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이 밝게 웃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모두가 만족했다. 사라질 것처럼 보였던 신뢰도 단숨에 회복했다. 눈부신 투구로 시즌 첫 승을 따낸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 얘기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 인터리그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단 한 개씩만 내주며 무실점 역투했다. 최고 148㎞까지 측정된 포심과 컷 패스트볼을 우타자 몸쪽에 찔러 넣었고 두 가지 유형의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흔들었다. 스트라이크존 언저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류현진의 완벽한 제구에 괴물을 처음 만난 오클랜드 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팔색조 매력은 삼진을 8개나 솎아낸 비결이었다.

첫 등판이던 지난 3일 애리조나전에서 3.2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된 뒤 류현진을 향한 시선이 따가웠다. 현지 언론은 “빅리그에서 5선발은 언제든 불펜으로 밀려나거나 다른 선수로 대체될 수 있다”며 류현진을 자극했다. 구위만 놓고보면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2선발로 활약해도 손색없어 보였지만 단 한 경기만으로 평가절하하기 바빴다. 하지만 시즌 첫 홈경기에서, 그것도 여러 이유로 8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눈부신 투구를 펼치자 시선이 싹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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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는 “류현진이 보석처럼 빛났다”며 “8일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류현진이 첫 등판에서 고전한 기억을 잊고 완벽한 투구를 했다”고 호평했다. 매체는 “비 때문에 계획보다 더 오래 쉬었지만 5회초 2사 후 스티븐 피스코티에게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고 타석에서도 볼넷과 안타 하나씩을 기록했다”며 칭찬했다. AP통신도 “험난했던 시즌 출발과 달리 오클랜드를 압도했다. 1회초 1사 후 맷 채프먼에게 볼넷을 내준 뒤 삼진 6개를 곁들여 13연속타자를 범타로 돌려 보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첫 등판 이후 우천 취소와 에이스 커쇼의 등판간격 유지 등을 이유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걸렀다. 당초 12일 등판예정이었지만 알렉스 우드가 식중독에 걸려 순서를 바꿨다.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류현진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마운드에 올라 잘 던지는게 중요하다”며 감정을 눌러 담았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투구로 당당히 첫 승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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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컨디션이 좋아 1회부터 강하게 던지려고 마음먹었다. 체인지업 중심이 아닌 여러 구종을 두루 섞은 게 주효했다. 첫 경기때 부진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던진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피드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제구가 되면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 오늘은 제구가 잘돼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말했다. 내심 애리조나전 밀어내기 볼넷이 마음에 남은 표정이었다. 그는 “첫 경기에서 너무 못던졌다. 야구를 하면서 밀어내기 볼넷을 내 준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며 제구의 중요성을 새삼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어깨 수술 이전보다 포심 구속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몸관리를 잘하고 기온이 조금 더 오르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이 자기 공에 확신을 갖고 던졌다. 포심, 컷, 체인지업, 커브 등 모든 구종의 로케이션과 무브먼트가 좋았다. 상대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6회까지 던져준 덕분에 팀이 승리까지 이를 수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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