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가수 겸 배우 수지의 똑부러지는 소신에 네티즌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지가 유명 유튜버 양예원과 배우 지망생 이소윤이 과거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수지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합정 XXXX 불법 누드촬영' 청원에 동의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수지가 게시물을 올린 후 국민청원 동의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수지의 행보에 "선한 영향력의 좋은 예"라며 호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지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알면서 섣불리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이 아니냐"라는 목소리를 냈다. 결국 수지는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수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추가 심경글을 게재했다. 수지는 '양예원 성추행 사건'의 국민청원을 공개 지지한 이유에 대해 "그런 사진들이 유출되어버린 그 여자사람에게 만큼은 그 용기 있는 고백에라도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몰카, 불법 사진 유출에 대한 수사가 좀 더 강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청원이 있다는 댓글을 보고 사이트에 가서 동의를 했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섣부르게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이 아니냐'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에는 "맞다. 영향력을 알면서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마땅히 한쪽으로 치우쳐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 좀 더 정확한 해결방안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렇게 지나가게는 두고 싶지 않았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끝으로 "그분이 여자여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끼어들었다. 휴머니즘에 대한 나의 섣부른 끼어듦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수지의 행보를 접한 네티즌들은 수지에게 박수를 더 많은 박수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지가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끼어들었다"라고 밝힌 부분과 관련해 양예원 사건을 '페미니즘'이 아닌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하 수지 SNS 글 전문.


5/17일 새벽 4시 즈음 어쩌다 인스타그램 둘러보기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됐다.


어떤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던 '여자 사람'이 3년 전 일자리를 찾다가 원치 않는 촬영을 하게 돼 성추행을 당했고, 나중에는 사진들이 음란사이트에 유출되어 죽고 싶었다고.


정확히 어떤 촬영인지 완벽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뭣도 모른 채 무턱대고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렸는데, 막상 촬영장을 가보니 자신이 생각한 정도의 수위가 아니었고 했다. 촬영장 사람들의 험악한 분위기와 공포감에 싫다는 말도 못하고 도망도 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디테일을한 글을 읽는 게 너무 힘든 동시에 이 충격적인 사건이, 이 용기있는 고백이 기사 한 줄 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 새벽 당시에는)


만약 이 글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수사를 했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바랐다. 하지만 검색을 해도 이 사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고 사실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뭐지 싶었다. 인스타그램에 글이 한두 개 만 올라와 있었다.


새벽에 친구한테 '이런 사건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문자를 보내놓은 뒤 일단 잠에 들었다. 일어나 찾아보니 정말 다행히도 인터넷과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 뉴스가 메인에 올라와 있었다.


이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어떻게든 이 사건이 잘 마무리가 되길 바랐다. 다른 일을 하며 틈틈이 기사를 찾아봤는데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아직 수사 중이다. 맞다.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주장뿐이다. 아직 누구의 잘못을 논하기엔 양측의 입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며, 어떤 부분이 부풀려졌고 어떤 부분이 삭제되었고 누구의 말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선뜻 새벽에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듯한 댓글들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이 사건에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진들이 유출되어버린 그 여자 사람에게 만큼은 그 용기있는 고백에라도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몰카, 불법 사진유출에 대한 수사가 좀 더 강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청원이 있다는 댓글을 보고 사이트에 가서 동의를 했다.


이 사건을 많이들 알 수 있게 널리 퍼트려달라는, 그것만큼은 작게나마 할 수 있었다.


섣불리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해주셨다. 맞다. 영향력을 알면서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마땅히 한쪽으로 치우쳐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둘 중 한쪽은 이 일이 더 퍼져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피해자는 있을 거니까.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통해 좀 더 정확한 해결 방안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렇게 지나가게는 두고 싶지 않았다.


그분이 여자여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끼어들었다.' 휴머니즘에 대한 나의 섣부른 끼어듦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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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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