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양창섭 \'신인의 패기로\'
삼성 선발투수 양창섭이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KBO리그 KIA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고졸 특급’으로 불린 양창섭(19)이 구단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양창섭은 2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했다. 고졸 신인이 팀의 첫 선발 로테이션(개막 첫 5경기)에 포함된 역대 22번째 사례로 삼성 구단 역사상 사실상 처음이다. 1982년 이선희, 1984년 김일융 등이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지만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 첫 시즌을 1군 선발로 등판한 것은 양창섭이 처음이다. 리그 전체로 확대하면 지난 2014년 3월 30일 잠실 두산전에 나선 LG 임지섭(5이닝 3안타 1실점 승)이후 약 4년 여(1459일) 만이다.

더 대단한 것은 2006년 잠실 LG전에서 7.1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LA다저스) 이후 역대 두 번째 무실점 투구로 데뷔전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1992년 롯데 김태형 이후 개막 첫 로테이션으로 데뷔전을 치러 승리투수가 된 6번째 사례다. 18세 6개월 6일만에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려 최연소 데뷔 첫 선발등판 승리투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경기전 “신인답게 씩씩하게만 던져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미래를 짊어질 투수이기 때문에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한다. 경기 운영 능력도 좋고 변화구 제구도 수준급”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약관도 채 되지 않은 고졸 신인이 시즌 첫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린 이유를 곧바로 증명했다.

[포토] 양창섭, 6이닝 무실점 호투 펼치며 성공적인 KBO 데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8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투수 양창섭이 6회 역투하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90개를 던져 산발 4안타 무실점으로 한껏 물오른 KIA 타선을 잠재웠다. 최고구속은 146㎞까지 측정됐고 슬라이더와 포크볼, 장기인 커브를 두루 섞었다. KIA 타자들이 때려낸 안타 4개 중 내야수 키를 넘기는 안타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삼성 전력분석팀은 “정확히 측정을 해봐야 알겠지만 구속이 조금 더 나오는 윤성환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제구와 경기운영 능력으로 올시즌 유일한 토종 선발투수로 나선 윤성환은 높은 볼 회전으로 타자들이 눈에 보이는 구속 이상의 체감속도를 느끼게 한다. 팝플라이가 많은 이유도 타자가 눈으로 판단하는 타이밍보다 배트에 늦게 맞기 때문이다. 양창섭이 던진 140㎞대 초중반 포심 패스트볼에 KIA 이범호나 최형우 등 거포들의 배트가 밀리는 것처럼 보인 이유다.

체감속도가 빠른 포심에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다 타자 눈 높이에 의도적으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까지 갖췄다. 양창섭을 안정적으로 이끈 삼성 강민호는 “KIA 타자들의 타격감이 워낙 좋아 시선을 흐트러뜨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치러 들어오는 타자들을 물러서게 만드려면 눈높이에 공을 던져 시선을 흐트러뜨리는 게 효과적이다. 각이 크고 느린 커브(최저 107㎞)가 있어 KIA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심처럼 날아오다 살짝 가라앉는 스플리터(최고 137㎞)와 체인지업처럼 떨어지는 포크볼(130㎞)로 나눠 던져 KIA 타선의 예봉을 완벽히 비껴갔다.

[포토] 강민호 \'진정해\'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8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포수 강민호가 6회말 2사2루 투수 양창섭의 투구에 맞은 상대 나지완을 진정시키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6회말 2사 3루에서 대선배 나지완을 사구로 내보내고도 후속타자 김선빈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는 담대함도 보였다. 모자를 벗어 넙죽 인사를 한 뒤 무슨일 있었냐는 듯 자기 공을 던졌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교시절 150㎞까지 던진 경험이 있어 힘이 조금 더 붙는다면 구속도 더 올라올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관계자는 “팀에 윤성환이 한 명 더 있는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양창섭은 “데뷔전이어서 특별히 떨리지는 않았다. 멘탈이 내 최대 강점이라 오치아이 코치님 말씀처럼 신인 답게 볼볼 하지 않고 많이 맞아보려고 던졌다. 강민호 선배님의 리드가 좋아 승리할 수 있었다. 1군에 데뷔한 만큼 아프지 않고 최대한 길게 1군에 있는게 올시즌 목표”라고 말했다. KT 강백호와 롯데 한동희에게 가려져있던 양창섭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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