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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이보영이 워킹맘을 향한 사회적 시선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지난 15일 tvN 드라마 ‘마더’를 끝낸 이보영은 극중 아동학대 당하는 혜나(허율 분)를 만나고 보살피면서 스스로 감추고 싶었던 과거, 자신이 입양됐고 역시 아동학대를 받았던 사실을 이야기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수진으로 나섰다.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만큼 무게감과 깊이가 있는 드라마는 이보영의 호연에 힘입어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지난 2015년 딸을 출산한 이보영은 그때부터 아동학대 등의 이슈에 큰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대본을 받고 곧바로 드라마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세상의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뜻밖에도 “당신은 나쁜 엄마가 아니에요”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출산후 자신이 받았던 따가운 시선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본을 받았을 때에도, 애를 낳고 고민을 하던 부분도, ‘왜 나한테만 모성을 강요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사회적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밖에 애를 데리고 나가면 애를 안고 있는 아빠는 칭찬을 받고, 나한테는 뭐라고 한소리들 한다. 체력적으로 아빠가 애를 더 잘 알아줄 수 있고, 애도 아빠를 더 편해한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나와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에게 그냥 그때의 나의 모습으로 나는 굉장히 ‘나쁜 엄마’가 돼있더라. 아니면 굉장히 시집 잘 간 여자가 돼있더라. 엄마에 대해 사회의 기대가 너무 높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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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심지어 엄마에 대해 가장 이해가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 산후조리원에서조차 모성애를 강요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 애가 100일이 될때까지도 자책을 많이 했다. 친정엄마도 굳이 밤중수유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산후조리원에서 밤중수유를 안했는데, 거기서 ‘이보영씨만 안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내 애한테 줄 수 있는걸 안주고 있나’, ‘나는 나쁜 엄마인가’, ‘왜 다들 나에게 뭐라고 하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런 그는 스스로 “누가 나에게 ‘어떤 엄마인 거 같아요?’ 하고 물어보면 하나의 모습만 있지는 않을거다. 좋은 엄마일때도 있고, 나쁜 엄마일때도 있을 것이다. 우리 딸한테 나는 가장 먼저 상처주는 성인일 수 있다. 그런데 왜 한없는 희생을 여자에게만 지워야하는건가 싶었서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번 드라마로 세상의 엄마들에게 ‘나쁜 엄마가 아니다. 지금 잘못하고 있는게 아니다. 인간이다 보니까 실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엄마라는거에 너무 짓눌려서 나쁜 엄마가 아닐까 죄책감은 안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뒤이어 “나중에 우리 딸이 컸을 때에는 이런 고민 안하고 자기 인생을 잘 살았으면 좋겠다. 워킹맘으로 일과 가정 왔다갔다 하며 죄책감 가지고 살지 않으면 좋겠다. 내딸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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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 딸이 엄마가 될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하면서 “지금 저희 엄마가 제가 애 낳고서 ‘귓속말’에 (남편 지성이 출연한) ‘피고인’, 그리고 ‘마더’까지 (우리부부가) 드라마 하는 동안 애를 봐주시고 계시니까 너무 죄송하다. 그런 엄마가 계시기에 내가 나중에 내 딸에게 어떻게 해야지 하는 마음도 든다. ‘내가 건강해서 (딸)지우가 애 낳으면 봐줘야지’ 우리 엄마에게 그렇게 말한다”고도 했다.

이렇듯 이보영의 고민이 많이 녹아있는 만큼 진한 여운을 준 ‘마더’는 호평 속에 다음달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보영 역시 4월 7일 출국을 예정하고 있어 기대감에 차있다. 과연 이보영이 수상의 기쁨까지 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보영은 “기대하면 안될 것 같은데, 좋은 작품이 해외에서도 좋게 봐주신다면 정말 좋겠다. 이번 드라마같이 좋은 드라마를 내생애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품도, 현장도, 대본도 정말 최고였다”고 말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제공|다니엘에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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