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_사진제공_명필름 CGV아트하우스 (4)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임수정의 최근 스크린 행보가 남다르다.

19일 개봉한 영화 ‘당신의 부탁’(이동은 감독)도 그렇고 지난해 여름 선보였던 영화 ‘더 테이블’(김종관 감독) 등 대중적인 관심에서는 조금 먼 작은 영화들에 나서며 남다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이에 임수정은 “예술극장에서 걸리는 영화다보니까 보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보는 영화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고 찾아주는 분들이 따로 있다”며 대형 상업 영화에만 관심을 쏟아지는 분위기에 별 아쉬움이 없는 듯 말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에 출연하는 데에 분명한 소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다.

임수정은 “인디 예술영화에 관심을 둔 건 몇년전부터다.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저예산 영화들, 인디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완성도가 높고 다양한 소재와 개성있는 이야기가 있더라. 그 영화들로 알게 된 배우나 감독들도 너무 훌륭했다. 이런 다양성이 한국영화의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더 많은 관객들이 이런 다양한 영화를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서 “나 또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에 큰 사람이어서 나는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상업영화에서 활동하는 배우나 감독이 인디영화와 협업한다면 시장의 발란스가 더 잘 맞게 되고 한국영화 시장이 더 성장하고 활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좋은 기회가 오면 덥석덥석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거슬러 올라가면 이윤기 감독님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도 버짓이 작은 예술 영화로 개런티 없이 현빈씨랑 출연했는데, 전 그 덕분에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돼 갔다올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며 새삼 뿌듯해 했다.

최근 한국 상업영화가 여배우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지 못하는 점도 임수정으로 하여금 작은 영화들로 눈을 돌리게 한 것도 있다.

임수정은 “상업영화에서는 남성중심의 영화가 많으니까 여배우에게 역할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작은 영화들에는 여배우들이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해소가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예술영화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 그는 “제가 영향력이 있는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는 다양하게 하려 한다”면서도 “나도 천만 영화를 해본적이 없으니까 천만 영화도 목표”라며 다짐하듯 말했다.

임수정_사진제공_명필름 CGV아트하우스 (1)

다작하지 않고, 템포가 느린 작품을 고르는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같은 걸 고르고 있다. 나와 잘 맞는 영화들과 캐릭터들을 골라 천천히 해야 나도 만족하고, 선보일 때 대중들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객관적으로 그동안 내 필모그래피를 보면 몇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실패의 과정이 나를 좀더 냉철하게 볼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시선으로 작품에 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스스로 달라졌기 때문이라도 털어놓기도 했다. “20대하고 30대의 필모가 정말 다르다. 그건 인간 임수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대때에는 머리속에 오로지 연기, 영화, 일밖에 없었다.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조금씩 연기 이외에 것들에서 즐거움도 생기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선명해지면서 필모그래피가 차곡차곡 쌓지는 않은 것 같다. 작품 선택이 느려진거다.”

특히 “요즘은 ‘주변에서 다 만류해도 나의 길을 가겠소’ 하는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마음을 쓰게 되고, 그런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면서 “(‘당신의 부탁’ 속 임수정의 캐릭터인) 효진도 그런 사람인데, 내가 그런 캐릭터를 보면 ‘너 혼자 가는, 그 외로운 그길을 내가 같이 가줄게’ 하는 마음이 든다. 20대에는 저랑 닮은 캐릭터, 내가 연민을 느끼는 캐릭터를 더 하고 싶었다면, 지금은 ‘자기 길을 가겠어’, ‘주체적으로 살겠어’ 하는 캐릭터를 보면 하고 싶더라. 당분간은 그런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체적으로 살고픈 스스로의 마음을 내비치는 것일 수 있다. 임수정도 수긍을 하면서 “저도 그렇게 변한게 아닌가 싶다.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겠다는 생각이다. 효진의 대사에도 나오는데 어떤 선택을 하다 보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하는데, 나도 그래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더 즐겁게 하려는게 있으면 불가피 하게 포기해야하는게 생기는데 그런걸 아쉬워하지 말아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걸 다 하기에도 바쁘니까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은 놓아주자 한다”고 말했다.

그런 임수정이 스스로 놓아준건 뭘까. 그는 “내가 배우 활동을 적극적으로 안하고, 느리게 느리게 하다보니까 대중들에게 잘 안보인다.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작품도 크게 인정받을 만한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과 소통하지 못했으니까 충분히 그럴수 있다. 그래도 그런 상황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다. 굉장히 이상한 자신감이지만, 서서히 사라지더라도 배우가 자기랑 잘 맞는 작품을 만나면 기가 막히게 부활한다. 그러면 대중들은 ‘아 맞아, 저런 배우가 있었지’ 한다. 그러니 지금 대중들의 반응에 흔들리자 말자 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임수정은 이번 영화를 통해서 대중들에게도 그런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신의 부탁’에서 죽은 남편의 아들이 갑자기 나타나 함께 살게 된 효진의 이야기를 그린 임수정은 담담하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명필름·CGV아트하우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