 좋은 까닭이다. 이름처럼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이다. 십년 전 어린왕자 테마로 지어 올린 가평의 대표 관광지다. 몇몇 건물은 아예 프랑스에서 직접 가져왔다. 원형 그대로 복원해 가평 언덕에 올려다 놓았다.

아이가 오면 자신이 읽던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니 펄펄 뛰어다니고, 어른이 오면 마음 속에 가둬 놓았던 동심이 살아나니 꽤 젊어진 기분이다.

수많은 관전 및 체험거리가 있지만, 꼭 가봐야할 포인트가 있다. 우선 유럽에서 가져온 마리오네트 공연을 챙겨봐야 한다. 공연이 열리는 시간에 광장에 미리 대기하면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오르골 하우스에서도 하루 다섯 차례 공연이 펼쳐진다. 18~19세기 때 만들어진 진귀한 진품 오르골이 연주하는 신기한 음색에 감동한다. 휴대용 롤러오르간부터 대형 실린더 오르골과 축음기의 원형이 됐던 디스크오르골, 100년 전에 만든 새 모양 오르골 등 상상 이상의 오르골들이 눈길을 끈다. 여기다 거리 악사들의 오케스트라 폰, 스트리트 오르골 연주도 특별한 음악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갤러리와 인형의 집 등에서는 유럽에서 수집한 다양한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딴 곳에서 보기 힘든 작품과 아기자기한 콜렉션 만 구경해도 반나절이 훅 지난다.

프랑스인의 전원적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Jean)의 집과 마리(Mari)의 집에도 다채로운 장식과 소품을 자연스러운 형태로 전시 중이다.

해외여행을 떠나온 듯 깊은 인상을 주는 유럽 벼룩시장과 곳곳의 포토존 들도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생텍쥐페리 전시관은 그동안 몰랐던 어린왕자의 세계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다.

지금은 들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뒷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돌아보며 호수와 산의 풍경을 함께 감상하면 좋다.

쁘띠프랑스는 동화책 속에서 하룻밤를 보낼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있다. 실제 좀 전까지만 해도 사진 찍고 놀던 파스텔 톤 건물 안에 2인~10인실까지 다양한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맑은 공기가 밀려들고 창 밖을 내다보면 어린왕자 팝업북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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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삼악산의 등선폭포에서 우렁찬 물살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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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폭포를 찾은 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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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듯한 협곡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등산객들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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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등선폭포에서 관광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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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폭포 소리와 시원한 바람이 이른 더위를 식혀준다.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강변 마을

강촌 마을에는 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악산(654m)도 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암봉의 생김새가 설악산과 닮았고 웅장하기는 오대산과 닮았다 한다.

“왜 안올라가고?” 삼악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온 등산객이 폭포만 보고 내려오는 나를 보고 묻는다. 표정엔 ‘꼴랑 폭포만 보려면 여기까지 왜 왔니?’하는 작은 ‘업신여김’이 살짝 묻어있다.

하긴 맞는 말이다. 등산에 취미가 없대도 한번 올라가봐야 한다. 등산로도 험한 편이 아니지만 초입에 있는 등선폭포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입구부터 좁고 직선적인 협곡이 나오고 그 사이에 아름다운 폭포가 흐른다.

등선폭포는 삼악산의 대표 폭포다. 그랜드캐니언의 미니어처다. 협곡이 굉장하다. 하늘을 가리는 절벽 아래 좁은 크고 작은 폭포가 연이어 등장한다. 등선폭포는 그중에 가장 높은 폭포(10m)다. 폭포는 계단처럼 계속 이어지니 아래에서 봐도 근사하고 위에서 내려다봐도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계단은 폭포들을 보기에 딱 좋은 위치로 이어지니 전망대가 서너 개씩 있는 셈이다. 내려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없지만 하드를 파는 가게가 여럿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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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의암호는 카누를 타고 바라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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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를 탄 관람객들이 의암호를 둘러보고 있다.

산을 갔으니 마땅히 물도 가야한다. 가평이나 춘천은 물의 도시 아니던가. 의암호는 춘천을 감싸고 있는 인공호다. 건설한지 오래돼 이젠 자연스러워졌다. 호반 풍경이나 주변 산수가 빼어나 시민들의 근사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의암호에선 다양한 수륙양용 레저를 즐길 수 있다. 먼저 자전거로 호반을 빙 둘러보고 저려오는 엉덩이는 카누에 깔고 앉아 물 위에서 산수를 바라보면 된다.

의암호는 하중도·중도·상중도 등 3개의 섬을 품고 있는데 카누를 타고 한바퀴 둘러보면 좋다. 총 3개의 코스가 있다. 자작나무와 작은 물풀들이 어우러진 자작나무물숲길(약 50분 소요). 오리들이 출몰한다해서 물오리둥지길(약 50분). 자작나무물숲길과 물오리둥지길의 두 코스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무인도 일주 코스(약 1시간).

무인도에 상륙할 수도 있는데 평일에 예약제로 운영한다. 약 2시간 가량 걸린다.

난 가평~춘천 여행을 통해 몇 가지의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자연의 품에 와락 안길 수 있으며, 물리적으로는 같은 하루 24시간이겠지만 일상이라는 쳇바퀴 속과는 달리 다양한 것을 즐기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또 그런 ‘소확행’은 일단 실행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음을.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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