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에 첫 태극마크단 김기성 "9전10기 정구인생, 아내에게 금메달로 보답하겠다!"
    • 입력2018-04-02 06:00
    • 수정2018-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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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부부
김기성 박종숙 부부. 김기성은 정구가대표 선배이기도한 부인 박종숙씨의 든든한 내조로 10년간 9전10기만에 37살에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부창부수(夫唱婦隨). 직역하면 ‘남편이 노래 부르니 아내가 따라한다’라는 뜻으로 보통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잘 따르는 ‘찰떡궁합’ 부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면 남편과 아내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婦唱夫隨’라고 해야할까? 그런 사자성어는 없지만 딱 어울리는 주인공이 있다. 최근 30대 후반의 나이에 정구 국가대표에 뽑혀 큰 화제를 모은 창녕군청 김기성(37)의 경우가 꼭 그렇다. 정구 커플로도 유명한 그는 먼저 국가대표를 지낸 부인 박종숙(38)의 뒤를 이어 자랑스런 태극마크를 달고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 9전 10기, 서른일곱에 첫 태극마크 달다
김기성은 이달 초 전북 순창에서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에서 김동훈(순천시청)과 짝을 이뤄 남자 복식 1위를 차지해 서른 일곱의 나이에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기성-김동훈 조는 남자 복식 결승에서 국내 최강으로 꼽히는 지난해 국가대표 김재복-김주곤(문경시청) 조를 5-0으로 누르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냈다.

사실 정구 세계 최강인 한국에서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처럼 힘들다. 국내 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선발전 경쟁이 국제대회 보다도 더 치열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실력 차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날 컨디션과 운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9년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던 김기성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그동안 3등만 두 번했다. 중요한 순간에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들면서 문턱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김기성은 고3때 2000년 주니어 대표로 뽑히며 주목받기도 했지만 성인시절엔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다. 군대에 다녀온 뒤 소속팀에서 방출되는 설움을 겪기도 했던 그는 2009년 지금 소속팀인 창녕군청으로 이적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 땀과 노력은 비로소 만개한 기량을 꽃피우며 정구 인생 최고의 선물을 안겨줬다. 그는 선발전에서 1차전을 5전 전승으로 통과한 뒤 2차전마저 5경기 모두 승리하며 10년 동안 쌓였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 하루도 빠지지 않고 웨이트로 체력 보완, 20대에도 안 밀린다
김기성이 세운 서른일곱살 국가대표는 한국 정구 최고령 기록이기도 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활약한 정영팔의 기록을 한 살 더 늘렸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팔팔한 20대의 조카뻘 선수들을 상대로 거둔 기적같은 성과다. 이에 대해는 그는 “정구는 테니스와 비슷한 운동이지만 개인보다는 복식 경기가 많아 체력적으로 그렇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오랜 선수 경험은 변화무쌍한 정구 경기에서 큰 재산이 되기도 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다소 왜소한 체격의 그가 체력적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군에서 제대한 이후 10년 동안 거르지 않고 웨이트를 위해 땀을 흘린 결과 20대 시절보다 더 강한 발과 파워를 갖게 됐다. 이는 그대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주로 네트 앞에서 공격을 펼치는 전위 플레어인 김기성은 빠른 발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결정력이 뛰어나고 파이팅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내 최고참인 그가 국가대표에 발탁되면서 2001년 창단한 창녕군청은 18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 부창부수, 국가대표 선후배 ‘정구 커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진짜 원동력이 있다. 바로 부인 박종숙 씨다.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이다. 1살 연상인 박종숙씨는 2003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배다. 특히 2003년 세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로 체육훈장 거상장을 수상하는 등 남편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둘은 2005년 주니어대표로 함께 일본 원정을 갔다온 뒤부터 친해졌고 대학시절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해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종숙씨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결혼을 하면서 운동을 그만두고 남편의 내조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김기성은 “집사람이 선수로는 더 뛰어났는데 남편을 위해 꿈을 접었다.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10년간의 도전끝에 단 태극마크가 무엇보다 기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기성은 “늦게나마 태극마크를 달게 돼 아내에게도 할 말이 생겼다. 든든한 내조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로 많은 도움을 준 집사람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이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더불어 “올해 자카르타 아시아경기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아내의 목에 걸어주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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