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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9단은 지난 4일 제30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4년여 만에 두 번째 국제대회 타이틀을 획득했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반상의 귀공자’ 김지석(29) 9단이 올해 펄펄 날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특히 국제기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중국세에 눌려 기를 못펴던 한국바둑의 부활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김지석 9단은 지난 4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서 막을 내린 제30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서 전기 우승자 나현(23) 9단에게 백으로 2집반승을 거두며 세계 속기왕에 올랐다. 제36기 KBS바둑왕전 준우승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그는 1라운드에서 중국의 판윈뤄 6단을 꺾은 데 이어 4강에서 KBS바둑왕전 우승자인 박정환 9단을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해 나현의 타이틀 방어를 저지했다. 특히 준결승에서 만난 박정환은 김지석에게 있어 ‘천적’이나 다름 없었지만 그는 상대전적 6승22패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박정환은 올해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1월) 하세배(2월) 크라운해태배(2월) 월드바둑챔피언십(3월) KBS바둑왕전(3월)을 차례로 우승한 최강자다. 그러나 김지석은 고비때마다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거함을 무너뜨리고 결승에 올라 2014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 이어 생애 두 번째 국제대회 타이틀을 획득했다. 4년여만의 감격이다.

올해 김지석의 부활 조짐은 연초부터 시작됐다. 3월 초까지 16연승을 질주했고 승률 90%를 넘기며 동료 프로기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백미는 3월 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중일 바둑삼국지 농심신라면배에서였다. 그는 5연승을 달리던 중국의 당이페이 9단을 꺾고 마지막 주자인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마저 제압하며 한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덕분에 한국은 중국에 빼앗겼던 농심배 우승컵을 5년만에 되찾으며 모처럼 기를 펼 수 있었다.

김지석은 2월엔 국내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신설 대회인 JTBC 챌린지매치에서 최재영 3단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JTBC 챌린지매치 결승 대국과 농심배에서의 두 대국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집념으로 판을 뒤집고 역전으로 승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까지 박정환 9단에 이어 부동의 2위 자리를 지켰던 그는 최근 2년간은 랭킹이 7∼8위까지 떨어지며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다시 빼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며 신진서와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올해 전체 승률은 85%(33승 5패)로 1위에 올라있고 상금순위에서는 2억 150여만원을 벌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부활 비결은 자신감이다. 그는 “자꾸 지다 보면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심해진다. 반대로 이기다 보면 그런 점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오히려 더 쉽게 이기게 되고 계속 잘 되는 것 같다”면서 “연초에 몇 번 이긴 게 좋게 풀리고 있다. 바둑은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컨디션 관리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지석의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이를지 궁금하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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