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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여객터미널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선율 기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이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오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모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부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그룹 일가 갑질 폭로로 이어지며 논란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더 나아가 외국인 사내이사 등기를 허용한 국토부와 대한항공 사이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는 ‘칼피아’의혹, 대한항공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 등 불공정영업 의혹 등 과거에 지적된 문제들까지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은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지난달 16일 조 전무는 대한항공 공항동 본사에서 자사 광고를 대행하는 A업체 광고팀장에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향해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경찰은 지난 17일 조 전무를 폭행 혐의로 입건, 출국정지 처분을 내렸다. 19일에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있는 조 전무 사무실과 마케팅 부사 사무실에 수사관 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논란이 커지자 조 전무는 전 직원에게 사과 이메일을 보내는 등 수습에 나섰고, 대한항공도 지난 16일 조 전무에 대해 대기발령 조처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무 직함과 일반이사 지위는 그대로 유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난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앞서 2014년 ‘땅콩회항’ 파문으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도 3년 뒤인 지난달 29일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 바 있다.

최근 6년간(2010∼2016년) 조 전무가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에 올랐던 문제도 경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조 에밀리 리’라는 인물이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진에어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조 에밀리 리’는 조현민 전무의 영어식 이름이다. 외국인이 국적항공사 등기임원으로 오른 것은 불법이다. 대표이사 변경이나 사업 범위를 변경할 때는 국토부의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데 국토부 또한 이와 같은 등기이사 재직을 묵인하는 등 결과적으로 재벌 총수의 자녀에게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2016년 10월 전까지는 항공면허 조건을 지속하는지 점검하는 규정이 없어 조 전무의 사내이사 재직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진에어의 화물운송사업 면허 변경을 인가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봐주기 의혹’은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이명희 이사장이 수행 기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제보, 한진 계열사인 인천 하얏트호텔 직원이 자신을 못 알아보고 할머니라고 불렀다고 욕과 폭언을 퍼부었다는 제보 등과 함께 욕설 녹취파일까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와 함께 과거 이명희 이사장이 호텔 로비에서 지배인의 뺨을 때리고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전직 직원의 제보가 다시 SNS를 통해 회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 하얏트 호텔과 대한항공 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회사 밖의 일이라 사실인지를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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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공항동 본사. 이선율 기자

과거 일감 몰아주기로 수백억원을 챙겼는데도 과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월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통해 회사 지분을 100% 가진 조원태·현아·현민 등 한진그룹 3세들에게 부당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부당지원이 아니라고 과징금 취소 소송을 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일부 변호사들은 싸이버스카이는 기내면세품 쇼핑몰 사이트에 입점한 업체들로부터 받은 광고수입을 전부 챙긴 데다 유니컨버스 또한 대한항공 콜센터 업무를 대행하면서 시설 비용 한푼을 내지 않고 대한항공에 2~3배로 부풀려 이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MBC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대한항공이라는 회사를 이용해 재벌 총수 일가들이 중간에서 통행세 받듯이 수수료만 챙기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 지점을 이용해 고가의 명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반입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조양호 회장 부부를 비롯해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삼남매의 해외신용카드 내역을 조사 중이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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