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로고는 숨겨야 고급스럽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다. 더 크고 더 눈에 띄는 로고 패션이 올 여름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과시적인 로고 디자인을 기피하는 '로고리스(Logoless)' 트렌드에 따라 상표를 감추는 게 미덕이었던 패션업계에서 누가 봐도 해당 브랜드 상품임을 알 수 있도록 큼지막한 로고가 상품 디자인에 재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고 있는 복고 패션 열풍을 틈타 큼직한 상표가 새겨진 옷이 트렌디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다소 속물적이고 어느 정도는 촌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게 바로 '로고의 멋'. 큼지막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로고 패션'을 만나보자.


▲ 럭셔리 브랜드, 로고 패션을 이끌다


최근 명품 업계에선 물건 자체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와 상표가 그대로 박혀있는 신상품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너무 노골적인 명품 자랑이라는 눈초리도 받지만, 로고를 패턴처럼 사용하고 과시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 2008년 세계 경제 불황을 겪으며 맥시멀리즘이 위축되고 럭셔리 로고는 단숨에 '촌스럽고 천박한' 이미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1~2년간 복고 열풍이 이어지면서 다시 로고가 디자인의 하나로 귀환했다.


로고의 부활을 이끈 건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트멍'이 챔피온·DHL 등의 로고를 박아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구찌, 지방시 등이 줄을 이었고 현재는 거의 모든 럭셔리 라벨, 유명 브랜드들이 자체 버전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펜디는 알파벳 F 두 개를 겹친 'FF로고' 고유의 로고를 부활시켰다.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결합이 패션계를 강타하자 지난 2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펜디 핸드백에 휠라 F로고를 접목시켜 젊고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루이비통과 코치는 각각의 브랜드 약자인 LV와 C를 가방·액세서리 등에 내세웠다. 이니셜이 아니라 아예 브랜드 철자를 그대로 박아둔 상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겐조는 가방 전면에 KENZO를 선보였고, 디올·발렌시아가 역시 가방과 구두, 운동화에 Chirstian Dior, Balenciaga·Dolce & Gabbana라는 풀네임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번 시즌 로고 패션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는 버버리와 구찌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체크 패턴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배하고, 버버리·구찌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찍힌 티셔츠가 대표적이다. 특히 버버리 체크 패턴 모자는 셀럽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구찌에서는 가방과 액세서리, 의상에 브랜드를 크게 새기거나 변형해 패턴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 스포츠 브랜드, 로고 패션을 유행시키다


럭셔리 브랜드가 로고 패션을 선도했다면 스포츠 브랜드는 유행을 이끌었다. 최근 스포츠·아웃도어업계에서는 로고리스 트렌드 대신 큼지막한 로고를 사용해 강조하는 복고 패션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휠라, 아디다스, 푸마, 케이스위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은 고유 브랜드 로고를 활용한 디자인 상품을 잇달아 히트시키고 있다. 가을을 맞아 내놓은 후드티와 맨투맨 티셔츠, 야구 점퍼뿐 아니라 운동화, 가방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1990년대 'F'상징으로 유행을 이끌었던 휠라는 베스트셀러인 빅로고 티셔츠를 키즈제품 라인으로까지 확대·판매 중이다. 지프는 빅로고 디자인의 프린트 티셔츠와 스몰 로고 디자인, 미니 와펜 원형 로고 디자인 등으로 여름 시즌 공략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MEH)는 1921년에 탄생한 밀레의 초창기 로고를 활용한 디자인 요소가 돋보이는 상품을 내놨다. 레드, 블루 등 강렬한 컬러를 기본으로 사용한 가운데 제품 전면에 로고 심볼을 사용하거나 다양하게 변형된 로고 그래픽 프린트를 포인트로 적용해 레트로 무드를 표현했다.


리복 클래식은 스트리트 브랜드 '크리틱'과 손잡고 리복의 벡터(Vector) 로고를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한 컬렉션 상품들을 선보였다. 의류 전체적으로 큼지막한 벡터 로고가 새겨져 리복의 90년대 레트로 컬러를 조화롭게 표현해냈다. 특히 조거 팬츠, 밴딩 아우터에는 벡터 로고를 다양한 크기로 배치해 로고의 디자인적 요소를 한층 살린 것이 특징이다.


▲ 로고를 입은 스타들


일명 '인간 구찌'라 불리며 구찌 로고 제품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스타들이 있다. 배우 박보검은 구찌 빅로고 티셔츠에 청바지를 매치해 소년미를 더했고, 현아는 구찌 패턴의 재킷과 부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배해 럭셔리한 느낌을 살렸다.


래퍼 비와이는 구찌 제품으로 온몸을 감싼 인기 래퍼의 삶을 그린 노래 '구찌 뱅크'를 발매할 정도로 구찌 사랑이 남다르다. 당시 '구찌 뱅크' 뮤직비디오에서 비와이가 협찬받은 구찌 브랜드 의류는 매장에 이를 찾는 전화가 쇄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전부터 비와이는 큼직한 구찌 로고가 새겨진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작은 힙색을 메는 등 구찌 제품을 자주 착용했다.


비와이가 구찌에 빠졌다면 그룹 위너는 버버리에 빠졌다. 특히 송민호는 버버리 체크무늬의 볼캡에 트렌치코트까지 풀장착하고 공항에 나타나는가 하면, 그의 인스타그램에서도 버버리 제품을 활용한 스타일링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배우 김성령은 버버리 체크무늬로 꽉 찬 코트를 포인트로 한 공항패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편안하면서도 멋스러운 느낌으로 클래식한 빈티지 체크 프린트가 특징인 트렌치코트에 화이트 스트랩의 벨트백을 매치해 캐주얼한 감성을 풍겼다.


SNS 스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배우 기은세는 펜디의 상징인 정사각형의 'FF로고'로 도배된 크로스백, 맨투맨 등으로 로고 패션의 정석을 보여줬다. 펜디 빅로고의 하얀 티셔츠와 반다나로 귀여운 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룹 워너원 이대휘와 배진영은 리복 로고 티셔츠로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이대휘는 리복 로고가 돋보이는 네이비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양말과 화이트 벨크로 샌들을 매치해 소년 같은 룩을 완성했다. 배진영은 큰 로고가 새겨진 네이비 티셔츠에 청바지와 그레이 샌들을 신어 편안한 캐주얼룩을 선보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ㅣ하입비스트, 베트멍, 구찌, 펜디, 버버리, 휠라, 밀레, 리복, 엘르, 쎄씨, 큐브엔터테인먼트, 송민호·비와이·현아·채정안·기은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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