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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G 류중일, 롯데 조원우, KIA 김기태 감독. 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프로야구 37년 역사상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엘롯기’(LG, 롯데, KIA)의 동반 가을야구 진출, 올해는 현실이 될까?

LG, 롯데, KIA를 함께 지칭하는 ‘엘롯기’는 프로야구 전통의 인기구단인 세 팀이 2000년대 초중반 나란히 부진하면서 만들어진 단어다. 당시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이젠 다르다. KIA는 디팬딩 챔피언이고, 롯데는 지난 시즌 5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를 밟으며 강팀의 이미지를 재구축했다. LG도 사령탑 교체와 비시즌 전력 보강을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동반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시즌 6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는 시즌 종료 후 구단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계약이 만료된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임명했고,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일군 ‘우승 청부사’ 류중일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전력 보강에도 힘썼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현수를 4년 총액 115억 원에 데려왔고 데이비드 허프가 떠난 빈 자리는 타일러 윌슨으로 채웠다. 이들은 시범경기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자신의 몸값을 증명하고 있다. 논란이 있었지만 수년 간 이어온 리빌딩도 계속됐다. 정성훈을 방출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손주인, 유원상, 이병규, 백창수 등을 내보냈다. LG의 주전 라인업은 한층 젊어졌다. 새 출발을 선언한 LG의 가을 야구를 향한 도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구도(球都) 부산의 야구 열기는 모처럼 뜨거웠다. 8월부터 보여준 매서운 상승세는 롯데를 가을 야구 무대로 이끌었고 부산 야구팬은 열광적인 응원으로 선수들과 하나가 됐다.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NC에 패해 우승을 향한 발걸음을 멈췄지만 여러모로 유의미한 시즌이었다. 롯데는 뜨거워진 분위기를 스토브리그에서도 이어갔다.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를 삼성으로 보냈지만 두산에서 민병헌을 영입해 고질적인 외야수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식으로 채태인을 데려와 좌타라인을 보강했다. 황재균이 떠난 뒤 무주공산이었던 3루에 대한 고민도 신인 한동희의 등장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병규와 김문호가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등 백업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지난 시즌을 통해 성장한 젊은 투수들의 존재도 올해 롯데의 성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지난해 9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한 KIA는 전력 유출 없이 우승 멤버 그대로 2연속시즌 챔피언에 도전한다. ‘20승 투수’ 양현종에게 더 나은 계약을 안겼고 ‘캡틴’ 김주찬과 새로운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으며 팀에 잔류시켰다. 또한 통합우승에 크게 일조했던 헥터 노에시, 팻 딘, 로저 버나디나 등 외국인 선수 3인방과 모두 재계약에 성공하며 전력 유출을 막았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며 성장한 젊은 선수들에 대한 희망도 더욱 커졌다. 여기에 박정수, 문경찬 등 군제대 선수가 합류했고 LG에서 방출된 정성훈을 영입하며 타선을 더욱 두껍게 했다. 재기를 노리고 있는 윤석민이 정상 컨디션으로 팀에 합류한다면 KIA의 정상수성은 한층 수월해진다.

강팀의 면모를 갖춘 KIA와 롯데, 그리고 전력 보강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LG까지.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는 3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현실화된다면 KBO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인 흥행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시즌 개막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아쉽게 실패한 엘롯기의 동반 가을야구 진출의 꿈도 다시 무르익고 있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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