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人드] 현영민이 말하는 #4강 신화 #제니트 #울산
    • 입력2018-03-29 11:00
    • 수정2018-03-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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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 2018년 3월 11일. K리그 역대 최고의 풀백 중 한 명이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23인의 전사 중 마지막 현역 선수였던 현영민의 은퇴식이 열렸다.


은퇴와 함께 K리그에 남긴 기록은 통산 437경기 출전 9골 55도움. 역대 왼쪽 측면 수비수로는 최다 출전 기록이다. 특히 비교적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을 수 밖에 없는 포지션임에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리그를 밟는가 하면, '경운기 드리블'로 대표되는 화려한 발 기술로 화제의 중심에 서는 등 팬들 사이에서 여러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낳기도 했다.


쉼없이 달려온 16년. 잠시 축구와 떨어져 휴식을 취할 만도 하지만, 다시 해설위원으로서 그라운드로 출근하며 열정을 불태우는 현영민 해설위원을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프로 데뷔보다 빨랐던 월드컵 4강 경험 "귀중한 시간"


2001년 건국대학교 4학년이었던 현영민은 연령별 대표팀과는 큰 인연은 없었지만, 대학 축구계에서는 이미 스타였다. 월드컵을 약 8개월 앞둔 10월.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올림픽 상비군으로 성인 대표팀과 두 차례 연습 경기에 나섰다가 높은 평가를 받아 히딩크호에 깜짝 합류한 것이다. 그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했다. 직접 부딪쳐보니 못 넘을 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경기 때는 더욱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회상했다.


현영민은 차두리, 최성국, 김정우, 신동근과 함께 대표팀에 소집됐다. 그는 "경기 다음날 최진한 당시 상비군 감독님이 바로 대구에 있는 대표팀 숙소로 가라고 했다. 사실상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보니 처음엔 마냥 신기했다"라고 설렜던 마음을 전했다.


대표팀엔 뽑혔지만,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들 사이에서 월드컵 출전은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선택은 현영민이었다. "합류 직후에는 경기에 많이 나섰지만,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최종 엔트리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발탁됐다. 센터백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 여기에 오른발과 왼발을 다 쓰다 보니 멀티 플레이어로서 활용 가치가 높았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


비록 본선에서 월드컵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대회에 출전한 것 자체가 그에게는 귀중한 경험이고 자산이었다. "3~4위전에도 뛰지 못한 건 조금 아쉽지만, 절대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풀었다.


▲ "김동진에 밀려 제니트 떠난 것 아냐"


현영민은 프로 데뷔보다 월드컵 출전을 먼저 경험했다. 2002시즌을 앞두고 울산 현대에 입단했지만, 대표팀이 월드컵 체제로 돌입하면서 소속팀 경기에 나설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7월 7일에야 데뷔전을 치른 그는 울산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써내려갔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이영표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김동진 등 후배들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점점 멀어져갔다. 이에 새로운 도전에 결심했다. 바로 유럽 진출이었다. 그는 "2005년 여름에 첫 제의가 왔다. 시즌 중이었고, 주장으로 뛰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산됐다"고 운을 뗀 뒤 "시즌 종료 후 다시 제니트에서 영입을 시도했다. 울산도 잔류를 원했고, 수도권의 한 팀도 오퍼했지만, 제니트를 선택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러시아 리그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외면받기도 했고, 비시즌에는 조리사가 없어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심지어 러시아인이었던 통역사는 축구를 잘 알지 못해 여러 웃지 못할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그는 "통역사가 축구 문화는 물론 용어도 잘 몰랐다. 연습 경기 중 감독이 내게 뭔가 지시하면 그걸 전달하겠다며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5~2006 UEFA컵 8강 2차전에는 결국 사건이 터졌다. 현영민이 "내가 교체 사인을 내면 감독에게 전달해달라"라고 일러뒀는데, 통역사가 이를 잘못 알아듣고 현영민이 교체를 원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 경기에서 오른쪽 윙으로 나서 득점까지 기록한 현영민은 황당하게 교체 아웃되어야 했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제니트 생활에 완벽히 적응해갔지만, 1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그는 "김동진에게 주전에서 밀려서 팀에서 방출됐다고 아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이 아니다. 나는 당시 왼쪽이 아닌 오른쪽 측면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먼저 이적을 요청했다. 만약 날 원한 팀이 울산이 아니었다면 유럽에 남았을 수도 있다"라며 이적을 결심한 배경에 울산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 "36세에 이적한 전남. 이렇게 오래 뛸 줄 몰랐죠"


국내 복귀 후 울산에서 세 시즌을 보낸 현영민은 2009시즌 종료 후 서울로 트레이드됐다. 그는 "아쉬웠지만 담담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때 서울과 함께 포항 이적 이야기도 나왔는데, 라이벌 관계를 생각해 서울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서울로 이적하게 됐다"라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서울에서 첫 시즌은 최고의 시간이었다. 그는 "리그에서 두 번 우승했다. 2010년 5월 5일에는 K리그 역대 최다 관중(6만747명) 앞에서 뛰어보기도 했다. 내 선수 경력에도 가장 좋은 시기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14년에는 성남을 거쳐 전남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 나이로 36세. 선수 생활의 황혼기로  접어드는 시기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선수 커리어 중 전남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뛸 수 있을지 몰랐다. 하석주 감독님과 노상래 감독님의 배려로 정말 재미있게 선수 생활을 했고, 덕분에 선수 생활도 잘 마무리한 것 같다. 두 감독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 해설위원+심판+방송+지도자…은퇴 후 더 불타는 열정


2002년 한일 월드컵 태극전사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은퇴한 현영민은 해설위원으로 전향했다. 지난 17일 강원과 상주의 경기에서 해설 데뷔전을 치렀다. 평소 달변가로 알려진 그는 선수 시절에도 모임에 나가면 재미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으로 유명했기에 해설위원으로서도 큰 기대를 받았다.


그는 첫 해설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방송사고 안난 것에 대해서는 100점이다"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이어 "종합 점수는 51점이다. 말투나 어휘 등에서 분명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더 편안하고 재미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미래에 해설위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3급 심판 자격증도 취득했다. "올해 중학 리그에서 심판으로 데뷔하고 싶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가장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는 꿈은 단연 지도자다. 그는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성급하게 현장에 나섰다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보단 꽉 찬 지도자로 출발하고 싶다"라고 진중하게 말하면서도 "좋은 기회를 주신다면 부지런하고 성실한 지도자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많은 연락 바란다"고 은근한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엔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축구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촬영 일정까지 더해져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영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불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수들에게 "아직 어떤 선수가 최종 엔트리에 들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한다는 23명이 뽑히는 무대가 월드컵이다. 말 그대로 '선택받은 선수들'이다. 개인보단 국가와 팀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투혼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DB, 김대령기자 daerye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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