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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복귀후 맹활약을 앞세워 LPGA 투어 주요 개인 부문 선두에 오르며 ‘골프여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올시즌 부활한 ‘골프여제’ 박인비(30)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주요 개인 부문 선두에 오르는 것은 물론 세계랭킹 1위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박인비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3번 1위 자리에 올랐고 총 92주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2015년 10월을 마지막으로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부상에 시달리며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2016년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렸고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쳤다. 골프 관계자들은 박인비의 시대가 그렇게 저물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올시즌 완벽하게 부활했다. 3월 초 복귀한 그는 2경기째인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에서는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부활 신호탄을 쐈다. 아무리 박인비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빨리 우승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던 일이었다. 이어진 기아클래식에서 공동 18위, 그리고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는 연장 접전끝에 준우승을 차지해 다시한번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15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아직 다승자가 없는 올시즌 LPGA 선수 가운데 최고의 활약이다. 이를 바탕으로 박인비는 LPGA 투어 주요 개인 기록 부문에서 선두로 나섰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는 63점으로 이 대회 전까지 선두였던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60점)를 제치고 1위에 나섰다. 상금 부문에서도 박인비는 58만 6984 달러(약 6억3000만원)을 벌어들여 2위 브룩 헨더슨(49만 6619 달러)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또 올해 투어 대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포인트 부문에서도 1158점으로 2위인 헨더슨(1048점)에 앞서며 선두를 지켰다. 주요 부문 가운데서 박인비는 평균 타수에서만 69.250타로 68.313타의 제시카 코다(미국)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뿐만 아니다. 멀게만 보였던 세계랭킹 1위 복귀 시나리오도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3월 초 박인비의 세계랭킹은 19위까지 곤두박질쳤다. 박인비는 “올림픽 이후 랭킹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로지 골프를 잘 하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랭킹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투어를 쥐락펴락했던 ‘골프여제’로서 자존심이 상할만도 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9위까지 끌어올려 5개월 만에 톱10에 재진입하더니 ANA인스퍼레이션 준우승 후 펑산산(중국), 렉시 톰슨(미국)에 이어 3위에 올라 또한번 골프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15일 끝난 롯데챔피언십 3위는 두고 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우승 또는 준우승을 했다면 펑산산을 제치고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16번홀까지 단독 2위를 달리며 세계 1위 탈환 가능성을 부풀렸지만 막판 짧은 거리의 퍼팅을 연달아 놓치며 세계 랭킹 1위 복귀에 실패했다. 박인비는 “마지막 두 개 홀에서 모두 1m 안팎의 짧은 퍼트를 놓쳤다. 오늘만 이런 퍼트를 서너 번 놓친 것 같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 미뤘을 뿐 박인비의 세계 1위 탈환 시나리오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돌부처처럼 흔들리지 않는 기복없는 플레이와 최근의 상승세로 봤을 때 시간 문제로 보인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골프여제’ 박인비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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