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리스트 차민규가 2018년 3월2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귀포 | 김현기기자

[서귀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베이징까지 열심히 하라는 하늘의 뜻이죠(웃음).”

평창 올림픽의 영광은 ‘어제 내린 눈’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새 간판으로 떠오른 차민규(25·동두천시청)는 이미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을 내다보며 새 각오를 다지고 있다. 평창에서 자신에게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최단거리 500m는 물론 1000m, 그리고 정식종목 채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단체 종목 팀스프린트까지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생애 첫 올림픽 시즌을 마친 뒤 잠시 쉬고 있는 차민규를 지난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어릴 때 찾은 뒤 처음 제주에 왔다”는 그는 “후련한 마음도 있고 이번에 느낀 게 많아서 더 준비할 것도 보인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며 다음 시즌 구상에 천천히 들어가고 있었다. 차민규는 평창 올림픽 500m와 1000m 레이스를 마친 뒤 올림픽을 즐길 새도 없이 퇴촌해 이달 초 중국 창춘에서 열린 스프린트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다.

2~3년 전부터 월드컵에서 입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 차민규는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 하바드 로렌췐(노르웨이)에 0.01초 차로 뒤져 은메달을 땄다. 스스로도 “올림픽 전에는 메달이 목표였다”고 말한 것을 보면 은메달도 값진 성과다. 그러나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로렌췐과의 차는 불과 13㎝에 불과했기에 2위에 머문 것은 누가 봐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결과였다. 차민규는 담담하게 밝혔다. “0.01초차 은메달은 그냥 베이징까지 열심히 하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 올림픽 메달 자체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라고 하질 않나. (0.01초차 승부도)하늘의 뜻으로 알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꺼내든 화두는 ‘겸손’이다. 올림픽 입상이란 인생의 첫 목표를 이뤘지만 그만큼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롱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나이 올해 만 25세. 자기 관리만 잘 해낸다면 베이징 올림픽은 물론 2026년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차민규는 “많은 선생님들께서 겸손하라고 하셨다.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씀을 하셔서 잘 새겨듣고 있다”며 초심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인생은 오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입학이 결정된 직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소치 올림픽 직전엔 발목 인대 부상으로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모두 이겨내며 평창 시상대 위에 섰다. 차민규는 “원래는 멘털이 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소치 올림픽 앞두고)다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스케이팅을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한다. 외국 선수들 경기도 유심히 보면서 사소한 것이라도 적용해 보려고 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는 중국의 가오팅유(500m 동메달)의 초반 100m가 좋아 그의 스타트를 많이 연구했다”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선 1000m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500m에만 전념하느라 1000m에 큰 신경을 쓰지 못했다. 선배 모태범이 허리 부상으로 출전권을 양보하면서 1000m 레이스도 펼쳤다. 1분09초27초로 12위에 머물렀지만 갑작스럽게 출전한 것에 비해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차민규는 “아무래도 500m에 치중하다보니 갑자기 출전한 1000m에서는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해서 베이징에선 두 종목은 물론 팀스프린트에서도 김준호, 김태윤 등과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다”고 했다.

차민규의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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