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9회초 위기 선수들 소집한 장정석 감독
넥센 장정석 감독이 27일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시즌 첫경기 9회초 1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조상우를 다독이고 있다. 2018.03.27.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바람 잘 날이 없는 넥센이다.

끔찍한 부상악령에서 겨우 답을 찾는 것 같았는데 성폭행 혐의로 주전포수와 마무리투수가 사라졌다. 차포마상을 다 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방패와 갑옷도 없이 전쟁터에 나서야 한다. 기대만큼 실망도 커진 넥센의 2018시즌이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23일 박동원과 조상우에게 준강간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새벽 인천 시내 모 호텔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신고를 접수했고 이에 연루된 박동원과 조상우를 수사 중이다. 경찰에 최초 신고한 피해 여성의 친구는 “친구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면 준강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나 법 적용 여부는 더 조사를 해야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발표 후 넥센 구단은 박동원과 조상우를 나란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넥센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금일 새벽 성폭행 혐의로 숙소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박동원과 조상우는 조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강압이나 폭력은 일체 없었다”면서도 “두 선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차후에 있을 추가 조사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두 선수를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구단은 관계기관의 요청에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또한 박동원과 조상우를 규약 제152조 제5항에 의거해 참가활동정지 조치했다. 참가활동정지는 이날 경기부터 적용되며 둘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소명될 때까지 일체의 구단 활동에 참가할 수 없고 보수도 받을 수 없다.

이로써 넥센은 올시즌 개막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9명중 6명이 최소 한 번 씩 엔트리서 제외됐다. 지난달 3일 서건창의 부상 말소를 시작으로 박병호, 고종욱, 이정후, 김하성, 그리고 박동원과 조상우까지 나란히 전열에서 이탈했다. 마이클 초이스와 김민성도 작은 부상으로 2~3경기 정상 출장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해본 횟수가 10경기도 채 안 된다. 그나마 투수진은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했으나 이번에 조상우와 박동원까지 빠지면서 마운드 높이도 턱없이 낮아졌다.

지난 20일 마침내 박병호가 돌아왔고 야수진 집단이탈을 김규민, 임병욱, 김혜성 등의 분전으로 버텨낸 것을 돌아보면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넥센은 잇몸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선수를 끊임없이 배출하며 22일까지 5할 승률 복귀에 1승 만을 남겨뒀었다. 에스밀 로저스와 제이크 브리검이 선발진 원투펀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초이스도 최근 2017시즌 막바지 모습을 되찾으며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3명의 외국인선수가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최원태도 토종 선발진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해 힘든 살림에서도 이변을 일으켜온 넥센 특유의 반전이 다시 이뤄질 것만 같았다.

박동원과 조상우의 이탈은 단순한 전력약화 외에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성폭행 여부를 떠나 이들은 낮경기를 치른 후 다음날 새벽까지 구단지정 숙소 건물에서 일탈행위를 했다. 경찰이 밝힌 신고접수 시점이 새벽 5시 12분인데 이날 경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선수로서 자세부터 잘못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 수도권 구단 지도자는 “프로 선수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결과를 떠나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프로로서 자격이 없음을 증명하는 행위다. 옆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준비하는 동료들까지 욕되게 하는 일”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넥센은 최근 네이밍 스폰서십을 맺은 넥센 타이어로부터 후원비를 받지 못한 초유의 일까지 겪었다. 최대 스폰서로부터 2개월 동안 지급분을 받지 못한 채 구단을 운영했다. 넥센 타이어 측은 이장석 전 대표의 법정구속과 관련해 구단의 경영 개선안 마련을 촉구한 후 지난 10일에야 지급 유예분과 5월 지급분을 구단에 전달했다. 그런데 이번 성폭행 혐의로 넥센 타이어가 다시 후원을 중단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단 이러한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넥센 타이어에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는 경위서를 제출한다. 이번에도 담당자가 넥센 타이어측에 경위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넥센 타이어로부터 특별한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넥센은 2008년 창단 후 획기적인 시스템을 앞세워 야구계에 굵직한 발자국을 찍었다. 하지만 이장석 전 대표의 자금 횡령과 선수들의 구장 밖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힘들게 쌓아올린 구단 이미지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와 에이스 로저스 영입으로 어느 때보다 올시즌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홈경기 관중수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끄러운 사고까지 터지면서 이제는 야구팬들도 넥센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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