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박기택 심판 \'배트의 결이 보여야 합니다\'
경기 전 박기택 심판이 롯데 덕아웃에서 배트검사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경기 중 발생한 규정 적용 미숙에 관해 심판진이 오심을 인정했다. 승패여부를 떠나 KIA 입장에서는 흐름을 끊을 기회를 놓쳤고 1만 2000여 관중들을 포함한 팬도 무기력한 플레이에 마음을 다쳤다.

상황이 다소 복잡하기는 했다. 2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KT가 6-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 2루에서 박기혁의 타구를 KIA 안치홍이 펌블한 뒤 강백호의 땅볼을 잡아 더블플레이를 시도하려던 안치홍이 2루로 악송구를 범해 8-0까지 점수차가 벌어졌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가 우중간 적시 2루타를 때려내자 KIA 야수진이 중계플레이를 시작했다. 딜리버리맨으로 달려나간 안치홍이 2루와 홈 사이로 애매하게 송구했다. KIA 포수 김민식이 3루쪽으로 서너발 달려 나가 포구를 시도했지만 뒤로 빠졌고, 홈 커버를 하고 있던 투수 임기준이 잡아 홈으로 쇄도하려던 강백호를 잡기 위해 3루로 던졌다.

순간 코치박스를 벗어나 강백호의 홈 쇄도를 저지하던 KT 최태원 코치와 3루수 이범호가 임기준과 일직선 상에 위치해 최 코치가 송구에 맞을뻔 했다. 당연히 시야가 가려진 이범호가 포구를 못했고 추가 득점이 발생하는 사이 로하스가 3루에 안착했다. KIA 김기태 감독이 황인태 3루심에게 수비 방해가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부터 심판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대기심에게 구단 홍보팀을 통해서만 클리닝타임과 경기 후 한 차례씩 질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다. 최초 질의는 야구규칙 7.11항 장소확보 조항(공격 측 선수, 베이스코치, 그 밖의 다른 멤버들은 타구 또는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에게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한다.(양측 더그아웃 포함) 이 경우 수비방해를 선고하고 해당 플레이의 대상이었던 타자 또는 주자를 아웃시킨다)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였다.

이날 대기심이던 박기택 심판위원은 “야구규칙 5.08을 적용해 최 코치가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송구가 우연히 베이스 코치에게 닿거나 투구 또는 송구가 심판원에게 닿았더라도 볼 인플레이다. 베이스코치가 고의로 송구를 방해하였을 경우 주자는 아웃’이라고 명시 돼 있다. 최 코치에게 송구가 닿지는 않았지만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에 KIA측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7회말 KIA 공격이 끝났을 무렵 박 심판위원은 “논의 결과 3루 주자(강백호)의 아웃이 맞는것 같다. 야구규칙 4.05 베이스코치 항목을 적용하면 수비방해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홍보팀을 통해 바뀐 입장을 알려왔다. 베이스코치 (b)항 (3)행에는 (베이스코치는)‘항상 코치 박스 안에 있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부칙에는 ‘코치가 코치 박스를 벗어나 선수에게 슬라이딩, 귀루, 진루 등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관례다. 이 행위는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한 허용한다’고 적혀있다.

벤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심판진이 경기 도중 취재진의 질의에 오심을 인정한 사례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판정 하나가 흐름을 좌우하고, 당일뿐만 아니라 그 이후까지 여파를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심스러운 사항에 대해 심판 스스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이날처럼 큰 점수차가 아니라 한 점 싸움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되돌릴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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