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13협회
정현의 서브 모습.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서브 장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한국테니스의 희망 정현(26위·한국체대)이 ‘아시안 톱 랭커’로 우뚝서며 세계 남자 테니스 톱 클래스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정현은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리고 있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535 달러)을 8강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에게 0-2(5-7 1-6)로 패해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전세계 테니스팬들에게 차세대 선두주자로 다시 한번 눈도장을 찍었다.

정현이 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들어 정현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1월 ASB 클래식부터 최근 5개 대회 연속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중에는 최고 단계인 메이저 대회 4강(호주오픈) 진출도 포함됐다. 단순히 미래가 기대되는 차세대 스타를 넘어 이제는 정상권 선수들과 당당히 겨루며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순위가 말해주고 있다. 그는 BNP 파리바오픈 8강 진출로 랭킹 포인트 180점을 확보해 곧 세계 랭킹 23위까지 오를 것이 확실하다. 2개월 전 호주오픈에서 한국인 역대 최고 순위였던 이형택의 36위를 넘어선데 이어 이번엔 니시코리 게이(25위·일본)를 제치고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고 순위에 올라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한다.

정현이 세계 10위권 내외의 톱 클래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제압하는 강한 서브 장착이 필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현은 페더러와의 8강전에서 스트로크와 백핸드, 운영에 있어서는 대등한 수준을 보여줬다. 그러나 서브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이며 결정적인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페더러는 이날 경기에서 서브에이스 12개를 성공시켰지만 정현은 단 한 개의 서브에이스도 기록하지 못했다. 첫 서브 성공률(52%)과 득점률(53%)에서도 페더러(67%, 70%)에 크게 뒤졌다.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했고 상대의 강서브에 밀리다보니 랠리를 길게 끌고갈 수 없었다. 체력적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승부를 보는 페더러의 페이스에 말릴 수밖에 없었다.

서브는 테니스의 기본이다. 그리고 강력한 서브는 톱 클래스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장착해야할 필수 무기다. 밋밋한 서브로는 세계 정상에 오르기는 어렵다. 현역 황제인 페더러가 차세대 황제를 노리는 정현에게 다시 한 번 깨닫게해준 값진 교훈이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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