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취임 2년차를 맞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승계 작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해 실적 호조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이전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최근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승인이라는 결실을 거두며 어느 정도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경영승계는 한진그룹 알짜회사이자 승계작업의 구심점이었던 ‘유니컨버스’가 지난해말 대한항공에 흡수합병되면서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유니컨버스는 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 정보기술(IT)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다. 유니컨버스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거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1월 설립돼 2개월만인 3월에 한진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으며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 승계 물밑작업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유니컨버스 지분 중 75%를 장남 조원태 사장에게 넘겼다. 이로써 조 사장은 단숨에 유니컨버스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조 사장은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해 1년만에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꾸준히 지분 승계작업이 진행됐던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회장(5.54%)과 조원태(38.94%), 조현아(27.76%), 조현민(27.76%) 등 오너 일가의 몫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시작되면서 지분 이동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유니컨버스가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해 온 정황이 정부 및 관련 단체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유니컨버스는 중간 지주사격인 대한항공 지분을 0.04% 보유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2014년과 2015년 유니컨버스가 한진그룹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매년 250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는 총매출액 대비 75%에 달하는 비중이다. 더욱이 이듬해 2016년 유니컨버스 사업의 일부를 한진그룹의 한진정보통신으로 양도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21.5%까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한진그룹 ....
한진그룹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조 회장과 조원태 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부사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이러한 의혹에서 벗어나고자 지난해 8월 보유하고 있던 유니컨버스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1일 대한한공은 유니컨버스를 흡수 합병했다. 오너 일가가 유니컨버스 소유권은 포기했지만 이미 이 회사 초기 투자액 이상의 배당금을 회수한 상태였다.

일례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흡수합병하기 전인 2016년 유니컨버스는 23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게다가 콜센터 사업부문을 한진정보통신에 양수하면서 순이익이 전년 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143억 원을 기록했고 배당액도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자산 처분에 따른 이익이 그대로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대한항공 기내 상품 판매를 담당해왔던 회사인 싸이버스카이도 유니컨버스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등을 통해 얻는 거래 비중이 최대 75% 수준에 달했다. 또한 조양호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100%였다. 결국 이 회사는 2015년 11월 대한항공이 지분 전량을 매입하면서 현재는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됐다.

재계에서는 당초 유니컨버스가 삼성물산, 삼성SDS와 같이 향후 오너 3세인 조 사장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주사 한진칼에 대한 지분율이 낮은 조 사장이 향후 부친인 조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상속받게 되면 세금 마련을 위한 창구로 유니컨버스가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지분을 넘겨야 승계작업이 마무리된다.

유니컨버스를 통한 자금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조원태 사장 승계 작업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은 한진칼의 배당확대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한진칼은 보통주 주당 125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재계에서는 대한항공이나 한진 등이 배당 여력이 있어 향후 이곳을 통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회사로 대한항공과 한진, 진에어 등 계열사들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보통주 기준 한진칼 지분 17.8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조원태 사장은 보통주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2.34%를 가지고 있다. 누나 조현아는 2.31%, 동생 조현민은 2.30%로 비슷한 수준이다. 조 사장이 그룹 내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하려면 조 회장으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대략 증여세 1000억원이상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수준에서는 자금 마련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대한항공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7년만에 배당을 재개한 점도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배당을 늘려 승계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조 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적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주근 CEO 스코어 대표는 “원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유니컨버스를 키워 이곳에서 나오는 자금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거나 상장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는 작업을 했을 수도 있었다”며 “대한항공은 지주사 체제로 정비가 된 상태이며 유니컨버스를 흡수합병한 것도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삼남매 지분을 올리기 위함으로 승계작업에 큰 난관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삼남매는 지난 2013년도 조양호 회장으로부터 받은 대한항공 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물납 중이기 때문에 급격한 지분승계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측은 “한진칼이 지주회사로 바뀌기 전, 조원태 사장의 대한항공 지분은 1% 수준이었고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2%대로 변화한 것이다.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려면 지분을 넘겨야하는데 실제로 지분 이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는 오너들이 소유한 작은 회사로 공정거래법에 위배돼 대한항공에 흡수합병된 것이지 경영권 승계작업과는 무관하다”고 답변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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