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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수원-서울전이 썰렁한 관중석 속에서 열리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예전 슈퍼매치엔 좋은 콘텐츠와 선수들이 양 팀에 많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유지됐더라면….” (서정원 수원 감독)

“좀 더 박진감 있게 경기하지 못한 것은 팬들에게 죄송하다.” (황선홍 서울 감독)

데얀의 이적과 함께 다시 활활 타오를 줄 알았던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가 초라한 민낯을 드러냈다. 확 떨어진 경기력과 소극적인 공격은 슈퍼매치라는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누가 이기고 지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싸늘한 날씨를 반영하는 듯한 썰렁한 관중석은 두 팀의 라이벌전이 선수 1~2명 영입으로는 부활하지 않을 것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팀 사령탑도 아쉬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 ‘스타 없는’ 슈퍼매치…붐업이 안 된다

올해 첫 슈퍼매치는 K리그 최고의 더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저질스러운 경기 끝에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수원과 서울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5라운드 맞대결에서 2018년 들어 처음 만났으나 두 팀 합쳐 슛이 16개에 그치는 등 팬들 입장에서 하품만 나올 90분을 보냈다. 홈팀 수원은 2승2무1패(승점 8)를 기록하며 중상위권인 5위를 유지했다. 올해 첫 승에 또다시 실패한 서울은 3무2패(승점 3)가 되면서 10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선발 라인업부터 두 팀의 추락한 위상이 여지 없이 발견됐다. 수원은 서울에서 지난 겨울 이적해 화제를 뿌린 데얀을 선발 원톱으로 내세웠으나 나머지 10명의 국내 선수들 중 전·현직 국가대표는 염기훈 하나 뿐이었다. 서울 역시 박주영이 교체 명단으로 들어가면서 선발 멤버 중 요즘 팬들이 이름을 알 만한 선수는 고요한, 곽태휘 정도였다. 안정환, 이운재, 김남일, 송종국, 이정수, 곽희주, 에두, 스테보, 정대세(이상 수원),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정조국, 김병지, 김진규, 차두리, 몰리나(이상 서울) 등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 20세 이하(U-20) 대표, 돌아온 해외파, 톱클래스 외국인 등이 뒤섞여 용호상박을 펼치던 시절은 옛날 일이 됐다.

◇ 수원은 홈에서 수비축구, 서울은 결정력 부족…

두 팀의 초라한 현실은 90분 경기에 그대로 투영됐다. 전반전은 아예 안 보는 게 나았다. 수원은 홈팀임에도 파이브(5)백을 서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서울은 앞에서부터 달려들었으나 슛까지 만들어내는 마지막 연결 과정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후반전에 치열하게 싸운 것도 아니었다. 서울은 후반 23분 신진호의 프리킥을 정현철이 골로 연결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정현철이 왼쪽 주먹을 써서 볼의 각도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도 만만치 않았다. 3분 뒤인 후반 26분 미드필더 최성근이 정현철의 발을 고의로 밟았다. VAR 뒤 최성근은 레드카드를 받고 쫓겨났다.

기대감을 모았던 데얀은 전반 2분 오른발 발리슛 이후 종적을 감췄다. 서울은 대구에서 데려온 에반드로가 후반 두 차례 좋은 찬스를 잡았으나 골결정력이 많이 부족했다. 반칙만 35개가 쏟아지며 두 팀 모두 ‘지지 않는 축구’를 1차 목표로 세웠다.

◇ 역대 최소관중, 문제는 돌파구가 없다

이날 수원 구단이 발표한 관중은 1만3122명으로 서울이 지난 2004년 서울로 연고를 옮긴 뒤 시작된 슈퍼매치 역사에서 가장 적은 수다. 종전 최저 관중은 첫 해인 2004년 8월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록된 주중 컵대회 경기의 1만4823명이다. 이번 경기가 주말에 열렸고, 데얀이라는 새로운 흥행 호재가 등장했으며, 슈퍼매치가 14년째를 맞이해 미디어에서도 적지 않게 다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흥행에서 참패한 셈이 됐다. 날씨가 쌀쌀했고, 미세먼지 변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적었다는 게 축구계의 평가다. 팬들은 ‘슈퍼마켓매치’, ‘수면매치’ 등의 표현으로 재미 없었던 이날 경기를 비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수원과 서울은 2010년대 들어 모기업의 관심이 급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상당한 액수의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도 어렵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모기업의 축구단에 대한 지출이 대폭 늘어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K리그 자체의 인기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반면 국내 구단 중에선 전북이 걸출한 선수들을 속속 영입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구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구단들은 두꺼운 팬층을 등에 업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국가대표나 수준급 외국인선수 입장에선 수원이나 서울 입단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게 현실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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