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스 베일
개러스 베일이 리버풀 문전에서 오버헤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캡처 | 유럽축구연맹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개러스 베일이 오버헤드 킥으로 결승골을 포함, 멀티골을 해낸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섰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27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17~2018시즌 대회 결승전 리버풀과 경기에서 3-1 완승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신 유러피언컵 시절을 통틀어 역대 최다인 통산 13회 우승 금자탑을 세웠다. 또 챔피언스리그 개편 이후 사상 처음으로 3연패(2015~2016, 2016~2017, 2017~2018시즌)를 달성했다. 2013~2014시즌 우승까지 통틀어 최근 5년 사이 네 차례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유럽 최고의 클럽임을 입증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가 투톱으로 나섰다. 이스코가 뒤에 섰고, 중원엔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가 배치됐다. 포백 수비엔 마르셀로~세르히오 라모스~라파엘 바란~다니엘 카르바할이, 골키퍼 장갑은 케일러 나바스가 꼈다. 반면 13년 만에 정상에 도전하는 리버풀은 피르미누를 중심으로 사디오 마네와 살라가 스리톱으로 나섰다. 2선엔 제임스 밀너, 조던 핸더슨,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 섰다. 후방엔 앤드류 로버트슨~데얀 로브렌~버질 판 다이크~알렉산더 아놀드가 출전했다. 골키퍼는 로리스 카리우스다.

살라 부상
캡처 | 유럽축구연맹 트위터

◇초반 리버풀 공세, 변곡점은 부상의 마수

리버풀은 초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엄청난 공세를 퍼부었다. 킥오프 25분까지 레알 마드리드가 유효슛 없이 슛 2개를 때리는 동안 리버풀은 9개나 시도했다. 살라를 중심으로 공격 속도를 끌어올려 레알 수비진을 흔들었다. 하지만 뜻밖에 변수가 발생했다. 살라가 전반 25분 상대 수비수 라모스와 볼 경합 중 넘어졌다. 라모스와 몸싸움을 하면서 어깨가 엉켰다. 부자연스럽게 넘어졌는데, 살라가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잠시 후 일어나면서 큰 무리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3분이 지나 다시 쓰러졌다. 눈물을 흘렸다. 더는 경기를 지속하기 어려워 보였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물론, 키예프로 날아온 리버풀 원정 팬도 머리를 감싸쥐며 당황해했다. 살라가 이탈한 뒤 애덤 랄라나가 투입됐지만, 분위기는 레알 마드리드에 넘어갔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도 부상 마수에 휘말렸다. 전반 36분 수비수 다니엘 카르바할이 발목 부상에 쓰러졌다. 역시나 눈물을 보이면서 나초와 교체돼 물러났다. 하지만 초반과 비교해서 공격의 주도권을 점차 쥐었다. 전반 막판 호날두의 헤딩 슛에 이어 벤제마가 리바운드 슛으로 골문을 갈랐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벤제마
캡처 | 유럽축구연맹 트위터

◇‘기름손 전락’ 카리우스…‘베일 카드’ 적중하다

전반 0의 균형을 깨지 못한 양 팀은 후반 초반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반 6분 뜻밖에 장면이 나왔다. 레알 마드리드 라모스가 후방에서 침투 패스를 넣었다. 벤제마가 달려들었으나 리버풀 수문장 카리우스가 재빠르게 잡아냈다. 그런데 이때 카리우스가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벤제마의 동선을 읽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앞에 있던 수비수에게 손으로 공을 전달했다. 이때 벤제마가 끝까지 공을 쫓았다. 다리를 쭉 뻗었다. 카리우스의 손을 떠난 공이 벤제마 오른발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카리우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벤제마는 포효했다.

레알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4분 뒤 리버풀의 동점골이 터졌다. 코너킥 기회에서 수비수 로브렌에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헤딩으로 연결, 이 공이 골문 앞에 떨어졌는데 사디오 마네가 밀어넣었다.

양 팀은 일진일퇴 공방전을 벌였다. 경기 흐름을 뒤집은 건 지단의 용병술이다. 후반 16분 골대를 때리는 등 운이 따르지 않은 이스코를 빼고 베일을 투입했다. 3분 만에 효력을 봤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마르셀로가 올려준 공을 베일이 문전에서 왼발 오버헤드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카리우스 골키퍼도 손 쓸 수 없는 완벽한 골이다.

리버풀은 후반 37분 밀너 대신 엠레 잔을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1분 뒤 또 한 번 카리우스 골키퍼의 황당한 실수가 나왔다. 베일에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때린 평범한 중거리슛을 잡는 과정에서 공을 뒤로 빠뜨렸다. ‘기름손’을 연상케하는 치명적인 실수. 레알 마드리드에 우승의 길을 열어줬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