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신혜선(29)은 한눈에 시선을 끄는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다. 하지만 보면 볼 수록 묘하게 끌리는 얼굴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맡은 배역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외모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진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2013년 KBS ‘학교2013’으로 데뷔해 짧지 않은 무명 생활을 거친 그는 최근 1~2년 사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다가 얼마전 종영한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이하 황금빛)으로 단숨에 ‘신데렐라’ 반열에 올랐다.

‘황금빛’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부심을 피력했다. “전 제 얼굴이 너무 좋아요. 예전엔 제 얼굴이 마음에 안들 때도 있었지만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제 얼굴을 분명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 분들을 위해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만 키는 조금 더 작았으면 좋았겠지만요. 제 키요? 프로필상 171~172㎝라고 적혀있는데 그것보다 아주 약간 더 커요.”

스스로 분석하는 자신의 외모적인 매력은 무엇일까.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얼굴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각도에 따라 얼굴이 달라요. 위에서 볼 때, 아래서 볼 때 느낌이 다르고요. 이런 걸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여러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떨 때 보면 정말 못 생겼는데, 어떨 때는 제가 봐도 예뻐요. 마냥 예쁘지도 않고 마냥 못생기지도 않은 제 얼굴이 저는 너무 좋아요.”

‘황금빛’은 그의 첫 주연작이었다. 지상파라는 부담감, 주말극이라는 압박감을 딛고 그는 자신에게 온 흔치 않은 기회를 움켜쥐는데 성공했다. “건방지게 들릴 수 있지만 대본을 보자마자 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내 꺼다. 이걸 놓치면 두고두고 생각나겠구나’ 싶더라고요. 긴 호흡으로 가는 주말극의 특성상 연기,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그런 불안감 보다 ‘이 작품은 다른 사람이 하면 안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신혜선의 작품 선택에서 주요 기준이다. “2016년 ‘아이가 다섯’(KBS 주말극) 때는 오디션에서 떨어져 가망이 없는데도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었어요. 그건 제가 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2017년 tvN ‘비밀의 숲’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어요. 대본도 중요하고,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이걸 연기할 때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오면 열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역할도 연기할 때 재미없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요. 제겐 느낌이 중요해요. 그래야 제 몸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황금빛’ 이후 그에겐 광고 러브콜과 차기작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신혜선은 재충전의 시간 없이 바로 SBS 2부작 특집극 ‘사의 찬미’에서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을 연기한다. 편성은 미정. 2013년 자신의 데뷔작 ‘학교2013’에서 주연배우였던 이종석과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호흡을 맞추게 된 점이 이채롭다.

신혜선

“데뷔 전 라디오에서 ‘오늘의 역사’ 같은 코너를 듣는데 ‘오늘이 윤심덕, 김우진이 동반 자살한 날’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이상하게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아, 연기자가 된다면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황금빛’을 마친 직후 대본을 보게 된 거에요. 저의 로망이었는데 안할 이유가 없잖아요. 전 일 욕심이 많아요. 재충전의 시간이 가끔 필요하다 느끼지만 오래 쉬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이렇게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굳이 쉬기 위해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데뷔작 이후 5년만에 이종석을 만나게 된 데 대해서는 “데뷔작 때는 이종석을 보면 신기하고, 존경스러웠어요. 이쪽 일이 얼마나 힘든지 저는 아는 상태였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같은 꿈을 꿨는데 빨리 성공한 거잖아요. 동료가 아닌 성공한 선배의 느낌을 받아요. 이번에 함께 하면 배울 점이 많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짧지 않은 무명 생활을 거쳤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 목록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전 운이 좋았다고 자주 느껴요. ‘운’이라는 표현 자체도 어떤 면에선 건방지게 들릴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차근차근 잘 올라오고 있는 것 같아요. 2013년 데뷔한 게 어제 같기도 하고, 아예 없었던 일 같기도 해요.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아요.”

한국 나이 서른이 된 신혜선은 “제 20대를 정의내리면 ‘사춘기’ 같아요. 감정 기복이 심해서 이랬다 저랬다 많이 했어요. 격정적인 기복을 느낀 나이대였어요. 제 30대는 ‘시작’같아요. 30대에 뭔가를 시작하기 위해 20대 에 격한 사춘기를 겪은게 아닐까 싶어요.”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YNK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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