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1990년대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현재까지 톱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우 고소영(46). 사실 본업인 배우보다는 '장동건의 아내'나 'CF스타'로 알고있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필모그래피 두께가 결코 얇지만은 않은 배우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안아보고 싶지만 아무나 받을 수는 없는 여우주연상도 수상한 바 있으며 멜로, 로맨틱 코미디, 공포,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변주해왔다. 톡톡 튀는 발랄한 연기부터 처연한 모성애 연기까지 선보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도 증명했다.


고소영은 지난 2일 한류스타 전지현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인 문화창고와 전속계약을 맺고 새로운 항해에 나섰다. 문화창고 관계자는 고소영과의 계약에 대해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남다른 배우인 만큼, 앞으로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동반자로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새 둥지로 이적한 고소영이 새로이 그려나갈 연기 인생에 더욱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었다.


고소영은 어느덧 데뷔 27년째를 맞은 베테랑 배우다. 21세이던 1992년 K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돼 연기자 길을 걸었다. 같은 해 KBS2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일은 사랑'은 청춘 캠퍼스 드라마로 고소영은 이병헌과 주연으로 호흡하며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을 그려내 주목받았다.


이듬해 드라마 '엄마의 바다'를 통해 김혜자의 딸이자 고현정의 동생인 경서 역으로 톡톡 튀는 연기를 선보여 두각을 드러냈다. 'X세대'로 통칭하는 신세대 스타로 발돋움한 그는 일명 '고소영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얻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도회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고소영이 극에서 입고 나왔던 옷은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고소영은 '엄마의 바다'로 1993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 제3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994년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더 확실히 각인시켜줄 작품을 만난다. 영화 '구미호'다. 이 작품은 한국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처음으로 구현한 영화이자 파격적인 특수분장을 선보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우성과 호흡한 고소영은 999년 동안 인간세계를 떠돌며 인간이 되기를 꿈꾸는 구미호 연기를 선보였다. 고소영의 빼어난 미모가 구미호 캐릭터와 잘 조화돼 '여우 같은 여자'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만인의 연인으로 자리 잡았다.


안방극장에서는 '아들의 여자', '숙희', '별', '행복의 시작', '여자' 등에 출연하며 맹활약했다. 연기 뿐만이 아니라 1995년 MBC 라디오 프로그램 '고소영의 FM데이트'를 진행하며 DJ로, 1997년 KBS2 예능 프로그램 '슈퍼선데이'를 통해 MC로 다채로운 모습도 보였다.


1997년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영화 '비트'로 정우성과 다시금 호흡을 맞췄다. 주인공 로미 역으로 분한 고소영은 섹시하고 당돌한 차도녀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비트'의 흥행은 고소영이 심은하, 전도연과 함께 199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등극하게 했다. 지금도 '비트'는 고소영의 인생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1998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톱스타 현주 역으로 분해 임창정과 멜로 연기를 펼쳤다. 3만 여명의 관중이 바라보는 야구장 한 가운데서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1999년 고소영이 만난 '연풍연가'는 작품성을 떠나 그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배필이 된 장동건을 이 작품에서 만났기 때문. '연풍연가'는 제주도에서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의 만남을 그린 작품으로, 고소영은 장동건과 호흡하며 짙은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흥행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고소영은 제3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인기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2003년 '하루'를 통해서는 절절한 모성애를 그려 호평받았다. 고소영은 간절하게 바라던 아이를 갖게 되지만, 태어난 아이가 무뇌증이라는 진단을 받아 애타는 심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전까지 일각에서 일었던 연기력 논란을 잠재웠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한 고소영은 제38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이후 영화 '이중간첩', '아파트', '언니가 간다', 드라마 '푸른 물고기' 등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2010년 5월에는 장동건과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과 딸을 출산하며 인생 제2막을 열었다. 고소영은 본업인 배우 활동은 잠시 뒤로한 채, 장동건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삶에 힘을 쏟았다.


그러던 지난해 KBS2 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10년 만에 복귀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고소영은 당찬 아줌마 캐릭터 심재복으로 빙의해 이질감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고,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내 친근감 넘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동안의 이미지가 시크하고 도도했다면, 대중이 한결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지만 고소영은 10년 공백기에 대한 우려를 기대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완벽한 아내'는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고소영이 배우로서 완벽한 복귀를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겼다. 연기력 논란을 빚은 때도 있었지만 안정되게 발전된 모습이 오롯이 담긴 작품이었다.


한시대를 풍미한 청춘스타의 아이콘에서 제자리걸음이나 퇴보가 아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고소영. 더불어 문화창고라는 새 둥지를 만났다는 점이, 그가 다양한 작품에서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그려낼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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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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