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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설치미술가 이순종 개인전 ‘백만대군’전을 오는 21일까지 서울 성미산로 CR콜렉티브에서 개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산수화, 사슴뿔, 로뎅의 조각 등 이미지가 펼쳐져 있다. 한걸음 더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료가 독특한 것을 알 수 있다. 한방 치료에 사용하는 침(針)을 재료로 사용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비단 위에 약 60만개의 침을 꽂았다.

침을 작품 재료로 사용한 데 대해 이순종 작가는 “10여년 전 아파서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다녔는데 살에 꽂아진 침들이 아름답게 느껴져서 그때 부터 침을 작업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은 소품을 작업하다가 본격적인 작업으로 확대됐고 이번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작업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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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은 의학적으로는 인체의 기를 뚫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순종 작가는 “작가로서 침을 꽂으면서 세상의 막힌 기를 뚫는 기분이다. 전쟁이라든지 분쟁이 터지지 않도록 기원을 담아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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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에 침을 꽂아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내는데 앞면과 뒷면에 다른 이미지가 나타난다. 동양화의 전통 기법인 배채법과 비슷한 원리다.

이순종 작가는 “얇은 비단에 침을 꽂는다. 앞과 뒤 양쪽 면에 다른 그림이 나온다. 그래서 앞뒤로 다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앞 뒤가 다르다는 점이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보령머드축제의 긴장감을 표현한 ‘카니발’, 우리 산의 모습을 다룬 ‘산’, 로댕의 조각을 재해석한 ‘전리품’ 등 실험적인 작품들이 공간 안에서 큰 에너지를 분출한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텍사스대학원에서 공부한 이순종 작가는 한국 페미니즘 작가로 2006년 아르코미술관 ‘오 마이 갓-내 사랑 내 사랑’ 등 전시를 통해 분단 국가의 상황과 한국인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 등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특히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몸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꾸준히 탐구하고 있다.

eggroll@sportsseoul.com

사진|김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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