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배우 송윤아(46)가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마더'로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귀환했다. 데뷔 24년 차에 접어든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코미디, 공포, 로맨스, 스릴러 등의 장르에서 넓고 깊은 연기 스펙트럼을 소화해왔다. 송윤아가 도전해 온 다채로운 역할 만큼이나 필모그래피도 화려하다. 쉬지 않고 달려온 시간 동안 빼곡하게 쌓인 연기 관록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송윤아는 '시크릿 마더'에서 아들 교육에 온 힘을 쏟는 열혈 강남 엄마 김윤진 역으로 분하고 있다. 김소연과 투톱 주연으로 호흡하는 그는 첫 방송부터 극의 미스터리한 전개를 노련한 연기력으로 견인해 나갔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1~ 4회까지 연속 전파를 탄 첫방송 시청률은 각각 4.8%, 6.5%, 6.5%, 7.8%를 기록,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송윤아가 아들이 납치당한 줄 알고 사색이 돼 거리를 헤매고 오열하는 장면이나, 의문의 입시 보모인 김소연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풀어내는 표정 연기는 김윤진 그 자체였다. 복잡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를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 호평받은 송윤아는 최근 40대 여배우 김희선, 김남주, 김선아의 활약상을 잇는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의 꿈을 가진 그는 유년시절, 또래 친구들이 만화를 즐겨볼 때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장래희망은 송윤아가 대학교를 진학한 후에도 변함없었고 '하이틴'과 '주니어'라는 학생 잡지를 통해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수백 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작된 한 맥주 광고에도 출연했으며 SBS드라마 '이가사 크리스티', MBC '사춘기'에 단역으로 등장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우의 꿈에 문을 두드린 송윤아는 1995년 KBS 제1회 슈퍼탤런트 대회에도 출전해 금상을 수상했다. 이는 KBS 1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는 기회로 연결돼 배우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송윤아가 응시했던 슈퍼탤런트는 당시 뜨거운 관심을 모은 대대적인 대회여서 시작은 화려한 듯했지만 대중에게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그해 KBS2 드라마 '개성시대'에서 여대생 역을 소화하며 배우로 정식 데뷔해 '찬란한 여명', '용의 눈물', '지평선 너머'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데뷔 초기 돋보이지 못한 송윤아는 무명 생활을 이어갔고 돈벌이를 위해 과외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1998년 기회가 찾아왔다. SBS 드라마 '미스터Q'로 송윤아의 전성기에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 사실 송윤아는 '미스터Q' 최종 오디션에서 탈락했지만 합류하기로 한 배우가 중도 하차하면서 대체 배우로 긴급 투입됐다. 그렇게 얻은 기회로 디자인실 실장 황주리 역으로 분해 여주인공 김희선을 괴롭히는 얄미운 악녀를 연기해 스타덤에 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상당수의 광고에도 출연했으며 극중 송윤아의 머리 스타일인 단발머리도 전국적으로 유행이 됐다. 그해 SBS 연기대상시상식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99년 MBC 드라마 '왕초'에서 여주인공 '연지'역으로 등장한 송윤아는 차인표와 연인 연기를 펼쳤다. '왕초'는 당시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로, 그는 시청자들에게 또 한번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MBC 연기대상시상식에서 우수 연기자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안았다.


2001년 '호텔리어'에서는 푼수기 있는 지배인으로 변신해 밝은 연기를 선보이며 그가 지니고 있는 지적이고 성숙한 정형화된 이미지 틀을 깼다. 덜렁대기도 하고 가끔은 화를 참지 못하기도 하지만 밝은 캐릭터 진영을 안정감있게 풀어냈다. '호텔리어'는 평균 시청률이 29.4%에 달하며 인기 드라마로 거듭났고 송윤아는 톱배우 반열에 올랐다.


2002년 영화 '광복절 특사' 헤로인으로 낙점돼 발랄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파했다. 이 작품은 남편 설경구와 첫 인연을 맺은 영화이며, 흥행에 힘입어 '광복절 특사'에서 송윤아가 부른 '분홍립스틱'도 큰 화제가 됐다. 제23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도 거머쥐었다.


2006년 '사랑을 놓치다'를 통해 설경구와 두 번째로 호흡하며 애틋한 멜로 연기를 펼쳤다. 송윤아는 털털한 성격을 지녔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수의사 '연수'를 그려냈다. 이 작품은 당시 블록버스터 영화가 점령했던 극장가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같은 해 개봉한 '아랑'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형사 역으로,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스릴 넘치게 그려냈다.


2008년 드라마 '온에어'를 통해 스타 방송 작가 서영은 역으로 변신, 자신의 작품에 굉장한 자신감을 품고 까다로운 면모를 가진 인물의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SBS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과 10대 스타상을 수상하며 계속 연기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쉼 없이 달리며 작품 목록을 빼곡히 채워가던 그는 2009년 5월 설경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배우라는 타이틀 외에도 아내, 어머니라는 위치에 다다르며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 송윤아는 결혼 후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비췄다. 2011년 tvN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 시즌 1에서 심사위원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올리브 예능프로그램 '푸드 에세이'에서 MC로도 활약했다.


2014년 결혼 후 첫 드라마 복귀작으로 선택한 '마마'에서는 녹슬지 않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싱글맘 승희로 분해 모성애 연기로 안방극장을 울렸다. 최고 시청률은 20%까지 치솟았고 MBC 연기대상에서 여자최우수연기상, 2015년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2016년 '더 케이투(THE K2)'를 통해 다시 한번 악역에 도전, 야망에 눈이 멀어 원하는 것을 얻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을 연기했다. 악한 캐릭터지만 또 다른 한편에 지니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풀어내, 두 얼굴의 악녀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매 작품마다 맞춤옷을 입은 듯 호연을 선보이고 있는 송윤아. 부침을 겪은 시기도 있었지만 배우 본연의 모습을 묵직하게 유지하며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가 가진 대체불가한 연기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라는 자리를 오랜 시간 지켜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서도 수많은 인생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SBS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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