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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망원동 독일식당 ‘츠바이슈타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글·사진=스포츠서울 이우석·황철훈기자] 이제 고작 보름 남짓 남았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다. 우선 우리와 맞싸울 상대는 스웨덴, 멕시코, 독일 F조 3개국이다. 다음달 18일 스웨덴과의 첫 경기 후 24일 멕시코전, 27일 독일전으로 조별 예선이 잡혀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 음식을 먹으면 태극전사 응원의 깃발이 훨씬 힘차게 휘날릴 듯 하다. 특히나 경기가 열리는 날 찾으면 현지인 사장님과 가벼운 신경전(?)도 벌일 수 있다.서울.수도권에 위치한 F조 4개국 음식점을 소개한다. 의미는 둘째치고 우선 맛있는 집을 우선 꼽았다. 아, 주최국 러시아 음식점은 다음에 따로 할 예정이다.●서울 망원동 독일식당 ‘츠바이슈타인’=

지난 2016년 4월 문을 연 ‘츠바이슈타인’은 독일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초록색 외관과 아늑함이 느껴지는 실내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식당의 주인은 구선아(40) 씨로 독일식당을 연 건 독일인 남편 덕이다. 상수동 모 카페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에서 그녀는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났다. 독일에서 온 ‘마쿠스 슈타인(60)이다. 가게 자리와 인테리어, 메뉴 구성까지 남편의 절대적인 도움이 컸다. 가장 중요한 레시피도 남편과 독일 시댁의 래시피를 그대로 따랐다. 한마디로 ‘독일 시댁 밥상’이다. 츠바이슈타인의 츠바이(Zwei)는 독일어로 ‘둘’을 뜻하고 슈타인은 ‘돌’을 의미한다. 결국 ‘두 개의 돌’은 부부의 만남을 의미한다. 또한 슈타인은 부부의 성이다. 참고로 물리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Einstein)은 한개의 돌(一石)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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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슈타인 대표 메뉴 ‘슈니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시그니처 메뉴는 독일식 돈가스 ‘슈니첼’과 헝가리 전통 소고기 스튜 ‘굴라쉬’다. 모든 메뉴는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시작된다. 쿵쾅쿵쾅 고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슈니첼이 상위에 올랐다. 발사믹 소스와 치즈를 올린 토마토·감자샐러드와 손바닥만한 고깃덩어리 두 개. 한눈에 봐도 푸짐하다. 슈니첼은 비엔나와 예거 두 종류다. 비엔나는 돈가스처럼 튀겨진 고기 위에 레몬즙을 짜서 먹는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레몬의 상큼함이 더해졌다. 예거는 레몬대신 버섯크림소스를 올린다. 돈가스 위에 크림파스타를 부은 맛이랄까.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소스가 바삭하게 튀겨진 슈니첼을 만나니 입안 가득 풍미가 넘친다.

늦은 오후 11시, 이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찾는 이가 있다. 그녀의 남편 ‘마쿠스 슈타인’ 이다. 대학 강단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는 그가 수업준비를 마치고 그녀를 도우려 가게를 찾는다. 마침 한가로운 틈을 타 주인장 부부가 한쪽 테이블을 차지하고 와인잔을 기울인다. 이내 달콤한 부부의 속삭임이 이어지고 포도주처럼 행복이 익어간다.

★가격=슈니첼 (비엔나) 1만6500원·(예거) 1만8000원, 굴라쉬 1만2900원, 로제파스타 1만3900원

햄라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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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식당 ‘햄라갓’을 운영하고 있는 오수진(45)씨와 동갑내기 남편 다니엘(스웨덴).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회현동 스웨덴식당 ‘햄라갓’=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인근에 자리한 햄라갓은 스웨덴 가정식을 차려내는 식당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햄라갓(Hemlagat)은 스웨덴어로 ‘집에서 만든’, 즉 ‘집밥’이란 뜻이다. 오수진(46) 씨가 동갑내기 남편 다니엘(스웨덴)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다. 두 부부가 처음 만난 곳은 중국 쓰촨성 청두. 지난 2003년 통신장비회사 해외 영업차 중국에서 머물던 그녀는 쓰촨성 청두에서 중국어 수업을 듣다 다니엘을 처음 만났다. 당시 다니엘은 덴마크계 완구업체 매니저. 2008년 결혼 후 중국에서 스웨덴식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다 2014년, 한국으로 귀국해 그해 여름 이곳에서 햄라갓을 열었다.

아내 오씨가 홀을 맡고 주방은 오직 남편이 책임진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손님을 맞는 또렷하고 상냥한 목소리가 참 인상적이다. 생소한 스웨덴 음식에 머뭇거리자 오 사장의 명쾌하고 거침없는 설명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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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파프리카 수프, 씰라마카(Sillamacha), 후식으로 제공되는 커피와 머렝, 퓌티판나(Pyttipanna)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북유럽 가정식 점심 요리 퓌티판나(Pyttipanna)와 실라마카(Sillamacha)를 주문했다. 먼저 하얀 접시에 담긴 새콤달콤한 ‘토마토 파프리카 수프’가 입맛을 깨운다. 이어서 고기와 햄, 버섯, 감자 등을 볶아 낸 퓌티판나와 튀긴 청어를 초절임해 다크브레드 위에 올린 청어 샌드위치와 웨지 감자튀김이 올려진 실라마카가 상위에 올랐다.

