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역투하는 한승혁
2018 프로야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KIA 투수 한승혁이 6회 역투하고 있다. 문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와일드 씽’ 한승혁(25·KIA)이 ‘믿을맨’으로 돌아왔다. 단 한 경기로 속단하기 이르지만 제구에 완급조절 능력까지 갖춰 KIA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승혁은 지난 4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SK와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통해 뒤늦은 개막전을 치렀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다 우측 내전근 통증으로 조기귀국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완벽한 투구로 ‘와일드 씽’ 오명을 벗어던질 채비를 했다.

시속 150㎞대 중후반까지 측정되는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을 갖고 있는 한승혁은 입단(2011년 1라운드 전체 8순위)할 때부터 대기만성으로 불렸다. 구위 자체가 워낙 좋아 제구만 가다듬으면 난공불락의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강철, 이대진, 서재응 등 구위와 제구, 완급조절 능력을 두루 발휘하던 투수코치들이 매년 공 들여 한승혁의 성장을 도왔다. 다수의 투수 전문가들이 평가한 한승혁의 제구불안 원인은 공을 던지기 전부터 손목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는 투구 폼 때문이었다. 글러브에서 꺼낸 손이 오른 허벅지 옆으로 내려갔다 어깨 위로 올라오는데 손목이 지나치게 안쪽으로 굽어져 힘이 분산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백스윙이 커 하체가 중심이동을 끝낼 때까지 적절한 밸런스를 찾기 어려운 점도 한승혁의 고질 적인 문제로 지목됐다.

[포토] 삼진 최승준 \'유인구에 당했어\'
2018 프로야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SK 최승준이 4회말 1사 헛스윙 삼진아웃을 당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문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하지만 이날 투구에서는 간결한 팔 스윙이 돋보였다. 손목은 여전히 팔꿈치 안쪽으로 굽은채 공을 쥐고 있었지만 최저점에서 릴리스포인트까지 올라오는 팔 스윙 궤적이 짧았다. 최고구속은 154㎞까지 측정됐고 슬라이더(140㎞) 포크볼(137) 커브(122㎞) 등을 스트라이크존으로 편하게 찔러 넣었다. 4이닝 동안 2안타 1실점으로 역투하면서 삼진 6개를 솎아 냈다. 완벽히 빗맞은 내야 팝 플라이 한 개를 제외한 아웃카운트 5개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고, 최정과 최승준에게 내준 두 개의 안타도 땅볼 안타였다. 이른바 ‘들어치는’ 스윙으로 최강 홈런 군단의 위용을 뽐내던 SK 타자들이 한승혁의 구위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를 찌르는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고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지는 고속 포크볼에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KIA도 한승혁이 경기 흐름을 완벽히 틀어 막은 덕분에 연장 혈투 끝에 SK를 제압하고 승률 5할에 복귀했다. 한승혁은 “SK 타선이 워낙 좋아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빠른 공 승부보다는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면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 때 부상으로 조기귀국해 팀에 많이 미안했는데 조금이나마 팀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재활을 잘 한 만큼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분명 단 한경기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난타를 당해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와일드 씽’이 제구를 갖추면 난공불락이 된다는 야구 정설은 변함없다. 한승혁이 자신의 이름을 야구팬에게 크게 각인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산뜻한 출발을 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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