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여유 되찾은 로저스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8 프로야구 KBO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로저스가 6회 투구 후 포수 박동원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 3. 24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개막전 사건 이후 미안함과 억울함을 함께 호소했던 넥센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33)가 다시 한화를 만나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약 한 달 전 사건을 의식한 듯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며 올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타자들은 로저스에게 화답하듯 시즌 첫 번째 선발전원안타를 달성하며 4연승을 완성했다.

로저스는 22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100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달성했다. 넥센은 로저스의 활약을 앞세워 한화에 10-1 완승을 거뒀다. 2015년 여름 KBO리그에 거대한 태풍을 몰고 왔던 구위를 고스란히 재현한 로저스였다.

약 2년 전 로저스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대전구장에서 치른 첫 경기부터 150㎞대 직구로 상대를 압도하며 9이닝을 모두 소화한 바 있다. 2015년 7월말부터 10차례 마운드에 올라 완투 4경기, 완봉 3경기로 리그를 지배했다. 직구 외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세 가지 변화구가 모두 특급이었다. 하지만 2016시즌 한화와 재계약을 체결한 후 몸에 이상을 느끼며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로저스는 지난해 수술 후 재활을 마치고 마이너리그에서 실전을 소화했다. 다시 한국을 바라보며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여했는데 바람대로 넥센 유니폼을 입고 올시즌 한국 땅을 밟았다. 구속은 이전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변화구를 다양하게 구사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지난달 24일 개막전에선 친정팀 한화를 적으로 만나 6.2이닝 3실점(2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스프링캠프 내내 머릿속에 그렸던 완벽에 가까운 시즌 스타트였다.

그런데 과정이 문제였다. 당시 로저스는 한화 타자들을 범타처리할 때마다 다소 지나친 제스쳐를 했다. 자신은 옛동료들과 다시 만난 기쁨을 장난기 섞인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했으나 한화 선수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화 선수단은 넥센 선수단에 사과를 요청했고 넥센은 이에 정중히 사과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뒤늦게 이 사건을 돌아보며 로저스와 심판진을 엄중경고 조치했다. KBO로부터 엄중경고를 받은 로저스는 “사실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다. 한화 선수들과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죄송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오해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화시절부터 자신을 악동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악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악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라며 억울한 감정도 드러냈다.

[포토] 로저스, 이용규 아웃시킨 후 인사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8 프로야구 KBO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로저스가 2회초 우익수 플라이 아웃을 당한 상대 이용규와 인사를 하고 있다. 2018. 3. 24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리고 이날 로저스는 따뜻한 햇빛 아래서 개막전 사건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한화 타자들에게 그 어떠한 제스쳐도 취하지 않으며 괴력을 발휘했다. 1회부터 150㎞를 상회하는 직구를 구사했고 주전포수 박동원의 사인대로 변화구도 섞었다. 우타자에게 슬라이더,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구사했고 커브로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4회말 실투 하나가 실점으로 이어졌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아 흔들리지 않았다. 넥센 타자들은 5회초 김민성의 적시타로 경기 중반에 이미 선발전원안타를 달성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날 승리로 넥센은 지난 15일 고척 두산전부터 선발투수 7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로저스는 지난 17일에 퀄리티스타트, 이날 완투승으로 에이스답게 불펜소모를 최소화시켰다. 넥센의 7연속 경기 선발투수 퀄리티스타트는 2014시즌 이후 처음으로 구단 최다 타이다. 당시 넥센은 4월 4일 목동 LG전부터 4월 12일 목동 삼성전까지 7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바 있다.주말 3연전 내내 선발대결에서 한화를 압도한 넥센은 4승 2패로 기분 좋게 일주일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로저스는 “오랜만에 완투를 해서 기분이 좋다. 이런 기분을 유지한 채 계속 던지고 싶다. 7회가 끝나고 감독님께서 계속 투구할 것이나고 의견을 물었다. 투구수 관리가 잘 돼 더 던지고 싶었고 좋은 결과도 얻었다”며 “전 소속팀을 만나서 특별히 신경 쓰이는 것은 없다. 지금은 넥센 선수인 만큼 넥센 선발투수로서 준비했다. 특별한 전략없이 투수코치의 상의한대로, 그리고 포수의 리드대로 던졌다. 완투가 오랜만인데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또 도전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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