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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미국은 대학 스포츠가 프로 스포츠 만큼 발전돼 있다. 특히 미국의 자존심 격인 농구와 풋볼(미식축구)의 인기는 프로 종목이 울고갈 정도로 높다. 명문교 농구와 풋볼 감독의 연봉은 프로 수준을 넘어선다. 농구와 풋볼 성적은 대학 수익과도 직결돼 있다.

높은 인기와 함께 훌륭한 지도자들도 수없이 배출했다. ‘코치 K’로 통하는 듀크대 농구팀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1980년부터 3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듀크는 곧 ‘코치 K’다. 대학농구 최다승(1027승) 감독으로 3월의 광란 NCAA 토너먼트를 5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다. 듀크의 5회 우승은 모두 코치 K가 이룬 업적이다.

UCLA브루인스 농구팀은 존 우든(2010년 사망)으로 상징된다. UCLA는 대학농구 사상 최다 11차례 토너먼트 우승을 이뤘다. 대학농구 기록인 7연패를 포함해 10번을 그가 일궈냈다. 카림 압둘 자바, 빌 월튼(명예의 전당 회원) 등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했다. 우든은 생전에 “나는 우승보다 선수들이 사회에 진출해 변호사나 전문 직업인으로 일하는 모습이 더 뿌듯했다”며 농구 감독으로서 뿐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유지했다.

대학농구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이 ‘존 우든 어워드’다. 2003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시상하는 최고의 훈장 ‘대통령 자유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았다. 역대 아마추어 지도자로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상한 감독은 우든을 포함해 로버트 J. H. 킵허스(수영), 폴 ‘베어’ 브라이언트(풋볼), 팻 서미트(여자농구), 딘 스미스(농구) 등 5명에 불과하다.

탁월한 지도력으로 존경받는 감독이 있는가하면 쌓아 올린 탑을 스스로 차버린 경우도 있다. 인디애나 농구팀 보비 나이트 감독(77)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풋볼 조 퍼터노(작고) 감독이 대표적이다. 이들 역시 추락하기 전에는 인디애나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레전더리였다. 그러나 나이트는 불같은 성격을 참지 못해 추락했고 퍼터노는 통제되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참담하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인디애나대는 농구 명문이다. 나이트 감독이 이뤄낸 일이다. ‘모션 오펜스’를 고안한 나이트는 1971년부터 2000년 해고되기 전까지 30년 동안 인디애나대 감독으로 재직했다. 1976, 1981, 1987년 3차례 토너먼트 우승을 일궈냈다. 2000년 나이트가 물러난 뒤 인디애나는 딱 한 차례 결승전에 진출한 게 전부다. 나이트는 1997년 선수를 목조른 게 문제가 돼 해고됐다. 구타도 아니다. 닉 리드라는 선수가 훈련 도중 나이트 감독으로부터 목졸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나이트는 부인했으나 2000년 3월 CNN 방송이 목조르는 장면의 동영상을 입수해 방영했고 대학은 해고할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대학 당국의 해고 방침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나이트 없는 인디애나대 농구의 미래는 뻔하기 때문이었다.

퍼터노 감독은 그가 데리고 있던 제리 샌더스키(실형을 살고 있음) 코치가 10여년 넘게 어린 아이들을 성추행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묵인했다가 하루 아침에 추락했다. 아이비리그 브라운대 영문학도 출신인 퍼터노는 1950년부터 2011년 성추행 묵인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물러나기까지 한 평생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지냈다. 대학풋볼 최다승(409승) 감독이며 두 차례 전국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샌더스키 사건이 터지기 전 퍼터노는 대학풋볼에서 가장 존경받는 감독이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대부로 통하는 전명규 빙상경기연맹 전 부회장은 통제받지 않은 권력을 휘둘러 구설수에 올랐다. 시대는 바뀌었다. 결과보다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며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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