밥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조합. 퓌티판나는 비주얼만 보면 밥을 뺀 볶음밥에 가깝다. 맛도 익숙하다. 짜지 않게 볶아낸 고기와 감자, 햄 등 각 재료의 식감과 풍미가 조화롭다. 실라마카는 영락없는 맥주안주다. 웨지 감자튀김이야 다들 아는 맛일 테고 청어샌드위치 맛이 궁금할 터. 우려했지만 다행이 비리지 않다. 튀기고 초절임한 때문일까. 씹을수록 고소한 청어와 거친 곡물의 식감이 느껴지는 담백한 다크브레드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식사를 마치고 월드컵 때 한국과 스웨덴 중 어느 나라를 응원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씨가 거침없이 답한다. “우리 부부는 한국을 응원하기로 했어요”. 뒤에 있던 남편 다니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가격=실라마카 1만6000원, 퓌티판나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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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 치미창가.

●서울 연남동 멕시칸 식당 부호타코스앤드그릴

=정통 멕시칸은 아니다. 하지만 풍성하고 깔끔한 맛으로 미국에서 더욱 인기좋은 칼멕스(캘리포니아 스타일 멕시칸 음식) 요리를 선보인다. 멕시코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레스토랑 출신 셰프가 직접 조리한다. 대표메뉴로 초리조 타코, 새우타코, 화이타, 부리토, 퀘사디아, 치미창가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여기다 국내에선 맛보기 힘든 멕시코 전통음료 호차타, 하마이카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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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빵 속 다양한 맛을 내는 소가 가득한 치미창가.

샌디에고 올드타운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메뉴가 인기 비결이다. 고소한 치즈와 진한 크림이 듬뿍 든 요리에는 살짝 매콤한 맛을 가미해 즐길 수 있으며, 곁들여 나오는 코리앤더(고수풀)까지 더하면 본토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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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안주로 딱인 바비큐칩.

고기와 새우튀김, 양파, 토마토, 멕시칸라이스 등을 또띠야에 싸서 먹는 ‘쌈밥(?)’은 안주로도 식사로도 그만이다. 커다란 치미창가를 자르면 보기만해도 군침이 흐르는 내용물이 흘러나온다. 한참을 놓아둬도 여전히 빵은 바삭하고 향기롭다. 그 속에는 달콤하고 고소한 치즈와 소스를 잘게 썬 고기, 채소 등과 함께 욱여넣었다. 장조림처럼 씹는 맛이 좋은 고기를 타코칩에 얹어 먹는 바비큐칩은 맥주 안주로 딱이다. 당연히 코로나를 함께 마셔야 한다.

이집은 모든 소스를 직접 만드는데 칠리, 살사, 매운고추 등 3종의 소스를 제공해 취향껏 즐길 수 있다.

★가격=부리토 1만2000~1만5000원, 타코 1만2000~1만4000원, 화이타 3만7000원, 호차타, 하마이카 각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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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밥이 무엇인지를 몸소 알려주는 광화문 미학 상차림.

●서울 광화문 한식당 ‘미학 상차림’=

한식의 기본은 ‘밥’이다. 광화문 ‘경희궁의 아침’ 상가에 자리한 미학(米學) 상차림은 밥을 기본이자 최우선으로 둔 밥집이다. 백반이라 부르기엔 고급스럽고 한정식보다는 간결하고 깔끔한 상차림을 낸다. 이 집은 음식 상차림을 허투루 내지 않는다. 젓갈도 김구이도, 고등어 자반도 모두 근사하다. 심지어 상다리가 부러지기 전(?)에 이미 다리를 잘라낸 소반과 도예가가 구워내 공급한 그릇 역시 숟가락을 대고 긁어내기 미안할 정도로 훌륭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밥이다. 한 밥이 우선이니 말이다. 도정기를 비치해두고 그때마다 쌀을 도정해서 밥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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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미학 상차림은 그때그때 도정을 해서 밥을 짓는다.

소반에 정갈하게 담아낸 반찬과 국 옆에 살포시 개인 밥솥이 내려앉는다. 뚜껑을 열어 밥을 덜어낸 다음, 물을 부어 누룽지를 끓인다. 갓 지어 한없이 뜨거운 밥은 향긋한 밥 냄새를 솔솔 풍긴다. 한술 뜨면 눈물겨울 만큼 행복해진다. 짭조롬한 젓갈을 올리고 바다향 품은 바삭한 김을 싸면 그리도 든든하다.

고등어를 찢어 밥술에 올리고 된장국을 떠넣으면 이때부터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그저 밥그릇을 싹싹 비울 수 밖에. 이 모든 ‘공정(?)’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쉴새없이 밥술이 오간다.

진정 밥이 무엇지를 상차림으로 알려주는 집이다.

★가격=생선상차림 1만3000원, 젓갈상차림 1만4000원, 고기상차림 1만5000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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