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절묘한 교집합이었다. JTBC ‘미스티’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배우 김남주는 극중 캐릭터 고혜란과 여러모로 비슷했다. 그 이면이야 어찌됐던 화면으로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부터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까지 톱스타 김남주와 톱앵커 고혜란은 맞닿은 점이 많았다.

최근 만난 김남주는 이를 인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했다.

먼저 김남주는 “고혜란이라는 캐릭터가 뜰 줄 몰랐다. 악녀의 모습이니까”라면서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대해 “내가 천운을 타고났나보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우리 드라마가 어떤 여자의 성공기를 그린게 아닌데, 그런 부분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작가는 ‘미스티’의 시청자들에게 ‘고혜란처럼 치열하고 지독하게 사는게 행복인가’ 묻고 싶은게 아니었나 싶다. (고혜란은) 아이까지 지워가면서 극악스럽게 살았는데, 김남주 개인으로서는 진정한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혜란에 이입하기도 하고 멋있다고 생각도 했지만,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뒤이어 “고혜란은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치열하게 사는 여자다. 저나 직장을 가진 여자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초반에 시청자들이 고혜란에 확 이입해준 것 같다”면서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불쌍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저랑 닮은 면도 있다. 저도 어린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게 고혜란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고혜란을 연기하며 대리만족했다는 김남주는 “극중 항상 국장 앞에서 다리 꼬고 앉아있고, 지문에 사장도 무서워하는 고혜란이라고 써있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눈치도 많이 보고 피곤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고혜란 역을 맡으면서는 현장에서 ‘나 고혜란이야’ 하며 고혜란처럼 살았다”며 웃었다.

항상 남다른 에너지로 ‘시청률의 여왕’이 된 김남주가 남의 눈치를 본다는 말이 신선하면서도 그 눈치가 지금의 톱스타 김남주를 가능하게 한 밑거름이 됐구나 알게 했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으로 나서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딱 그랬다. 이번 드라마에서 대한민국 최고 인기 앵커로서의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남다른 애를 쓴 것부터 드라마가 다 끝나고도 여전히 그에게 고혜란이기를 기대하는 팬들의 바람을 읽고 고혜란의 비주얼을 유지하는 것만해도 그렇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김남주가 이번 드라마를 위해 체중을 7㎏이나 감량했다는 사실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하기 충분했다. 그뿐 아니라 김남주는 일반 아나운서들이 단정한 단발이나 숏커트의 헤어스타일을 하는 것과 다르게 웨이브를 넣은 헤어스타일을 선보였고, 태닝까지 했다. 김남주는 “우리 드라마가 멜로 드라마라 고혹적이고 섹시미를 주고 싶어서 헤어스타일은 여성스럽고 싶었다. 웨이브를 줘서 부드러우면서 섹시했으면 했다. 몸도 섹시하게 보이려고 태닝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김남주는 “드라마 촬영 동안 계란 흰자 4개와 컵누들만 먹으며 체중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다 질리면 닭가슴살 큐브, 그것도 질리면 김밥 3알 등 그렇게 버텼다. 그래도 중간에 체중이 조금 늘었는데, 금방 다시 뺐다. 시청자들이 고혜란에 대해 반응해주니까 살찌면 안될 것 같았다”고 했다. 또, 최근까지도 여전히 고혜란의 모습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자태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하다 못해 아이도 고혜란처럼 학교에 오라고 주문하고, 애들 학교 친구 엄마들이 고혜란처럼 하고 오지 않을거면 나오지 말라고 할 정도다. 모두 기대치가 있어서 당분간 고혜란처럼 지내야할 것 같다.(웃음)”

그러더니 “드라마 촬영 중 하루는 고혜란으로 풀세팅하고 집에 가니까 아들이 못알아보고 놀라더라. 아이가 처음에는 ‘엄마 왜 이렇게 달라’ 그러더라”면서 “배우들이 드라마를 할때는 빛이 난다. 화장을 안해도 그렇다. 그런데 거기서 떨어져 지내다보면 그 빛이 떨어진다. ‘미스티’ 전 6년간 그냥 아줌마였다. 멋진 배우의 모습은 없었다. 나도 안 꾸미면 안 예쁘다. 청순미인, 자연미인도 아니어서 멋짐이라고는 전혀 없다. 촬영할 땐 풀세팅하고 나온다”고 밝혔다.

이렇게 솔직한 만큼 당당한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김남주는 엄마와 배우라는 타이틀을 놓고 이야기할 땐 소탈하기까지 했다. 첫째가 올해 중학생이 됐다는 사실을 주저 없이 이야기하는게 엄마로서 당연하긴 하지만, 적지 않은 배우들이 자신의 아이와 가족 이야기가 연기에 대한 관심을 가릴까 우려하며 관련 질문에 머뭇거리는 것과는 많이 비교가 되기 때문. 그는 “나도 인터뷰 때 (남편)김승우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하지 말아야지 하고 싶지만,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그러질 못한다”면서 “내가 대상을 받는 것보다 우리 애가 받아쓰기 100점을 받는게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던 김남주는 “나는 배우로서 꿈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말로 방점을 찍었다. 결혼과 출산 후 복귀작 때마다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김남주가 배우로서 꿈이 컸다면 도대체 어떻게 됐을까. 고혜란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독하게 달렸지만, 가정에서의 행복은 이루지 못했던 것과 달리 김남주는 배우로서의 욕심은 조금 접으면서 일과 가정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성공적으로 거머쥔 톱스타가 된 모양이다.

cho@sportsseoul.com

제공|더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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