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11일 잠실야구장에서 2016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2차전 경기가 열렸다. KIA 투수 윤석민이 7회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1군에 올라오면, 그 때 얘기하시죠.”

KIA 김기태 감독이 사실상 ‘윤석민 함구령’을 발동했다. 마운드 붕괴로 마음편할 날 없는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1군에 있는 투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른 넥센전은 ‘고척돔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2016년 고척돔에서 치른 첫 7경기를 모두 패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이명기의 발목부상 등 유난히 꼬이는 경기가 많았다. 이날도 잘 던지던 선발 한승혁이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볼넷을 남발하더니 뒤이어 등판한 투수들도 밸런스를 회복하지 못해 한 이닝 최다 볼넷 타이기록(6개)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마무리 김세현이 구위 저하로 2군에서 조정 중이고 차세대 마무리로 꼽히는 김윤동은 9회말 마이클 초이스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어렵게 따라붙은 경기를 내줬다. ‘절대 에이스’ 양현종을 제외하고는 계산이 안서는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자연히 한 때 국내 최고 우완이라는 찬사를 받은 윤석민의 복귀 시기에 관심이 모인다. 어깨 수술 후 지난한 재활기를 거쳐 지난 15일 퓨처스리그 마운드에서 5.1이닝을 던졌다. 실전을 시작한만큼 윤석민이 복귀하면 어떤 형태로든 마운드에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실제로 구위가 썩 좋지 않았던 2015년, 팀 마무리 중책을 맡아 30세이브를 따냈다. 마무리 김세현의 복귀 시기보다 윤석민의 행보에 더 큰 눈길이 모일 수밖에 없는 팀 형편이다.

윤석민도 지난 15일 함평 챌린저스필드를 찾은 취재진에게 “1군에 올라가면 인터뷰하겠다”며 서두르지 않고 확실히 몸을 만들어 복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포토] KIA 김기태 감독, 손이 시릴 날씨야...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7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장갑을 착용한 채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그러나 김 감독은 “이제 한 경기 던졌을 뿐이다. 구속(최고 141㎞)도 그렇고 투구 강도도 더 끌어 올려야 한다. 윤석민과 관련한 질문은 당분간 하지 않았으면 한다. 1군에 올라 오면 그 때 얘기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윤석민도 지난 15일 함평 챌린저스필드를 찾은 취재진에게 “1군에 올라가면 인터뷰하겠다”며 서두르지 않고 확실히 몸을 만들어 복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 감독은 “(윤)석민이가 1군에 올라 왔다는 의미는 여기(1군)에 있는 투수 중 누군가는 2군으로 내려간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부진해 의기소침해 있는 투수들이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경기를 치르는 것이 과연 팀에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은 1군에 있는 투수들이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정 선수에게 기대 위기를 넘기려는 나약한 마음을 갖는 순간 팀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 마운드이지만 투수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를 바라는 게 김 감독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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