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이승우(오른쪽). 출처 | 헬라스 베로나 트위터 캡처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오래 기다렸던 이탈리아 세리에A 첫 골이었다. 그러나 그의 발에 실려 묵직하게 날아갔던 그 공을 찾진 못했다. 원정 경기였고, 팀의 강등이 확정되면서 분위기가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데뷔골은 모두가 기다린 만큼 훌륭했고 시원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1부) 헬라스 베로나 공격수 이승우는 지난 6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에서 열린 2017~2018 36라운드 AC밀란과 원정 경기에서 팀이 0-3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40분 만회골을 넣었다. 팀은 1-4로 패하면서 다음 시즌 2부 강등이 확정됐지만 이승우는 귀중한 선물을 얻었다. 베로나의 코너킥 찬스 때 AC밀란 수비수가 볼을 걷어냈다. 아크 정면에 있던 이승우는 지체없이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 골망을 출렁였다. 베로나의 시계가 강등 확정을 위해 째깍째깍 울리고 있어 마음껏 기뻐할 순 없었다. 이승우는 본부석에 있는 가족을 향해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것으로 세리에A 데뷔골 세리머니를 마쳤다. 그의 득점은 2002년 1월 27일 안정환이 페루지아 유니폼을 입고 이승우의 현 소속팀 베로나전에서 넣은 골 이후 16년 4개월 만에 한국 선수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넣은 득점포로 기록됐다. 이승우는 이번 시즌 베로나에서 세리에A 13회 출전을 기록하고 있는데 모두 교체 출전이다. 조커로 나와 짧은 시간을 뛰어도 팀의 공격 활로를 뚫었기 때문에 “이승우를 선발로 넣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팀 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파비오 페키아 베로나 감독의 마음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승우는 강등 몇 분 전에 페키아 감독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승우의 AC밀란전 골은 잔루이지 부폰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받는 이탈리아 골키퍼의 미래 잔루이지 돈나룸마(19·A매치 5경기)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벼락같은 골이었다. 단 1분을 뛰더라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집중력 기르기에 심혈을 쏟았던 그의 정성이 ‘슈퍼골’로 완성됐다. 돌이켜보면 이승우의 골은 환상적인 경우가 많았다. 2014년 U-16 아시아선수권 8강 일본전에서 국내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60m 드리블 뒤 골은 지금도 역대 한·일전 최고의 골로 평가받는다. 바르셀로나 후베닐A 소속이던 2016년 2월 24일 넣었던 한국인 첫 유럽축구연맹(UEFA) 유스리그 골은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와르르 무너트리며 사각에서 차 넣은 감각적인 결승포였다. U-20 대표팀 소속으로 지난 해 3월 27일 아디다스컵 국제대회 잠비아전에서 넣은 로빙골은 차범근 감독까지 감탄할 만큼 경이적이었다. 같은 해 5월 23일 U-20 월드컵 2차전에선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키는 50여m 드리블 뒤 슛으로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를 무너트렸다. 이 골은 축구팬들이 선정한 ‘2017년 최고의 골’로 뽑혔다. 그리고 자신의 성인무대 데뷔골을 명문 AC밀란과 경기에서 장쾌한 발리슛으로 꽂아넣었다. 그의 ‘원더골’ 목록에 또 하나를 추가했다.

자신감이 붙은 이승우의 질주는 이제부터다. 이번 시즌 남은 두 경기를 통해 세리에A에서 가치를 입증할 계획이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그리고 이후 펼쳐질 새 시즌도 준비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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