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두
김경두 대한컬링경기연맹 전 부회장 겸 경북컬링훈련원장이 지난달 21일 강릉컬링센터 인근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하고 있다. 강릉 | 김용일기자

김경두 문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현지 반응이 상상 이상입니다. 여기서만 보면 난 애국자인데, 국내에선 죄인인가요?”

2018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 단장 겸 지원스태프 역할로 날아간 김경두(62) 경북컬링훈련원장은 대회 기간 기자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따낸 뒤 각종 광고, 방송, 인터뷰 일정을 소화한 여자대표팀은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이 대회에서도 초반 3연승을 달리는 등 순항하고 있다. 올림픽 내내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은 ‘팀 킴’을 향한 현지 미디어와 팬의 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캐나다 교민도 너나 할 것 없이 ‘팀 킴’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김 원장도 올림픽 기간 컬링 은메달의 숨은 주역으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대한컬링경기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돼 대표팀이 정상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을 때 그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최소한의 훈련 여건을 제공하는 데 애썼다.

김 원장이 허탈한 문자를 보낸 것은 최근 컬링경기연맹 징계 대상자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맹은 9월 장문익 초대 통합회장을 선출했으나 자격 없는 선거인단이 참여한 것이 드러나면서 인준이 취소됐다. 이때 부회장을 맡았던 김 원장이 회장 대행으로 연맹을 운영했는데 60일 이상 회장 공석 상태가 이어지며 체육회는 정관에 따라 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당시 전임 집행부가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으로 사실상 탄핵당하면서 올림픽을 코앞에 둔 대표팀이 정상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김 원장은 새 회장을 뽑아 조직을 쇄신하는 게 무리라고 여겨 체육회에 ‘회장 선거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체육회는 규정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경북컬링협회 측은 체육회의 징계 검토는 무리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60일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정관은 존중한다. 그러나 기간 내에 선거를 치르지 못했을 때 징계를 준다는 규정도 없다. 부정 선거를 한 전임 회장 등도 징계를 받지 않았는데 김 원장에게 징계를 준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토]김은정과 하이파이브 나누는 김민정 감독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민정 감독(왼쪽)이 지난달 2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과 스웨덴의 결승전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김은정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민정 여자 팀 감독도 징계 대상자다.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거칠게 항의했다는 게 이유다. 지난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경두, 김민정 두 지도자의 징계 결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면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당시 연맹 내부 문제가 겹쳐 부당한 징계를 받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최근 컬링 1급 심판 선발 과정에서 한 면접관이 면접을 보다가 지원자 자리에 앉은 얘기도 꺼냈다. 당사자는 지난해 김 감독에게 퇴장 명령을 내린 심판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1급 심판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컬링협회 관계자는 “그렇다면 당시 대회에서 그 심판은 무자격 심판이었다는 얘기”라며 문체부의 확실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연맹은 이런 상황이 몹시 답답하다. 체육회 관리위원회 자격으로 연맹 행정을 돌보고 있는 한 관계자는 “관리위가 들어선 뒤 우리는 김 감독에게 징계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김 감독 징계 건은) 전임 집행부에서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뒀다. 다른 안건은 모두 처리했으나 김 감독건만 남겨뒀다. 어떻게 보면 ‘직무유기’다. 김 원장 얘기도 전임 집행부 시절 문체부 감사를 통해 진행된 얘기여서 우리는 절차를 밟고 있을 뿐”이라며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관리위가 들어선 이후의 연맹에 돌리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컬링계 파벌 다툼이 여전히 잔존하는 상황에서 현 대표팀과 적대 관계에 있는 세력이 연맹을 압박하는 등 갈수록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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