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배우 소지섭(41)이 2000년 '뷰티플라이프 - 대한해협' 이후 18년 만에 예능 고정 출연 소식을 알려 기대감을 안겼다. 나영석 PD의 캐스팅 제안을 수락하며 tvN 예능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 출연을 결정짓고 첫 전파를 탔다.


그동안 여러 작품들을 통해 남자다운 이미지를 풍긴 소지섭이기에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이목이 쏠렸다. 또한 지난 2011년, 2014년 MBC '무한도전'에서 뜻밖의 예능감을 드러낸 바 있어 더욱 기대를 모았다.


지난 6일 첫방송한 '숲속의 작은 집'은 쾌조의 출발을 알리며 순항을 시작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숲속의 작은 집' 첫 방송은 평균 4.7%(전국 기준)을 기록했으며 최고 시청률은 6.5%까지 치솟았다. 기존 예능과 다른 다큐 형식의 포맷이 시청자들의 리모컨을 붙잡았다.


'숲속의 작은 집'은 바쁜 삶을 벗어나는 것을 꿈꾸고 있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현실을 대신해 피실험자들(소지섭, 박신혜)이 공공 전기, 수도, 가스가 없는 생활을 즐기고 특별한 미니멀 라이프 실험을 수행하는 것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소지섭은 "도시에는 소음이 많은데 여기 오니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바람소리, 빗소리, 새소리 등"이라고 말하며 숲속 생활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또한 사뭇 진지한 자세로 숲속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미니멀 라이프에 익숙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어릴 때 선수 생활을 해 합숙을 많이 해서 될 수 있으면 필요한 것만 가져가려고 한다"며 백팩 한 개로만 짐을 꾸려왔다. 저녁을 바나나 하나로 대신하면서도 "최근에 먹었던 것 중에 제일 맛있었다"며 웃어 보였고, 숙소를 본 후 "생각보다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모습과 함께 소탈한 면모까지 곁들여져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성공적인 예능 복귀식이었다.


소지섭이 '숲속의 작은 집'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그는 학창시절 수영 선수생활을 했다.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출전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두각을 보였던 소지섭은 18세였던 1995년 한 청바지 브랜드 모델선발대회에 지원하며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이 모델선발대회는 당시 메인 모델이었던 그룹 듀스 故김성재의 서브 모델을 찾는 대회였다. 소지섭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전속모델 1기로 발탁되는 기회를 잡았다.


이듬해 스타 등용문이었던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순정남 철수로 분한 소지섭은 이의정의 첫사랑으로 등장해 청춘의 풋풋함을 연기로 담아냈다. 훤칠한 키와 훈훈한 마스크, 개성있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드라마 '모델', '미우나 고우나', '좋아좋아', '당신 때문에' 등에 출연하며 조연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2000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을 통해서는 악역에 도전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야망으로 가득찬 인물을 연기한 소지섭은 캐릭터의 비열한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같은 해 전 수영선수 故 조오련의 지도 하에 대한해협을 수영으로 건너는 모습을 담은 예능프로그램 '뷰티플라이프 - 대한해협'에 출연해 주목받았다. 소지섭은 수영 실력을 십분 발휘하며 에이스로 존재감을 빛냈다. 이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2001년 '지금은 연애 중'에서는 주인공 자리를 꿰차 탄탄히 쌓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듬해 '유리구두'에 이어 2003년 '천년지애'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천년지애'는 방영 전부터 당대 돋보이는 청춘스타인 소지섭과 성유리의 만남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30%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수많은 패러디와 유행어도 낳았다.


열심히 달렸던 소지섭은 2004년 무려 두 편의 인생작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14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러 매체나 대중에게 언급되는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과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다. 연타석 흥행 홈런을 터뜨렸다.


소지섭은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삼각 로맨스를 그리며 묵직한 멜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절제된 눈빛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고 시청자들이 멜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냈다. 최고 시청률은 40%까지 치솟았고 '발리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4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인기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누렸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는 거칠어 보이지만 내 여자에게 만큼은 따뜻한 남자를 연기해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탄생시켰다.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대사가 패러디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소지섭은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인기상, 네티즌상, 베스트 커플상,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2008년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영화는 영화다'를 선택했다. 배우를 꿈꾸는 조직폭력배 강패 역을 맡아 폐쇄적이고 탁한 모습을 연기했다. 액션 연기를 곁들이며 사실감있게 그려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출연료 전액을 제작비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드라마 '카인과 아벨', '로드 넘버원', '유령', 영화 '회사원' 등을 통해 선 굵고 묵직한 연기를 펼쳤다. 2013년 '주군의 태양', 2015년 '오 마이 비너스'에서는 '로맨스 킹'의 면모를 보이며 달콤하면서도 때론 코믹해 보이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소지섭은 스스로 진화하고자 이처럼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지난해 영화 '군함도'에선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지만 의리 있는 캐릭터인 최칠성으로 분했다. 소지섭은 무게있는 감정 연기와 액션을 가미해 스크린을 압도했다. '군함도'는 누적관객수 약 659만명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사실 그동안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에 '군함도'는 소지섭의 필모그래피에서 돋보이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서는 '멜로 장인'의 면모를 보였다. 소지섭은 아내를 떠나보낸 뒤 아들과 단둘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우진 역을 맡았다. 한 여자 만을 사랑하는 순애보 연기를 펼쳐 관객들에게 촉촉한 감성을 전달했다. 개봉 1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현재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소지섭은 배우 외에 래퍼로서도 활약 중이다. 2008년 발표한 첫 번째 디지털 싱글 '고독한 인생'을 시작으로 꾸준히 힙합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단순히 이벤트성 발표가 아닌 매 앨범에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고 있다. 작사도 직접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도 불태우고 있는 그다.


소지섭은 코미디부터 액션, 로맨틱, 절절한 멜로까지 다양한 장르를 변주하며 한계없는 변신을 보여왔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에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소지섭이 24년째 롱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배우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때론 래퍼로, 때론 예능인으로 날개를 펼치고 있는 소지섭. 다채로운 활약을 펼쳐온 만큼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은 어떨지 기대가 날로 커진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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